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게임백과사전] 트위치 한국 철수! 도대체 망 사용료가 뭐길래

김남규 2023. 12. 18.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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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가 내년 2월 27일부로 한국 철수를 선언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IT 기업인 아마존 산하 플랫폼인 트위치는 월 방문자 9억명, 연수익 3.7조를 자랑하는 전 세계 최대 인터넷 방송 플랫폼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즈니플러스나 XBOX도 한국에서 찬밥 취급을 받고 있으니, 해외 성적과 국내 성적이 반비례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트위치는 한국에서도 월간 사용자 200만 명을 넘기면서 점유율 50%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절대 강자였습니다. 예전에는 지스타에도 참가할 정도로 한국 시장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었는데, 정말 갑작스럽네요.

한국 시장 철수를 선언한 트위치

사업이 잘 되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철수를 결정한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철수 이유를 한국의 비 정상적인 망 사용료 때문이라고 밝혔다는 점입니다. 전 세계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중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고 있는 기업이 비용 부담 때문에 철수한다고 밝힌 것이죠.

트위치 코리아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그동안 최대 화질을 720P(1280X720 해상도)로 낮추고 P2P 모델을 도입하여 테스트하는 등 한국에서 운영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대부분의 다른 국가에 비해 10배가 더 높은 망 사용료 때문에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손실이 커져 더 이상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철수 이유를 밝혔습니다.

트위치 같은 세계적인 기업을 한국에서 철수하게 만든 결정적인 이유가 된 망사용료는 인터넷 방송이나 OTT 같은 콘텐츠 제공 사업자가 SK, KT, LG 등 국내 통신사업자가 만든 인터넷망을 이용하는 대가로 내는 사용료입니다. 이미 인터넷망 이용자에게서 사용 요금을 받고 있긴 하나, 콘텐츠 제공업자들이 발생시킨 막대한 트래픽이 통신사업자에게 손해를 끼치고 있으니, 그들도 비용을 내야한다는 이유입니다.

한국 철수에 관한 트위치 공식 입장

트위치, 유튜브, 넷플릭스 같은 해외 기업뿐만 아니라,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기업들, 심지어는 체급으로는 이들과 상대도 안되는 중소기업인 아프리카TV도 모두 내고 있습니다.

모두 동동하게 돈을 내고 있는 상황이니 트위치만 유난을 떤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번에 문제가 되는 부분은 국내 망 사용료가 해외 수준과 비교했을 때 유독 높다는 점입니다. 콘텐츠 사업자들이 내고 있는 망 사용료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고 있지 않으나, 이번에 트위치가 이번에 타 국가 대비 10배의 비용을 내고 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저격을 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네요. 트위치 이전에도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 문제로 SK브로드밴드와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으니, 터질 것이 결국 터졌다고 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에 트위치가 밝힌 것처럼 국내 망 사용료가 해외 수준에 비해 유달리 높은 이유는, 해외에서는 없고, 국내에서만 존재하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해외에서도 유튜브, 넷플릭스 등이 현지 통신사들과 계약을 진행하고 비용을 내고 있기는 하나, 이는 접속료 개념이지 트래픽에 따른 사용료 개념이 아니라서 비용이 낮은 편입니다. 인터넷은 상호 필요에 의해 연결된 공유자산이지, 특정 집단이 소유한 사유재산이 아니라는 전세계의 불문율을 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에서만 망 사용료가 자리를 잡게 된 것은 국내 콘텐츠 기업들이 예전에 통신사들과 트래픽에 따른 망사용료 계약을 맺었기 때문입니다. 트래픽이 늘어나면 통신사 부담이 커지니,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이용자 요금 인상 대신에 만만한 상대였던 콘텐츠 기업과의 망사용료 계약을 통해 부족한 비용을 충당한 것입니다. 그때는 네이버도 통신사 입장에서는 힘 없는 작은 기업이었습니다.

막대한_트래픽을_발생시키고_있는_해외_거대_기업들

국내 기업만 있을 때는 큰 문제없이 굴러가던 이 계약에 문제가 생긴 것은,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해외 대형 기업들의 국내 진출입니다. 해외 기업 입장에서는 처음 들어보면 망 사용료 개념이 황당하고, 국내 통신사들은 막대한 트래픽을 발생시킨 기업이 돈을 못내겠다니 황당하고,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은 우리만 돈을 내고, 해외 기업은 돈을 안내는 것이 말이 되냐며 모두가 화가 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죠.

사실, 원론적으로는 인터넷 이용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월 요금을 지불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해당 콘텐츠 회사가 망 사용료를 내든 안 내든, 이용자가 원한다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통신사의 의무입니다.

