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읽다]과학외교, 전문가에게 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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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니다.
"스포츠가 국가 간 소통의 통로로 거론되지만, 과학도 외교적 노력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소프트 파워다." 이매뉴얼 대사의 발언은 향후 외교의 흐름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맥을 보여준다.
2021년 외교부에 대외직명대사로 '과학기술협력대사'가 신설됐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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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니다. 버락 오바마 정부 백악관 비서실장, 3선 연방 하원 의원, 시카고 시장 등 그의 이력은 정치에 쏠려 있다. 이런 거물급 대사가 어떤 외교 활동을 벌일지에 이목이 쏠리는 게 당연한 일이다. 그는 예상대로 바이든 미 정부와 일본의 밀착을 강화하는 데 앞장섰다. 독설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맞서는 선봉장 역할도 했다.
이런 이매뉴얼 대사의 행보에 특이한 점들이 포착된다. 과학 외교다. 지난 5월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 기업인 IBM과 구글이 양자 컴퓨터 개발을 위해 도쿄대학교와 시카고대학교에 1억5000만달러를 기부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를 주도한 게 이매뉴얼 대사다. 이매뉴얼 대사가 도쿄대 총장과 식사하던 중 양자 컴퓨터에 관심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은 것이 시발점이다. 이 점심 식사는 9개월 후 미국 기업이 미국과 일본의 양자 컴퓨터 협력에 투자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매뉴얼 대사가 뿌린 씨앗은 한국까지 이어졌다. 최근 이매뉴얼 대사는 윤덕민 주일 한국 대사와 함께 IBM이 서울대, 연세대를 포함하는 한·미·일 대학과 양자 컴퓨팅 교육 협력에 나서는 공동 선언문 발표하도록 주선했다. 그의 과학 외교 철학은 미국 과학진흥회가 발행하는 ‘사이언스와 외교’와의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스포츠가 국가 간 소통의 통로로 거론되지만, 과학도 외교적 노력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소프트 파워다." 이매뉴얼 대사의 발언은 향후 외교의 흐름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맥을 보여준다.
이매뉴얼 대사는 자신이 과학자 집안 출신이며 아버지와 형이 모두 의사라면서 클린턴, 오바마 전 대통령 밑에서 일하며 과학이 국가 간 대화의 지점을 만들 수 있다는 관점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관심이 있는 곳에 성과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과학 외교는 어떻게 이뤄질까. 이매뉴얼 대사는 자신이 미국과 도쿄대의 협력을 제안했다고 소개하면서 주일 미국 대사관의 지원이 없었다면 IBM과 구글이 일본 대학에 자금을 지원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평소 양자와 인공지능 등에 관심 있던 자신이 시카고 시장을 했었기에 시카고대학과 도쿄대를 하나로 묶을 수 있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과학기술의 발전을 정치와 외교가 따라가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과학을 후원하는 일에 정치가 관여하는 것은 다르다. 과학자들만의 네트워크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정치와 외교의 개입으로 가능할 수 있다.
우리의 상황은 어떨까. 지난해 8월 국회 미래연구원이 발간한 ‘미·중 전략경쟁과 과학기술외교(Science Diplomacy)의 부상- 한국 과학기술외교 전략과 과제’라는 보고서는 과학기술외교 관련 조직과 과학기술외교 인력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또 과기정통부 산하 해외 조직이 국가 연구개발 분야 중심의 국제 공동연구를 기획하고 수주하는 역할이 미흡하다고 진단했다. 단순한 정보 수집을 넘어 적극적인 과학 외교로 국익을 확보해야 하는데, 역량이 부족하다고 조언했다. 2021년 외교부에 대외직명대사로 ‘과학기술협력대사’가 신설됐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더 늦기 전에 실리콘 밸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 바이오 기술의 최전선 보스턴에 과학자나 과기정통부 출신 고위 인사를 총영사나 영사로 보내는 건 어떨까. 과학자를 특임대사로 임명하는 것도 방법이다. 아마도 보이는 만큼 얻는 것도 많지 않을까.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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