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제재 피하고, 수출길 열고…中 반도체 기업 말레이行 이유 있었네
중국 반도체 회사들이 말레이시아 소재 기업에 고급 칩 패키징 물량을 늘리고 있다. 미국의 제재 확대를 우려해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기업들이 말레이시아 반도체 패키징 회사에 그래픽처리장치(GPU) 칩의 조립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일부 계약은 이미 합의된 상태다. 미국 제재에 위반되지 않는 후공정 패키징에 해당하며 웨이퍼 제조는 포함되지 않는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이 고급 GPU를 포함한 최첨단 반도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반도체 및 최신 장비 수출을 차단해왔다. 하지만 이런 조치에도 ‘인공지능(AI) 붐’이 일어나면서 중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들이 고급 패키징 서비스를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최근 첨단 패키징은 반도체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핵심 기술로 떠올랐다. 한정된 웨이퍼에 미세하게 회로를 새기는 미세화 공정의 한계를, 이미 만들어진 반도체 칩을 쌓고 연결하는 패키징 기술로 타개해 성능과 기능을 최적화할 수 있어서다. 패키징 분야는 아직 미국의 제재 대상은 아니지만, 중국 기업들은 언젠가 블랙리스트에 오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중국 기업들이 미리 말레이시아 현지 기업에 패키징을 맡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는 최근 차세대 반도체 생산기지로 부상 중인 국가다. 지난해 기준 세계 6위 반도체 수출국이며, 세계 반도체 패키징 조립 테스트 시장의 13%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인텔로 1972년 페낭 지역에 후공정 공장을 설립, 가장 먼저 이곳에 자리를 잡았으며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미국 AMD와 페어차일드반도체,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도 일찌감치 이곳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풍부한 인력과 정부가 제공하는 입지·세제 인센티브가 말레이시아를 반도체 신흥 기지로 떠오르게 한 배경이다. 로이터는 “중국 기업들은 중국 밖에서 반도체 공정을 수행하면 해외에서 자사 제품을 더 쉽게 판매할 수 있어서 패키징을 해외에 맡기는 데 관심이 많다”며 “특히 말레이시아는 중국과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주목도가 높다”고 보도했다.
이미 말레이시아 진출 계획을 밝힌 중국 기업도 있다. 화웨이 계열사였던 X퓨전은 지난 9월 말레이시아 네이션게이트와 제휴해 GPU 서버를 제조하겠다고 밝혔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스타파이브도 페낭에 디자인센터를 짓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투자 움직임도 활발하다. 독일 인피니온은 지난 8월 50억 유로(약 7조800억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고, 인텔도 2021년 말레이시아에 70억 달러(약 9조800억원) 규모의 고급 칩 패키징 공장을 건설하겠고 발표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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