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앙.1st] 엔리케는 '기적'을 꿈꾸고, PSG에는 'MSN'이 없다

김희준 기자 2023. 12. 1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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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엔리케 파리생제르맹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꾸준히 다이아몬드 3-4-3을 시도하고 있지만 파리생제르맹(PSG)에는 방점을 찍어줄 선수가 바르셀로나만큼 많지 않다.


18일(한국시간) 프랑스 릴의 스타드 피에르 모루아에서 2023-2024 프랑스 리그앙 16라운드를 치른 파리생제르맹(PSG)이 릴과 1-1로 비겼다. PSG는 리그 9연승에 실패했지만 승점 1점을 획득하며 리그 1위(승점 37)는 지켜냈다.


이날 PSG는 다이아몬드 3-4-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중앙 수적 우위를 가져가기 수월하며 전진 패스를 위한 삼각 대형이 많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특히 공격에 힘을 실기 유리한 전술이다. 경우에 따라 3-3-3-1, 3-2-4-1, 3-2-5 등 다양하게 변모하며 다채로운 공격을 보여줄 수 있는 전형이기도 하다. 올 시즌 엔리케 감독은 4-3-3으로 경기를 시작하더라도 공격 시 다이아몬드 3-4-3 내지 3-3-3-1로 전형을 바꾸는 경우가 잦았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이미 바르셀로나 시절 이 전형으로 재미를 봤다. 2016-2017 시절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16강 1차전에서 파리에 4-0으로 대패한 엘리케 감독은 2차전 총공세를 위해 다이아몬드 3-4-3을 꺼내들었고, 거짓말같은 6-1 승리로 8강에 진출하며 캄노우의 기적을 연출했다.


루이스 수아레스, 리오넬 메시, 네이마르(왼쪽부터, 이상 당시 바르셀로나). 게티이미지코리아

그러나 이 전술은 생각보다 까다로운 발동조건을 요한다. 이론상으로는 가장 효율적인 축구를 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어느 전형보다도 많은 활동량을 가져가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 특히 중앙에 몰려있다시피 한 구조 때문에 측면이 취약해 미드필더와 스리백 스토퍼들의 높은 운동 능력이 요구된다.


또한 선수들의 높은 개인 기량이 필요하다. 단순히 신체적 능력뿐 아니라 축구 지능에서도 상당한 수준이어야만 한다. 짧은 패스를 통한 빌드업을 할 때조차 유기적인 포지션 교체를 끊임없이 가동해야 하기 때문에 선수 개개인이 각 포지션에 대한 숙지는 물론 포지셔널 플레이에 대한 수준 높은 이해가 필수적이다.


바르셀로나에서는 리오넬 메시, 루이스 수아레스, 네이마르로 이어지는 'MSN 라인'이 있었기에 이를 가동할 수 있었다. 메시는 두말할 것 없고, 수아레스와 네이마르도 피지컬과 축구 지능을 겸비한 플레이로 각 포지션에서 당대 최고로 불렸던 선수들이다. 여기에 바르셀로나 축구 철학을 이해하는 하피냐까지 있었기 때문에 엔리케 감독은 바르셀로나에서 다이아몬드 3-4-3으로 기적을 써내릴 수 있었다.


반면 PSG는 해당 전형을 가동하기에 마땅한 선수가 없다. 킬리안 음바페는 최고 수준의 신체 조건과 준수한 축구 지능을 가지고 있지만 짧은 패스를 통한 공격보다는 역습에 더욱 강점이 있다. 우스만 뎀벨레는 축구 지능이 괜찮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고, 브래들리 바르콜라는 다이아몬드 3-4-3을 이해하기에 아직 미숙하다.


우스만 뎀벨레(파리생제르맹). 게티이미지코리아

미드필더진에도 문제는 있다. 이강인이나 비티냐, 워렌 자이르에머리는 어느 정도 다이아몬드 3-4-3을 수행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해당 전형에서 등대 역할을 해야 할 수비형 미드필더 마누엘 우가르테는 수비에 특장점이 있지, 빠른 판단을 통한 빌드업 전개에 능한 선수가 아니다.


이번 경기는 다이아몬드 3-4-3의 장점보다 단점이 부각된 경기였다. PSG의 위협적인 공격 기회는 삼각 대형을 활용한 짧은 패스에서가 아니라 측면이나 중앙을 향한 순간적인 반대 전환과 역습 롱패스에서 나왔다.


설령 역습 첨병인 음바페에게 공이 전달되더라도 문제가 발생했다. 앞서 말했듯 다이아몬드 3-4-3은 높은 활동량을 요구하며, 특히 순간적으로 공격 진영에 숫자를 늘려야 할 역습 상황에서 미드필더의 적극적인 가담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강인과 비티냐 모두 체력이나 스피드에 강점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워 좋은 패스를 공급한 후에는 역습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했다. 심지어 역습 때 당연히 있어야 할 바르콜라조차 음바페가 측면으로 빠졌을 때는 제대로 된 포지셔닝을 가져가지 못해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킬리안 음바페(파리생제르맹). 게티이미지코리아

심지어 상대 팀에는 파괴적인 윙어도 있었다. 이날 릴의 오른쪽 공격수로 나온 에돈 제그로바는 여러 차례 위협적인 드리블로 PSG 수비를 파괴했다. 측면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 다이아몬드 3-4-3 특성상 제그로바의 활약은 필연적이었다.


결국 엔리케 감독은 음바페가 페널티킥 득점을 넣자 곧바로 교체를 통해 다이아몬드 3-4-3에서 4-3-3으로 전형을 바꾸며 자신의 실패를 자인했다. 전술 변경 이후 PSG는 지나치게 수비적으로 임했고, 조너선 데이비드에게 치명적인 동점골을 허용했다. 엔리케 감독이 전술적으로 참패를 당한 셈이었다.


엔리케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80분 동안 완벽한 경기를 했다"고 자평하며 "오늘밤은 미래를 위해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는 모든 타이틀을 위해 싸우는 걸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직적이지 않은 이상적 전술 운용으로는 선수 개인 기량 점검도, 전술의 효용성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결코 미래를 위해 도움이 되는 경기를 치를 수 없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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