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 악용한 브로커가 쏘아올린 입시비리…숙대‧서울대 넘어 확산하나
성악계의 관행과 입시제도의 허점을 노린 입시 브로커가 촉발한 입시비리 의혹이 숙명여대와 서울대를 넘어 여러 대학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학가에선 입시비리 의혹 확산에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대장 이충섭)은 성악과 입시비리 수사로 입시 브로커 1명, 대학 외부 심사위원 4명(안양·가천·강원·울산대 소속 교수), 2022학년도 입시 당시 학과장을 맡은 서울대 성악과 교수 1명 등 총 6명을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입건했다. 외부 심사위원들은 불법 과외를 통해 자신이 가르친 학생에게 추가 점수를 주는 등의 방식으로 합격에 도움을 준 혐의(업무방해)를 받고 있다. 현행 학원법상 대학 교원의 개인 과외는 불법인 만큼 경찰은 불법 과외 혐의도 조사 중이다.
경찰의 수사는 각 대학 성악과 입시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포착된 브로커 A씨를 축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예술고등학교를 출강하면서 만난 학생에게 대학 교수 사이에서 불법 과외를 주선했다. 또한 경찰은 A씨가 숙명여대, 서울대 음대 교수들이 외부 심사위원을 추천하는 단계부터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현직 교수의 과외는 불법이란 것을 아는 A씨는 ‘마스터 클래스’를 겉으로 내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마스터 클래스는 클래식 거장들의 공개 수업을 뜻하는데, A씨가 공개 수업으로 학생‧교수들을 모집하고 뒤로는 불법 과외를 알선했다는 것이다. A씨는 한 공연장을 대여했고, 이곳에서 성악과 교수들이 학생 개개인을 불법적으로 지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불법 과외비가 1회당 최대 수백만원에 달한다.
경찰은 사건 관계자에 대한 강제 수사에 나서기 수개월 전, 입시 브로커 A씨의 공연장 대관 내역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관 내역을 통해 불법 과외로 참여한 것으로 보이는 교수들을 확인했고, 입시비리에 연루됐다고 의심되는 교수를 특정했다.
이후 경찰은 지난 10월 숙명여대 입학처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입시비리 수사를 본격화했다. 지난 12일엔 서울대 입학처와 2022학년도 서울대 성악과 실기 외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가천‧강원‧울산대 소속 교수 사무실과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현재까지 입시비리에 연루된 성악과 교수들은 해외 유명 대학을 졸업했고 소프라노‧테너 등 각기 다른 음역을 가지고 있다.
개인 레슨 내역, 입시자료 등을 수년 치를 확보한 경찰은 입시비리 수사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물 분석 끝나는 대로 대상자들을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며 “다른 대학으로 수사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입시비리에 연루된 교수와 학생 수도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입시 브로커와 입시비리에 연루된 교수 사이의 금전 거래도 확인하고 있다.
소문으로만 알려져 있던 음대 입시비리 의혹이 구체화되자 대학가에선 걱정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한 대학 관계자는 “공정성 확보를 위해 위촉한 외부 심사위원이 입시비리에 연루돼 대학 입장에서도 난감한 상황”이라며 “내부적으로 입시 전반에 대해 재검증에 들어갈지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대교협 대입전형 기본사항에서는 예체능 실기고사 시 3인 이상의 평가위원, 1인 이상의 외부 평가위원 포함을 권장하고 있다. 권고 사항이지만 입시 공정성 확보를 위해 대부분의 대학이 외부 위원을 선발 평가에 참여시키고 있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는 “서약서 말고는 외부 위원의 입시비리를 막을 장치는 없다”며 “대학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너무 제한적이다”라고 토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사 상황이 진척되는 대로 입시 비리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 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찬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김민정 기자 kim.minjeong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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