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옥-문정원, 연패 탈출 견인한 '수비 요정'들
[양형석 기자]
도로공사가 안방에서 흥국생명을 꺾고 길었던 6연패의 늪에서 벗어났다.
김종민 감독이 이끄는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는 17일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5-23,21-25,25-22,19-25,15-11)로 승리했다. 지난 11월 18일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전 3-2 승리를 끝으로 내리 6연패를 당하며 6위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던 도로공사는 지난 시즌 챔프전 상대팀 흥국생명을 꺾으며 승점 2점을 챙겼다(4승12패).
도로공사는 배유나가 블로킹 4개를 포함해 50%의 공격성공률로 25득점을 기록하며 도로공사의 승리를 이끌었고 외국인 선수 반야 부키리치가 21득점, 아시아쿼터 타나차 쑥솟이 17득점으로 뒤를 이었다. 이날 도로공사는 공격성공률에서 37.16%로 36.96%의 흥국생명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리시브 효율에서 54.17%로 27.84%의 흥국생명에 크게 앞섰다. 도로공사는 리그에서 가장 리시브를 잘하는 임명옥 리베로와 문정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 임명옥 리베로와 문정원은 리그 최고의 수비 콤비로 두 번의 챔프전 우승을 이끌었다. |
ⓒ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
도로공사는 2016-2017 시즌이 끝난 후 FA시장에서 IBK기업은행 알토스에서 3번의 챔프전 우승을 경험한 젊은 공격수 박정아(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를 영입했다. 대표팀에서 서브리시브에 참여하는 박정아는 도로공사 이적 후에도 서브리시브에 참여하는 아웃사이드히터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박정아의 서브리시브는 김종민 감독을 만족시키지 못했고 김종민 감독은 너무 늦지 않게 묘수를 찾아냈다.
도로공사가 찾아낸 방법은 박정아의 서브리시브를 면제시켜주고 임명옥 리베로와 리시브형 아포짓 스파이커 문정원에게 서브리시브를 책임지게 하는 것이었다. 단 두 사람이 코트 전체를 커버하며 리시브를 받아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빠른 발과 순발력, 높은 집중력을 두루 겸비한 임명옥 리베로와 문정원은 '2인 리시브'라는 어려운 미션을 완벽히 수행했다. 그 덕에 박정아는 수비 부담 없이 공격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다.
임명옥 리베로와 문정원의 헌신 덕분에 대형공격수 박정아의 장점을 극대화한 도로공사는 2017-2018 시즌 프로 출범 후 첫 통합우승을 기록했다. 도로공사는 지난 시즌에도 챔프전에서 흥국생명에게 2패 뒤 3연승을 거두는 '리버스 스윕'을 달성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임명옥 리베로는 2019-2020 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네 시즌 연속 리시브 1위를 차지했고 문정원 역시 최근 다섯 시즌 동안 네 번이나 리시브 순위 3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그렇게 리그 최고의 리시브 콤비로 활약하던 임명옥 리베로와 문정원은 지난 시즌이 끝난 후 변화를 맞았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은 박정아가 거액을 받고 페퍼저축은행으로 이적한 것이다. 박정아를 떠나 보낸 도로공사는 아시아쿼터로 태국 국가대표 출신의 아포짓 스파이커 타나차를 지명했고 이어진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도 세르비아 출신의 아포짓 스파이커 부키리치를 선택했다.
부키리치는 도로공사가 대학교 졸업 후 첫 번째 프로 무대일 만큼 해외리그 경력은 일천하지만 198cm로 7개 구단 외국인 선수 중 가장 큰 신장을 자랑한다. 메레타 러츠나 켈시 페인처럼 '육성형 외국인 선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지명이었다. 아시아쿼터 타나차는 2000년생의 젊은 선수로 180cm의 준수한 신장에 아포짓 스파이커와 아웃사이드히터를 두루 소화할 수 있는 태국의 차세대 스타다.
▲ 도로공사가 2인 리시브를 사용하면 타나차는 지난 시즌의 박정아처럼 공격에만 전념할 수 있다. |
ⓒ 한국배구연맹 |
박정아가 있던 시절에 사용했던 도로공사의 2인 리시브는 수비가 약한 토종에이스를 보호하고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일종의 '변칙'에 가까운 작전이었다. 사실 팀이 안정된 전력을 꾸려 가기 위해서는 리베로와 함께 두 명의 아웃사이드히터가 모두 서브리시브에 참여하는 것이 정석이다. 김종민 감독이 시즌 초반 타나차를 아웃사이드히터 포지션으로 활용하면서 3인리시브로 돌아가려 했던 이유다.
하지만 타나차는 공격에서 보여주는 범상치 않은 능력에 비해 서브리시브에서는 김종민 감독이 기대한 만큼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타나차는 16.32%의 리시브 점유율을 기록해 18.4%의 효율에 그치며 수비에서는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박정아와 캐서린 벨까지 경험 많은 공격수 두 명이 한꺼번에 빠진 도로공사에서 리시브가 흔들리면 이윤정 세터가 경기를 풀어갈 수 있는 방법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게 도로공사는 리시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6연패의 깊은 수렁에 빠졌다. 타나차 대신 다른 국내 선수를 넣으려 해도 전새얀의 리시브 효율이 24.38%, 고의정의 리시브효율이 27.27%로 타나차에 비해 큰 장점을 보이지 못했다. 결국 김종민 감독은 6연패를 당했던 지난 13일 정관장과의 경기부터 임명옥 리베로와 문정원에게 리시브를 맡기는 '2인 리시브'로 돌아왔고 도로공사는 두 번째 경기였던 17일 흥국생명전에서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도로공사는 이날 45.83%의 리시브점유율을 책임진 문정원이 61.36%, 28.13%의 점유율을 기록한 임명옥 리베로가 무려 81.48%의 리시브 효율을 기록하며 완벽에 가까운 서브리시브를 기록했다. 리시브가 안정적으로 올라오니 이윤정 세터의 토스 역시 더욱 날카롭고 다양해질 수 있었다. 임명옥 리베로와 문정원은 이날 69.01%의 리시브 효율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50개의 디그를 합작하며 물 샐 틈 없는 수비를 선보였다.
임명옥 리베로와 문정원이 서브리시브를 책임지면서 가장 수혜를 입은 선수는 역시 타나차였다. 타나차는 이날 41.03%의 성공률로 17득점을 기록하면서 공격에서 크게 기여했다. 물론 도로공사의 2인 리시브가 일시적인 것인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지는 오직 김종민 감독만 알고 있다. 하지만 현재 V리그 여자부에서 2인 리시브 사용 여부를 두고 고민할 수 있는 구단은 리그 최고의 수비수 2명을 보유한 도로공사뿐이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윤 대통령의 반도체 아카데미, 실상은 1주일짜리 단기견학
- "검찰의 심장부에 들어가 '윤석열 쿠데타' 목격했다"
- [단독] 선대인과 '배터리 아저씨' 박순혁, 금융개혁 신당 만든다
- '새로운선택' 창당식 화려한 축하객, 그중 성공 열쇠 쥔 사람
- 외국인이 차 싣고 국경 넘는데 아무도 검사를 안했다
- 한 달 체육관 사용료가 만 원, 재미가 쏠쏠합니다
- '가짜 농사 이야기' 읽어주셨던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 김종인 "대통령이 위에 있는데 한동훈이 뭘 하겠나"
- "사랑한다, 아들아. 밥 먹어라" 80년 걸린 문자
- 말썽많은 윤 대통령 해외순방, 내년엔 이렇게 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