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의 명성에도 고전 면치 못한 영화, 비극의 시작

양형석 2023. 12. 18.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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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소니가 만든 마블히어로 영화 <고스트 라이더>

[양형석 기자]

일본기업 소니가 1987년 미국에 설립한 영화사 소니 픽쳐스는 꾸준히 영화를 제작·배급하다가 지난 2007년 제작 및 배급을 맡은 영화들이 차례로 대성공을 거두며 최고의 호황을 이뤘다. 2007년 5월에 개봉한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3>이 8억94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면서 '대박행진'의 스타트를 끊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그리고 5월 말에는 <캐리비안 해적>의 세 번째 이야기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까지>가 개봉했다.

'조니 뎁과 올랜도 불룸, 키이라 나이틀리 트리오'가 마지막으로 함께 출연한 <세상의 끝까지>는 3억 달러의 천문학적인 제작비가 들어갔지만 9억6300만 달러의 흥행성적으로 제작비를 회수하고도 남았다. 이 밖에 픽사 애니메이션 <라따뚜이>가 6억2300만 달러, 윌 스미스 부자가 출연한 <행복을 찾아서>가 3억700만 달러, 애덤 샌들러 주연의 휴먼 코미디 <클릭>이 2억4000만 달러의 만족스런 흥행성적을 올렸다.

2004년 한국계 여성 앨리스 킴과 결혼하면서 한국의 영화팬들로부터 '케서방'으로 불렸던 니콜라스 케이지도 2007년 소니픽쳐스가 배급한 두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2007년 연말에 개봉한 <내셔널 트레저: 비밀의 책>은 4억5900만 달러로 좋은 성적을 올렸지만 북미에선 2007년 2월, 한국에선 4월에 개봉했던 이 영화는 흥행과 비평에서 모두 아쉬움을 남겼다. 마블의 대표적인 다크히어로를 영화화했던 <고스트 라이더>였다. 
 
 소니 픽처스에서 만든 마블의 히어로 영화 <고스트 라이더>는 손익분기점을 살짝 넘겼다.
ⓒ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주)
 
'흥행타율' 낮은 슈퍼히어로 영화도 있다

사실 슈퍼히어로 영화는 장르의 특성상 제작비가 많이 들어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쉽게 도전하기 힘든 장르다. 하지만 슈퍼 히어로 영화는 화려한 볼거리가 보장되고 단순한 스토리에도 관객들에게 충분한 '액션쾌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할리우드에서 절대 포기하지 않는 장르이기도 하다. 그만큼 슈퍼히어로 영화는 '흥행타율'이 높기로 유명하지만 그렇다고 슈퍼히어로가 등장하는 영화가 모두 흥행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배우 박서준의 출연으로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던 영화 <더 마블스>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부활을 알렸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 다음으로 선보이는 마블 히어로 영화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특히 <더 마블스>는 전편을 통해 11억2800만 달러라는 경이적인 흥행성적을 기록한 <캡틴 마블>의 후속편으로, 미즈 마블, 모니카 램보, 발키리 등 전편에 출연하지 않았던 여성 히어로들이 대거 합류했다.

하지만 순제작비만 2억7000만 달러가 투입된 <더 마블스>는 세계적으로 1억9700만 달러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긴 채 MCU의 흑역사로 남게 됐다. 이는 마블이 세계적인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시절에 개봉했던 <퍼스트 어벤져>,<인크레더블 헐크>,<토르:천둥의 신>보다 낮은 MCU 역사상 최악의 성적이다. 심지어 얀 역으로 출연했던 한국배우 박서준의 출연분량도 3분 정도에 그치며 국내 관객들에게 큰 만족을 주지 못했다. 

내년 7월 개봉을 앞둔 <데드풀3>의 주인공 라이언 레이놀즈는 사실 <데드풀>이 되기 5년 전에 또 다른 슈퍼히어로가 된 적이 있었다. 바로 DC코믹스 원작의 히어로영화 <그린랜턴:반지의 선택>이었다. 레이놀즈는 2011년에 개봉한 <그린랜턴>에서 주인공 할 조던 역을 맡았지만 <그린랜턴>은 개봉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역대 최악의 히어로 영화'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졸작이 되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영화평론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는 신선도 26%, 관객점수45%를 받았을 정도로 평단에서도 혹평을 면치 못했다. <그린랜턴>은 국내에서도 전국 21만에 그치며 관객들의 외면을 받았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아쉬운 성적 속에 마블에 돌려준 판권
 