또한, 해외 콘텐츠 기업들은 해당 국가 통신사에게 망 접속료를 납부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통신사에게 망 사용료를 또 지급하면 사용료를 이중으로 내는 것이 됩니다. 국내 통신사 주장대로라면 네이버 등 국내 콘텐츠 기업들도 해외 서비스 지역을 늘릴 때마다 해당 국가 통신사 별로 사용료 계약을 해야 하는 대환장 파티가 열릴 수도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국내 통신사들이 악의 축처럼 보이겠지만, 그들도 사정이 있긴 합니다. 해외 대형 기업들의 국내 진출로 인해 기존에는 상상도 못하던 트래픽이 발생하게 되면서, 유지, 보수 비용 부담이 어마어마하게 커졌습니다.

특히, 국내 이용자들이 해외 콘텐츠를 볼 때마다 해외 회선 사용료를 해외 통신사에게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트래픽이 높아질수록 비용 부담이 갈수록 커지게 된 것도 사실입니다(같은 1티어 등급의 통신망은 상호간 무정산으로 이용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 통신망은 1티어가 아니기 때문에 미국, 일본, 인도 등의 해외 1티어 통신망에 접속하려면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갈수록 비용 부담은 커지는데, 통신 이용료 인상은 엄청난 반발이 예상되고, 트래픽을 줄이기 위해 해당 콘텐츠 접속을 막을 수도 없으니 진퇴양난인 것입니다. 해당 콘텐츠 접속을 막지 않고, 트래픽을 제한하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그러면 해당 콘텐츠를 선호하는 이용자들의 대거 이탈이 우려됩니다. 국내 통신사 뿐만 아니라 1티어를 제외한 나머지 해외 통신사들도 이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럼 넷플릭스, 유튜브 등도 국내 서비스를 문제없이 유지하고 있는데, 왜 트위치만 국내 철수를 선언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게 됩니다. 여기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트위치의 속사정을 살펴봐야 합니다.

넷플릭스, 유튜브 등은 엄청난 트래픽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캐시 서버를 국내에서 운영 중입니다. 캐시 서버란 해당 국가에서 자주 찾는 콘텐츠를 임시로 저장해놓는 서버를 말합니다. 캐시 서버에 콘텐츠가 존재한다면 해외 통신망을 거치지 않고 해당 콘텐츠를 쾌적하게 즐길 수 있게 됩니다.

구글 글로벌 캐시

반면 트위치는 국내에 캐시 서버를 운영하고 있지 않으며, 아프리카TV 등이 망 사용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사용자의 PC 자원을 활용하는 그리드 방식(P2P) 방식도 보완상의 문제를 이유로 도입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N번방 방지법에 의해 도입된 필터링 시스템 구축 비용 부담 때문에 VOD 서비스도 종료했습니다.

2022년 기준 트위치코리아의 매출은 21억 원에 불과하지만, 트위치코리아보다 점유율이 낮은 아프리카TV는 315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본사에서 대부분의 이익을 가져다보니 트위치코리아의 수익은 낮아질 수 밖에 없었고, 해외 다른 국가보다 망 사용료도 높고, 필터링 시스템 구축 등 번거로운 일만 많으니 한국 지사를 유지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캐시 서버 설치, 그리드 방식 도입 등 망 사용료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투자를 진행했겠지만,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한국 시장을 포기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와 망 사용료 문제로 4년 가까이 소송을 진행하다가, 한국 캐시 서버 설치와 함께 극적으로 합의한 것과 비교되는 부분입니다.

이번에 트위치 한국 철수 선언으로 인해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극적 합의 이후 잠잠하던 망 사용료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됐습니다. 국내 통신사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어떻게든 해외 기업들에게도 망 사용료를 받아야 한다며 입법 추진까지 하고 있지만, 이게 그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결국 그들도 해외 1티어 통신망을 이용해야 원활하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데, 해외 1티어 통신망을 설치, 유치하고 있는 곳들이 구글 등 해외 거대 기업들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망 사용료가 입법화되어 해외 대형 기업들도 망 사용료를 내야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들 역시 1티어 통신망 접속 비용을 올려받으려고 할 것이고, 더 나아가 자국 기업에게 피해를 준 한국에 무역 보복을 시도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보다 더 힘쎈 유럽도 망 사용료 문제로 미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결론적으로 이 사태가 어떻게 흘러가게 되던간에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소비자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입법이 통과하면 망 사용료 부담이 커진 해외 콘텐츠 기업들이 이용자 요금을 올릴 것이고, 입법 통과가 안된다면, 비용 부담이 커진 통신사들이 이용자 요금을 올려서 손실을 만회하려고 할 것이니까요. 트위치는 유튜브, 아프리카TV, 네이버 등 대체제가 많이 있으니, 조용히 넘어가는 분위기이지만, 나중에 넷플릭스, 유튜브 같은 곳에서 한국 철수 얘기가 나온다면 그땐 정부와 통신사가 어떻게 사태를 수습할지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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