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팬 '테러'에도 의연했다…야유∙불운 웃어넘긴 황대헌
야유도, 불운도 웃어넘겼다. 2022 베이징 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황대헌(24·강원도청)이 험난한 시즌을 헤쳐가고 있다.
황대헌은 17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끝난 KB금융컵 국제빙상경기연맹 쇼트트랙 월드컵 4차대회에서 은메달 1개를 따냈다. 16일 열린 1000m에서 2위에 올랐고, 17일 500m에선 준결승 레이스 도중 기권했다. 남자 계주는 4위, 혼성 계주는 3위에 머물러 '노골드'로 마쳤다.
황대헌은 베이징 올림픽 이후 1년 휴식을 선택했다. 선발전 도중 몸 상태가 나빠 포기했다. 그리고 올해 4월 선발전에서 여유있게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러나 기대에 미치는 성적은 내지 못하고 있다. 4번의 대회에서 4개의 메달(금 1, 은 3)로 종합 랭킹 9위에 머물렀다.
악재도 이어졌다. 지난 8~1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월드컵 3차 대회 도중에는 중국 팬들로부터 '테러'를 당했다. 숙소까지 찾아온 중국인들은 일부러 엘리베이터를 먼저 보냈는데도 타지 않았다. 위협을 가한 건 아니지만 불안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안중현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은 "엘리베이터에서 다른 중국 선수의 이름을 언급했다"고 말했다. 중국 귀화를 택한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으로 추정된다. 한국 선수단이 ISU에 항의를 한 뒤 선수 보호조치가 내려졌지만, 제대로 경기를 하긴 어려웠다. 결국 황대헌은 3차 대회를 노메달로 마쳤다.
이번 대회에선 운이 따르지 않았다. 1000m 결승에선 결승선을 통과하며 날 내밀기를 했으나 스티븐 뒤부아(캐나다)에게 0.014초 뒤졌다. 500m 준결승에선 헝가리에서 중국으로 귀화한 산도르 형제와 치열하게 몸싸움을 벌이다 넘어져 스케이트 날이 손상됐다. 결국 한 바퀴를 돈 뒤 경기를 포기했다.
하지만 황대헌은 의연했다. 황대헌은 중국 관중들에 대한 질문에 "받아들이려고 했다. 중국 팬들이 응원하는 선수는 모두 달랐지만, 싫어하는 선수는 (나)한 명으로 같았다. 반대로 생각했다. 모두가 날 응원해준다는 생각으로 버텼다"고 밝혔다.
500m 레이스에 대해서도 "모든 종목이 치열하겠지만 500m는 스타트에서 순위가 결정되는 일이 많다. 그래서 출발할 때 다른 종목보다 거친 몸싸움이 생긴다. 스케이트에 문제가 없었다면 좋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미소지었다.
황대헌의 경기력은 1년 전과 비교해 완벽하지 않다. 베이징올림픽 당시 선두로 나서 끝까지 달렸던 모습을 기대할 순 없다. 하지만 점점 나아지고 있다. 1000m 결승에선 한 바퀴 반을 남기고 5위에서 2위까지 치고나가는 저력을 발휘했다. 500m 준결승 탈락 이후 치러진 B파이널에서도 특유의 스피드를 선보였다. 무엇보다 강한 멘털은 여전하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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