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결혼식 치르고 보니 많이 달라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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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진 기자]
▲ 결혼하는 신랑신부<자료사진> |
ⓒ 픽사베이 |
12월 초 아들이 결혼식을 올렸다. 1년 전 예식 날짜를 잡을 때만 해도 시간이 충분하다고 여겼는데 쏜살같이 다가왔다. 결혼식 당일 하객들을 맞이하는 순간 결혼식이 오늘이라는 사실을 비로소 실감했다. 그리고 예식은 정신없이 흘러갔다.
우선 결혼식을 무사히 치른 것에 혼주로서 하객과 지인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아들과 며느리도 고충이 많았을 터 대견해 보인다. 결혼식은 끝났지만 청첩을 알릴 때처럼 답례 인사 등 마무리할 일이 적지 않았다. 또 아이들이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니 이제야 조금 숨 돌릴 여유가 생겼다.
과거와 확 달라진 결혼식 풍경
이번 아들의 결혼을 지켜보며 젊은이들의 고민과 애로를 들을 수 있었고 이들이 바라는 결혼 문화도 얼핏 살필 수 있었다. 확실히 달라진 결혼식 풍경 속에 과거 우리들이 결혼하던 시절을 떠올렸다.
나는 80년대 중반 서울에서 결혼했다. 지금은 '모바일 청첩장'이 대세지만 그때는 청첩장을 인쇄해 우편으로 보내거나 가까운 친지들은 직접 찾아가 전달했다. 주소록을 작성하고 청첩장을 돌리는데 한두 달이 걸렸다.
'라떼'는 결혼이란 '인륜지대사'를 부모가 거의 주관했다. 지금은 신랑신부가 자기들 이름으로 청첩장을 개성 있게 만들지만 과거에는 청첩을 제작하고 돌리는 일은 혼주가 도맡았다. 청첩장 디자인과 내용도 대동소이했다.
과거에는 '주례 없는 결혼식'은 상상할 수 없었다. 결혼식이 정해지면 제일 먼저 하는 것이 학교 은사를 찾아가 주례를 부탁하는 것이었다. 주례 일정에 따라 결혼식을 미루기도 했다. 주례를 모시지 못하면 주례를 대행하는 어르신을 수배했다.
그러나 지금은 주례 없는 결혼이 유행이다. 주례 있는 예식이 되레 주목받고 있다. 이러니 주례사도 들을 수 없다. 대신 양가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축사를 한다. 축가 이벤트는 근래 생긴 예식이다.
'축의금 문화'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축의금을 전달하기 위해 직접 식장을 찾아가거나 부득이한 경우 인편으로 보냈다. 지금은 이러한 불편은 사라지고 결혼식에 불참하더라도 축의금을 인터넷으로 송금하는 세상이다.
내가 결혼할 때 부모님은 신부로부터 큰 절을 받고 '폐백'을 받았다. 지금은 간소와 추세에 따라 폐백 절차는 거의 사라졌다. 이번 결혼식에서 나도 양가가 합의해 폐백은 하지 않기로 했다.
'뒤풀이 행사'도 사뭇 다르다. 지금은 거의 볼 수 없는 것 같은데 과거에는 결혼식이 끝나면 친구들과 차를 빌려 북악스카이웨이와 남산으로 드라이브하고 팔각정에서 단체기념사진을 찍는 것이 통과의례였다.
결혼식 이후 신혼여행 풍경 또한 '상전벽해'다. 해외여행이 자유화되기 전이기도 하지만 우리는 거의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해외 신혼여행은 꿈도 꾸지 못했다. 결혼한 아들은 유럽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간소하지만 특색 있는 가족 결혼식은 어떨까
결혼풍속도 많이 달라졌다. 우리 때 남자 결혼 적령은 27세 전후였다. 군을 필하고 취업하면 대부분 결혼을 서둘렀다. 남자 나이 30세면 늦총각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그 당시에는 때가 되면 결혼부터 하는 것이 모토였다.
지금은 여러 이유로 결혼이 늦어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결혼초혼 남자 평균나이가 33.7세로 나타났다. 참고로 이번에 결혼한 아들도 30대 중반을 넘겼다.
과거 우리 때는 집 장만은 처음에는 월세나 전세로 출발하지만 저축하면 실현가능한 목표였다. 그런데 지금은 영끌해도 전세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만날 때마나 시시콜콜 결혼을 재촉하거나 아이를 빨리 낳으라고 건네는 말은 과거엔 덕담이었지만 지금은 농담으로도 금기어가 됐다. 이러한 세태는 저출산 고령화라는 팍팍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많은 변화에도 결혼식 하객들의 식사대접 문화는 크게 바뀐 것 같지 않다. 신랑신부 양가가 작게는 1백 명, 많게는 그 이상 하객에게 식사를 대접하는데 그 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
동생 결혼 축하차 미국에서 귀국한 큰 아들은 "많은 변화에도 한국에서의 결혼식은 아직도 대부분 형식적이고 특히 결혼식 비용이 과다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과거 결혼과 지금의 결혼을 비교했는데 지금은 예식에서 화려한 연출 효과가 많은 편이다. 그러나 이 또한 식상하다며 예식을 보지 않고 연회장으로 바로 가는 사람들이 많다.
이제는 간소하지만 특색 있는 '가족 결혼식'을 보고 싶다. 언젠가 집안 어르신이 주례하는 친구 아들 결혼식을 봤는데 조촐하면서도 차분한 분위기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번 아들 결혼식에서 축사 형식을 빌려 혼주 덕담을 조용히 건넸는데 하객들의 호응에 고무됐다.
결혼식이 임박해 몸과 마음이 부산한 것은 자식이나 부모 마찬가지. 나중에 알았지만 신랑신부는 결혼하는데 필요한 모든 것에 각자 반반을 부담하고 예단과 혼수 등도 과감히 절약해 자기들 방식으로 준비했다.
결혼하는데 부모 입장에서 돕거나 관여한 것은 별로 없다. 특히 경제적인 지원을 해야 하는데 그럴 형편이 못돼 미안한 마음이다. 결혼식을 마친 지금, 신랑신부에게 중요한 것은 앞으로 건강하고 열심히 사는 것이다. 그것은 부모와 하객들이 진정 바라는 염원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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