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나토 가입 핀란드에 "문제 생길 것"…러시아군, 접경지 이동
내년 대선에서 5선에 도전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올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한 핀란드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위협하며 러시아군을 접경지에 집중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17일(현지시간) AFP통신·CNN방송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국영방송인 러시아1과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 4월 나토에 가입한 핀란드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이제까지 우리가 핀란드와 분쟁을 벌인 적이 있느냐? 20세기 중반의 영토 문제를 포함한 모든 분쟁은 이미 오래전에 해결됐다"면서 "서방이 핀란드를 나토로 끌어들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핀란드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이제는 있을 것"이라면서 "왜냐하면 우리는 레닌그라드 군사 구역을 만들고 그곳에 군대를 이동시킬 것이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핀란드는 러시아 서북부와 국경 1340㎞를 맞대고 있다. 이 접경 지역에 지난 2010년에 서부 군관구로 통합된 레닌그라드 군관구를 다시 창설해 군부대를 집중적으로 배치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핀란드가 지난달 러시아와의 국경을 폐쇄하고, 18일 핀란드가 미국과 국방 협력 협정을 체결하는 등 양국 간에 긴장감이 고조된 가운데 나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핀란드는 분쟁 시 미군의 신속한 군사적 접근과 지원을 허용하기 위해 미국과 국방 협정을 맺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군은 핀란드에서 러시아 국경으로 이어지는 철도 인근에 군사장비와 탄약 등을 저장하는 등 핀란드 내 15개 군사 지역과 시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된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나토를 먼저 공격하진 않겠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달 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장악하면 나토 국가를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전혀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이어 "러시아가 지정학적, 경제적, 군사적 이해관계에서 나토 국가와 싸울 이유도 관심도 없다"면서 "나토 국가들과의 관계를 망치고 싶은 의도가 없으며 오히려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관심이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 "자급자족 강대국 만들 것"
한편 내년 3월 17일 열리는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서 5선을 노리는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주권을 강조하면서 자급자족하는 강대국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 북부 베데엔하(VDNKh) 박람회장에서 열린 통합러시아당 전당대회에서 "우리는 러시아가 주권국이자 자급자족 국가가 되든지, 아니면 존재하지 않는 국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외국의 조언 없이 우리 스스로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러시아는 다른 일부 국가처럼 소시지에 주권을 포기하고 누군가의 위성국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와 전쟁으로 서방과 대립하는 상황에 대해선 "러시아는 모든 애국 세력의 단결을 요구하는 역사적 과제에 직면해 있고, 러시아의 이익을 위해 할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앞서 전날 푸틴 대통령은 지지자 700여명으로 구성된 추대그룹에 의해 대선 무소속 후보로 지명됐다. 그는 2000·2012년 대선에서는 통합러시아당 후보로 출마했으며 2004·2018년 대선에서는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푸틴 대통령에 대한 러시아 국민의 신뢰 수준은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소폭 상승해 79.3%를 기록했다고 러시아여론조사센터 브치옴(VTsIOM)이 밝혔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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