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비대위 혁신 아냐' 민주 비판에, 날 세운 윤재옥
[곽우신, 남소연 기자]
▲ 윤재옥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 남소연 |
"정당이 언론과 논설위원들을 공개적으로 저격하며 가르치려 드는 것은 우리 정치사회에서 드문 일이다." -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위기에 봉착한 국민의힘이 당 대표의 자진 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통해 나름의 반전을 도모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비판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최근 국민의힘의 당 대표직 퇴진과 장제원 의원의 총선 불출마를 혁신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대통령실과 척을 졌다고 해서 당 대표와 유력 중진 인사들이 이렇게 한꺼번에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등 2선으로 후퇴하는 것은 과거 박정희·전두환 정권 시절에나 볼 수 있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언론에서 이것을 두고서 '국민의힘의 혁신'이라고 보고, '민주당은 무엇을 하느냐'고 이야기한다"라며 "그러면 대통령 한 마디에 물러나는 게 혁신이라고 보는가? 언론계의 논설위원들 생각은 '과거 박정희 시대에 머물러 계시는 게 아닌가'하는 의아한 모습"이라고 직격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을 포함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 등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이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되는 현 여당 상황을 혁신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이다.
그러자 '새 비대위원장 모시기'에 고심 중인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면서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동시에 '한동훈 비대위'를 두고서는 당 지도부 안에서도 공개 충돌하는 모습까지 연출됐다.
윤재옥 "민주당, 혁신 경쟁에서 뒤처지는 사실 감추려 한다"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윤 원내대표는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결정하고 난 이후 다양한 후보군들이 언론을 통해 거론되고 있다"라며 "거론되는 분들 모두 훌륭한 인품과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 후보들"이라고 언급했다. "좋은 혁신은 치열한 고민과 토론이라는 산고를 겪어야 하는 만큼 최대한 많은 의견을 듣고 숙고하며 당원과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비대위원장을 모시도록 하겠다"라고도 덧붙였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에서 우리 당의 혁신 노력을 정당 민주주의 후퇴이자 반개혁이라고 폄하하는 한편, 친민주당 성향을 비롯한 대부분의 언론에서 우리 당과 비교해 혁신 의지가 없는 민주당 지도부를 비판하는 것에 발끈하며 언론사 논설위원들의 생각이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했다"라고 지적했다. "정당이 언론과 논설위원들을 공개적으로 저격하며 가르치려 드는 것은 우리 정치사회에서 드문 일"이라고도 날을 세웠다.
그는 "지금 국민들께서는 21대 국회에서 보인 실망스러운 모습을 양당이 어떻게 반성하고 바꾸어 갈 것인지에 주목하고 계시다"라며 "우리 당도 쉽지는 않지만 국민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며 선당후사에 따른 지생을 바탕으로 혁신의 길을 걸어 나가겠다"라고 약속했다.
도리어 "그러나 민주당은 스스로 혁신할 방안을 마련하는 대신에 우리 당의 노력을 평가절하하는 데만 몰두하고 있는데, 이는 혁신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한 방어적 태도에 불과하다"라며 "민주당의 변화를 요구하는 언론을 비난하고 변화하고자 하는 상대당의 발목을 잡는 것이 누가 못하나 싸움을 계속하자는 뜻이라면 우리 국민의힘은 이에 응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분출하는 혁신 요구마저 여당 탓, 언론 탓으로 듣고 넘어가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꼼수 대신 행동으로 혁신의 진정성을 입증해 주시기 바란다"라고도 비판했다.
▲ 윤재옥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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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김병민 최고위원은 "총선이 넉 달도 남지 않은 시기에 당이 정말 비상한 시국을 맞이하고 있다"라며 "빠른 시일 내에 우리 당 구성원들의 총의를 모아 총선을 앞장서 진두지휘할 수 있는 좋은 비대위원장을 모셔오는 일이야말로 지금 우리 지도부에 남겨진 마지막 소명이 아닌가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인요한 위원장의 혁신에 많은 국민들께서 공감대를 형성해 주신 것처럼 세상은 우리 당에 더 과감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라며 "국민 눈높이에 맞춰 변해야 할 게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과감하게 바꿔내기 위한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당정 관계는 물론 오래된 여의도 정치에 이르기까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기득권에 휘둘리지도 않으면서 확실한 변화를 이끌어낼 때만이 한숨 쉬며 우리에게 등을 돌렸던 국민들께서도 다시 한 번 우리 국민의힘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시지 않겠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직적 당정 관계 재정립을 언급하며 한동훈 장관 쪽으로 수렴되는 당 주류의 분위기를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야당을 제대로 상대하기 위해서는 국민과 당원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비대위원장이 필요하다"라며 "국회의원들이 원하는 비대위원장이 아니라 국민과 당원이 원하는 비대위원장을 선임하는 것이 당내 민주주의"라고 맞받아쳤다. "정치 경험 많은 분들이 야당의 공세에 효과적인 대응을 못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라며 "새롭고 젊은 리더십, 강하고 스마트한 변화를 촉구한다"라는 것. 비대위원장 후보로 강력하게 거론되는 한동훈 법무부장관에게 힘을 싣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동훈으로 특정해서 정해진 것 아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국회의원들과 원외 당협위원장들을 한데 불러 총의를 모을 예정이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한동훈 장관으로) 특정해서 정해진 것이 아니라 의견을 수렴해가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주말 동안 여당 새 비대위원장으로 한 장관이 거의 확실시 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여러 보도들이 나왔으나, 일단 공식적으로는 거리를 둔 셈이다.
그는 "지난번 의원총회 이후에는 공론의 장에서 의견 수렴할 만한 기회가 없었다"라며 "아직 그렇게(한동훈 장관 이름이 많이 언급된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것 같다. 의견을 다양하게 열어놓고 수렴해가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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