'저강도 전쟁' 원하는 미국, 국방장관 보내 압박…이스라엘, 인질 협상 재개 인정

문상혁 2023. 12. 18.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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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내 대규모 공습 중단과 저강도 작전으로의 전환 등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이스라엘군의 자국 인질 오인 사살을 계기로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작전을 펼치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미 국방장관, 이스라엘 방문…“저강도 작전 전환” 촉구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동 순방길에 오른 오스틴 장관은 찰스 브라운 미 합참의장과 함께 이스라엘을 찾았다. 오스틴 장관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을 만날 예정이다. 오스틴 장관의 이스라엘 방문은 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두 번째다.

오스틴 장관은 이번 회동에서 가자지구 지상전 규모를 3주 내로 축소하라고 이스라엘 측을 압박할 것이라고 전해졌다. NYT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이 약 3주 이내로 저강도 군사작전으로 전환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지난 14일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도 이스라엘에 작전 전환을 요구했지만, 정확한 시한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지난 17일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의 한 병원에서 이스라엘의 포격으로 한 남성이 병실에서 피해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이 요구하는 저강도 작전은 가자지구 내 대규모 병력 동원이나 공습의 중단을 뜻한다. 전면적 공세 대신 소수 정예 부대를 통해 하마스 소탕에 집중하라는 얘기다. 이스라엘군의 주요 임무를 가자지구 내 인질 구출과 하마스 지도자 색출, 지하터널 파괴로 제한된다.

미국은 중동을 관장하는 미 중부사령관을 역임했던 오스틴 장관을 보내 이스라엘을 재차 설득할 계획이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CNN에 오스틴 장관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이 대규모 지상전에서 제한된 규모의 정밀 작전으로 전환하며 얻은 교훈을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팔레스타인을 위한 보스턴 연합이 개최한 가자지구의 휴전을 촉구하는 시위대.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 인질 오인 사살 파장…거세지는 휴전 압박

지난 15일 발생한 이스라엘군의 자국 인질 오인 사살의 여파는 이날도 이어졌다. BBC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사살한 자국 인질 3명은 얼마 되지 않은 음식을 짜내 히브리어로 ‘SOS’, ‘도와달라’, ‘인질 세 명’이라는 표식을 인근 건물에 남긴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은 이를 하마스의 유인 작전으로 판단해 사살했다.

국제사회의 휴전 압박이 커진 이 날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하루 120명 이상의 민간인이 사망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하마스의 통제를 받는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북부 자발리아 난민촌에서 최소 110명, 중부 데이르 알 발라에서 12명이 사망했다.

한편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인질 석방 협상이 임박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복수의 이집트 안보 소식통을 인용해 현재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 새로운 휴전과 인질 석방 협상에 열려 있다고 전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서 이스라엘의 작전 중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양측 휴전·인질 석방 협상 진행 중

지난 인질 협상을 중재했던 카타르는 새로운 휴전을 위한 회담이 진행 중임을 확인했다. 네타냐후 총리도 협상팀을 보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우리는 카타르에 강력하게 비판적 입장이지만 인질 석방을 완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측은 그러나 인질 석방 방법에 대한 이견이 남아있는 상태로 전해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석방 인질 명단을 정하는 데는 동의했지만, 철군에 대해선 거부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이 사전에 정한 전선 뒤로 물러나길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은 이스라엘 정보기관 수장인 데이비드 바르니아 모사드 국장이 며칠 내에 폴란드 바르샤바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와 빌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과 만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인질 석방 협상과 관련해 논의하려 한다고 매체는 전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공개한 지상전 시작 후 발견된 가자지구에서 가장 큰 하마스 터널. AFP=연합뉴스

한편 이스라엘은 이날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길이 4㎞에 달하는 대형 지하 터널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 터널이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전이 시작된 후 발견된 최대 규모의 터널로, 폭이 3m 정도로 넓어 오토바이는 물론 차도 이동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대 깊이가 지하 50m인 이 터널에는 통신·전력 설비를 비롯해 공조, 오수 처리 시설이 갖췄다.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이 터널은 (하마스 지도자) 신와르의 최대 규모의 비밀이자 지하 터널 프로젝트”라고 전했다.

문상혁 기자 moon.sang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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