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강수 등 기후변화, 1인당 지역내총생산 3% 줄인다
잦은 강수와 이상 고온 등 기후변화가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증가율을 약 3%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도 여름철 폭우ㆍ폭염, 겨울철 이상고온 등 기후변화의 영향이 커져가는 가운데 경제적 피해를 예측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한국은행 이지원 지속가능성장연구팀 과장이 발표한 ‘국내 기후변화 물리적리스크의 실물경제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연 강수량이 1m 상승할 경우 1인당 GRDP는 향후 5년간 2.54%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연 강수량은 세계 평균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인 만큼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도 큰 것으로 풀이된다.
보고서는 과거 관측자료를 바탕으로 연 평균기온과 연 총강수량이 각각 1도, 1m 상승할 경우 국내 산업별ㆍ지역별 실질 부가가치에 미치는 영향도 분석했다. 우선 산업별로는 건설업(-4.90%), 부동산업(-4.37%) 피해가 클 것으로 예측됐다. 건설ㆍ부동산업은 실외에 노출된 생산활동이 많다보니 그만큼 날씨가 노동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별로는 위도상 남쪽에 위치하거나 도시화 및 산업화 비중이 높은 지역인 제주(-3.35%), 경남(-2.39%), 대전(-1.54%), 부산(-1.31%), 대구(-1.03%) 순으로 피해가 컸고 서울은 -0.75% 수준이었다.
연 총강수량이 1m 증가할 경우 건설업(-9.84%)과 비금속광물 및 금속제품 제조업(-6.78%), 그리고 금융 및 보험업(-3.62%) 등의 성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컸다.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로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창립 이래 처음 전면 가동 중단 사태를 맞은 게 대표적이다. 차량 침수 피해가 늘면 보험회사 손실도 커진다.
연 평균기온 상승은 주로 서비스업의 실질 부가가치 성장에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기온 1도 상승시 도매 및 소매업(-1.85%), 부동산업 (-1.73%) 등에 피해 영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연 평균기온 상승에 따른 일인당 GRDP 영향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이 과장은 “최근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하면서 현재까지 관측된 중간값보다 더 높은 수준의 평균기온과 총강수량 증가가 나타날 수 있다”며 “홍수ㆍ가뭄ㆍ산불 등 급성 리스크로 인한 직접적 피해 영향까지 고려할 경우 피해 수준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변화의 물리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선 온실가스 감축이 필수적”이라며 “산업 및 지역과 연계된 만성 기후리스크를 평가하고 대응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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