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번의 환생 다룬 '이재, 곧 죽습니다', 아쉬운 한 가지

김준모 2023. 12. 18.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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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티빙 <이재, 곧 죽습니다>

[김준모 기자]

 
 <이재, 곧 죽습니다> 포스터
ⓒ 티빙
 

<아일랜드>, <방과 후 전쟁활동>, <운수 오진 날> 등 2023년 선보인 오리지널 시리즈를 통해 웹툰 실사화에 진심임을 보여준 티빙이 연말을 맞아 구독자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했다. 웹툰 원작의 <이재, 곧 죽습니다>는 스스로 삶을 포기한 최이재가 죽음을 통해 12번의 환생을 경험하면서 벌과 기회를 동시에 부여받는 이야기를 다루었다. 12월 15일 파트1이 공개되었고 1월 5일 파트2가 공개될 예정이다. 

이 작품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장르 종합선물세트라 할 수 있다. 파트1에 등장한 장르만 보더라도 재난, 스포츠, 학원물, 액션, 스릴러, 로맨스로 다양하다. 환생이라는 소재를 통해 보여줄 수 있는 장르적 묘미를 수준 높게 그렸다. 시작은 불운한 청년, 이재의 죽음이다. 흙수저 이재는 대학 졸업 전 대기업 최종면접이라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맞이하지만 눈앞에서 자살한 남자의 잔상에 시달리다 놓치게 된다.

이후 7년 동안을 취준생으로 보내던 그는 사랑, 우정, 취직까지 모든 걸 놓친 최악의 하루에 결국 자살을 택한다. 이때 '죽음은 고통을 끝내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는 유서 속 문구가 저승세계에 존재하는 죽음의 심기를 건드린다. 이에 죽음은 이재를 지옥으로 보내는 대신 죽음을 앞둔 이들의 몸으로 계속 환생시키며 고통스럽게 한다. 

인생 2막을 위하여 
 
 <이재, 곧 죽습니다> 스틸컷.
ⓒ 티빙
 

다만 다가오는 죽음을 피하면 환생한 몸으로 인생 2막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희망을 남긴다. 한 사람의 죽음 직전 상황을 저장한 세이브 파일을 이재가 다시 플레이하는 식이다. 게임 같은 설정을 통해 체험의 재미를 극대화한다. 이재라는 플레이어가 랜덤으로 선택된 캐릭터를 통해 극한미션을 깨기 위해 분투한다. 이 과정에서 분노와 좌절이 반복되며 카타르시스를 유발해낸다.

추락하는 비행기에서 살아남기, 낙하산 없이 목표지점 도달하기 등 익스트림한 미션부터 학교폭력에서 살아남기, 교도소에서 살아남기 등 특정 장소와 상황을 지정한 생존미션 등 다채롭다. 무엇보다 눈에 들어오는 건 하병훈 감독의 연출력이다. 하드보일드 액션과 벚꽃이 날리는 로맨스라는 상반된 장르를 높은 완성도로 담아내며 어떤 모습의 이재여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몰입의 어려움과 죽음이 게임을 설정한 이유는 납득하기 어렵다. 초반 이재의 서사는 그가 불행에 빠지는 순간들만 나열하는 수준에 머무른다. 이 인물이 누구이며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설명이 부족하다. 홀로 자신을 키운 어머니를 떠올리는 장면이나, 옛 연인 지수를 만났을 때 느끼는 애상의 정서 등이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죽음이라는 캐릭터가 지닌 오만과 궤변
 
 <이재, 곧 죽습니다> 스틸컷.
ⓒ 티빙
 
번지르르한 껍질에 비해 알맹이가 아쉬운 이유는 어찌 보면 이 모든 걸 설계한 죽음에 원인이 있을 것이다. 신만이 결정할 수 있는 삶과 죽음에 도전한 이재에게 벌과 함께 기회를 담은 환생체험을 시킨다는 점은 이 파트의 끝에 어떤 의미 전달이 있을지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죽음이라는 캐릭터가 지닌 오만과 궤변이 과연 이 끝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의심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4화까지의 전개만 보아도 이재의 환생 스토리는 그의 불행과 오락적인 요소에만 집중할 뿐 이를 통해 삶에 대한 의미나 죽음의 무거움을 보여주는 의미전달은 수반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돈 때문에 살인한 여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재에게 '너도 돈 때문에 자신을 죽이지 않았냐'고 말하는 건 악질의 궤변처럼 들린다. 

짧고 다양한 걸 원하는 쇼츠의 시대에 푹 빠진 이들이라면 <이재, 곧 죽습니다>의 장르적인 다양성과 순도 높은 오락성에 반할 것이다. 다만 서사와 캐릭터를 통한 드라마적인 몰입을 바랐다면 다소 아쉬움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파트1이 충분한 체험의 재미를 주었다면 파트2에서는 이재를 둘러싼 미스터리와 지옥이 설계한 이 환생게임의 교훈을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키노라이츠 매거진과 김준모 기자의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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