 바이크 스턴트맨 자니 블레이즈는 해가 지면 악마에게 영혼을 판 고스트 라이더로 변한다.
ⓒ 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주)
 
마블은 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자신들이 판권을 보유하고 있는 히어로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은 전 세계 관객들이 모두 알고 있는 그 유명한 <어벤져스>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당시 몇몇 히어로들의 판권은 다른 영화사가 가지고 있었는데 <고스트 라이더> 역시 마블이 아닌 소니가 판권을 가지고 있었다. <고스트 라이더>의 오랜 비극(?)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고스트 라이더>는 바이크 스턴트맨 자니 블레이즈(니콜라스 케이지 분)가 암에 걸린 아버지의 병을 고치기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고스트 라이더가 된다는 이야기다. 1970년대에 코믹스로 첫 등장한 <고스트 라이더>는 펑크록 밴드 수어사이드가 만든 동명의 노래가 있을 정도로 북미에서는 인기가 매우 높은 캐릭터였다. 하지만 영화 <고스트 라이더>는 팬들을 만족시키기엔 부족한 부분이 적지 않았다.

실제로 <고스트 라이더>는 1억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 2억28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올리며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하지만 원작의 인기와 니콜라스 케이지의 명성 등을 고려하면 결코 만족하기 힘든 성적이었다. 무엇보다 <고스트 라이더>는 CG기술이 진일보한 2007년 영화임에도 CG나 특수효과에서도 좋은 결과물을 보여주지 못했다. 실제로 제작사가 같은 2004년작 <스파이더맨 2>와 비교하면 <고스트 라이더>의 완성도는 상당히 아쉽다.

<고스트 라이더>가 개봉한 지 5년이 지난 2012년 속편에 해당하는 <고스트 라이더: 복수의 화신>이 개봉했다. 대부분의 히어로 영화들이 속편에서 제작비가 대폭 늘어나는 것과 달리 <복수의 화신>은 오히려 제작비가 7500만 달러로 전편보다 줄어 들었다. 내용 역시 전편과는 거의 연결고리가 없는 '리부트'에 가까웠는데 <복수의 화신>은 전편을 능가하는 엄청난 혹평 속에 1억3200만 달러의 성적으로 흥행에서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소니 픽처스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한 <고스트 라이더>의 판권은 2013년 디즈니로 돌아왔다. 그리고 2016년에 방송된 드라마 <에이전트 오브 실드> 시즌4에서 가브리엘 루나가 연기한 'MCU의 고스트 라이더'가 등장했다. 마블은 2020년 고스트 라이더를 단독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를 제작할 예정이었지만 공식 취소됐고 현재까지도 <에이전트 오브 실드> 시즌4는 고스트 라이더가 MCU에 등장한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으로 남아있다.

스스로 약점을 만든 어설픈 빌런
 
 <고스트 라이더>의 빌런 블랙하트는 카리스마도, 매력도 보여주지 못하고 허무한 최후를 맞는다.
ⓒ 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무비(주)
 
마블영화는 <어벤져스>의 타노스를 비롯해 <퍼스트 어벤져>의 레드 스컬, <아이언맨2>의 이반 반코, <토르:라그나로크>의 헬라, <블랙팬서>의 에릭 킬몽거 등 매력적인 빌런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아메리칸 뷰티>와 <인터스텔라> 등에 출연했던 배우 겸 가수 웨스 벤틀리가 연기한 <고스트 라이더>의 메인 빌런 블랙하트는 여느 마블 영화 속에 등장했던 매력적인 빌런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블랙하트는 영화 속에서 영혼이 없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스트 라이더의 필살기인 '참회의 시선'이 통하지 않는다. 고스트 라이더에게는 매우 상성이 좋지 않은 적인 셈이다. 하지만 블랙하트는 영화 말미에 더 강해지기 위해 수 많은 악령들을 흡수해 영혼이 생기게 됐고 결국 고스트 라이더의 필살기 '참회의 시선'에 걸려 영혼이 파괴되면서 최후를 맞는다. 블랙하트 입장에서는 안 하느니만 못한 영혼흡수였다.

<고스트 라이더>의 히로인 록산느는 2017년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수상자 라이언 고슬링과 사실혼 관계에 있으면서 슬하에 두 딸을 낳은 에바 멘데스가 연기했다. 록산느는 젊은 시절 악마에게 영혼을 판 연인 자니와 결별하지만 세월이 흘러 기자로 성장해 고스트 라이더가 된 자니와 재회한다. 멘데스는 2009년에도 영화 <악질경찰>에서 니콜라스 케이지와 또 한 번 연기호흡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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