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10㎝ 컸어? 300야드 날린 우즈 아들, 아빠는 "매킬로이 닮아라"

고봉준 2023. 12. 1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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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와 딸 샘 우즈, 아들 찰리 우즈(왼쪽부터)가 17일 열린 PNC 챔피언십 1라운드 도중 페어웨이를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핀까지 20m가 남은 그린 옆 러프. 앳된 얼굴의 아들이 시도한 어프로치가 한참을 굴러 컵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짜릿한 칩인 버디. 아들은 오른손 주먹을 불끈 쥔 채 포효했고, 군데군데 흰 턱수염이 난 아버지는 이를 흐뭇하게 지켜보며 박수를 건넸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8)가 아들 찰리 우즈(14)와 함께한 필드 나들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걱정거리였던 몸 상태는 점차 나아 보였고, 어느새 아버지만큼 키가 자란 아들은 호쾌한 스윙으로 황제를 미소 짓게 했다.

우즈 부자는 1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리츠칼턴 골프장에서 끝난 PNC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9개를 합작해 11타를 줄여 합계 19언더파 125타로 공동 5위를 기록했다. 우승은 25언더파 119타를 작성한 베른하르트 랑거(66) 부자에게 내줬지만, 이틀간 인상적인 호흡을 뽐내면서 이번 연말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시니어 투어인 PGA 챔피언스 투어의 이벤트 대회인 PNC 챔피언십은 역대 메이저대회 우승자 20명이 각자 가족과 짝을 이뤄 플레이한다. 경기는 같은 팀 두 명이 각자 티샷한 뒤 원하는 공 하나를 골라 그 자리에서 두 명 모두 다음 샷을 하는 스크램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대회의 주인공은 역시 우즈 부자였다. 우즈는 2년 전 발생한 교통사고 후유증과 최근 도진 발목 통증으로 고생했다. 날씨가 좋지 않았던 지난 4월 마스터스에선 부상이 악화했고, 결국 3라운드에서 기권한 뒤 이달 초 열린 히어로 월드 챌린지를 통해 7개월 만의 복귀전을 치렀다.

우즈는 아직 몸 상태가 100%는 아니다. 그럼에도 일찌감치 PNC 챔피언십 출전을 공언했다. 이유는 하나. 자신을 따라서 골프를 시작한 아들과 함께 필드를 밟을 수 있는 대회이기 때문이다. 우즈 부자는 2020년 처음 이 대회를 뛰었고, 올해까지 4년 내리 출전했다.

찰리 우즈. AP=연합뉴스

2009년생인 아들 찰리는 2020년 PNC 챔피언십을 통해 화려하게 등장했다. 아직은 초등학생 티를 벗어내지 못한 11살의 나이였지만, 또래답지 않은 힘찬 스윙과 과감한 퍼포먼스로 인기 스타가 됐다. 키가 한 뼘 이상 자란 이번 대회에선 거리까지 늘어 더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PGA 투어 공식 홈페이지는 “1년 동안 4인치(약 10㎝)가 큰 찰리는 이번 대회부터 티를 뒤로 옮겼지만, 티샷으로 300야드 이상을 보내며 무서운 실력을 발휘했다”고 했다. 실제로 찰리는 전날 350야드짜리 14번 홀에서 티샷으로 그린을 넘겨버렸다. 2라운드에선 9번 홀(파4) 칩인 버디를 성공시키는 등 아버지 못지않은 숏게임 실력도 뽐내면서 자신이 골프 황태자임을 증명했다.

앞서 “이제부터 한 달에 한 번씩은 대회를 뛰겠다”고 약속한 우즈의 컨디션도 좋아보였다. 우즈는 히어로 월드 챌린지까지만 하더라도 거동이 완벽하지 않았지만, 이번 대회에선 움직임과 샷 모두 합격점을 받았다. 특히 이틀 내리 캐디를 맡은 딸 샘 우즈(16)의 응원도 힘이 된 눈치였다.

지난해와 올해 PNC 챔피언십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타이거 우즈 부자와 안니가 소렌스탐 모자. 사진 PGA 투어 공식 SNS

여느 아버지와 같은 모습도 보였다. 평소 아들에게 “나를 닮지 말고 로리 매킬로이(34)를 닮으라”고 말했던 우즈는 올해 PNC 챔피언십에선 “스마트폰 좀 그만 보라”는 잔소리를 남겼다. 미국 골프위크는 “이른바 ‘아빠 모드’를 켠 우즈는 모두를 공감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한편 스웨덴의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53)의 아들인 윌 맥기(12)도 빼어난 골프 DNA를 선보였다. 아버지가 캐디로 나선 가운데 어머니와 라운드한 맥기는 찰리의 어릴 적 못지않은 샷 감각으로 시선을 끌었다. 가깝지 않은 거리에서도 공을 핀 옆으로 붙여 어머니로부터 박수를 받기도 했다. 맥기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18번 홀 페어웨이를 걸어가며 어머니에게 ‘천천히 걸어가자’고 했다. 이 순간이 끝나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곁에서 이를 듣던 소렌스탐의 눈가에도 촉촉한 눈물이 맺혔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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