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빕 구르망’이 말하듯 프랑스어로 ‘미식의’, ‘미식가’를 뜻하는 구어망드(Gourmand)는 향수업계에선 보통 케이크, 타르트, 비스킷, 캔디, 초콜릿, 프랄린, 코코아 등 달콤한 디저트가 떠오르는 향을 말한다. 1992년 최초의 구어망드 향수 티에리 뮈글러의 엔젤이 파격적임에도 대 히트하자 1990년대의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비슷한 향수들이 잇따라 출시되기도 했다.
2023년 말 현재, 구어망드는 다시금 가장 트렌디하고 인기 많은 향조로 떠오르고 있다. 우울할 때 달콤한 디저트를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처럼, 구어망드 향 역시 전쟁과 인플레이션으로 팍팍한 세상을 헤져가는 동안 잠시나마 풍요로움과 편안한 감정이 들게 하는 것. 또한 덥고 습한 계절에는 달콤하다 못해 당 스파이크가 일어날 것 같은 향이 끈적거리고 머리 아프게 느껴질 수 있지만, 요즘처럼 춥고 건조한 계절엔 조금씩, 서서히 발향되면서 캐시미어를 두른 듯 포근하고 향기롭다.
바닐라는 구어망드 향수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노트 중 하나, 머스크, 앰버, 샌달우드 등과 환상의 궁합이라 자칫 무거울 수 있는 향도 사랑스럽고 부드럽게 바꿔준다. 또한 조향 기술 발전으로 이제 구어망드는 디저트만이 아닌 플로럴, 프루티, 아로마틱, 우디 등 다양한 향과 어울려 관능적이고, 신비롭거나 중성적인 느낌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만약 시향을 하지 않고 구입한다면 아직 향수의 주요 계열로는 취급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플로럴 오리엔털(앰버), 우디처럼 다른 계열로 분류돼 있을 수도 있다. 바닐라, 캐러멜, 밀크, 아몬드, 코코넛밀크, 초콜릿, 럼 등 하위 노트와 어코드(accord)를 찾아볼 것.
디저트 향이 몸에서 나도 괜찮을까 싶은 초보자라면 클렌저-보습제-향수(오 드 코롱-오 드 트왈렛-오 드 퍼퓸-엑스트레 드 퍼퓸) 순처럼 차츰 부향률 높은 제품에 도전하면 부담 없이 취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추운 야외에서 따뜻한 실내로 들어가면 갑자기 발향이 일어나 본인은 모르지만 주위 사람은 진하게 느낄 수 있으니 주로 실내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겨울이라도 부향률이 낮은 제품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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