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모금]"양자컴퓨터, 불치병 예방·치료 가능하다"
편집자주 -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컴퓨터 성능은 18개월마다 두 배씩 향상된다는 ‘무어의 법칙’이 작용해왔지만, 어느덧 한계에 봉착했다. 컴퓨터 성능은 마이크로칩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 수에 비례하는데 더 이상의 공간을 내기 어려운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는 양자컴퓨터가 떠오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는 양자컴퓨터를 대안으로 제시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전망한다. 이산화탄소를 고부가가치 물질로 만들고, 비료생산에 녹색혁명을 일으켜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알츠하이머와 파킨슨병 등 난·불치병 치료법 마련에도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우리는 실리콘 시대의 종말을 목격하는 산 증인이 될 것이며, 후-실리콘 시대(또는 양자 시대)의 서막을 현장에서 관람하는 첫 세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 21쪽
양자컴퓨터의 발목을 잡는 문제점은 파인먼이 기본개념을 처음 제안할 때부터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양자컴퓨터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큐비트를 구성하는 원자들이 일제히 같은 모드로 진동하도록 배열되어야 한다(이런 상태를 ‘결맞음coherence’이라 한다). 그러나 원자는 워낙 작고 예민한 물체여서, 외부로부터 불순물이나 교란이 조금이라도 개입되면 그 즉시 원자의 배열은 결어긋남decoherence(결깨짐) 상태로 붕괴되고, 계산은 엉망진창이 되어버린다. 바로 이것이 양자컴퓨터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이다. 자, 여기서 1조 달러짜리 질문을 던져보자. 우리는 양자컴퓨터의 결어긋남을 제어할 수 있을까? - 24~25쪽
두 물체가 결맞음 상태에 있으면(동일한 패턴으로 진동하면) 둘 사이의 거리가 아무리 멀어져도 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요즘 물리학자들은 이 현상을 ‘얽힘entanglement’이라는 용어로 부른다. 바로 이것이 양자컴퓨터의 핵심원리이다. 서로 얽혀 있는 큐비트는 거리가 멀어져도 상호작용을 할 수 있으며, 이로부터 막강한 계산 능력이 발휘된다. - 80쪽
지금은 배터리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수백 가지 화학물질을 일일이 테스트하고 있지만, 양자컴퓨터가 있으면 이 모든 실험을 훨씬 빠르게 실행할 수 있다. 물론 실제 실험실이 아닌 가상공간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비용도 크게 절감된다. 광합성이나 질소고정 시뮬레이션처럼, 양자컴퓨터로 진행되는 ‘가상화학virtual chemistry’은 화학 실험실에서 지루하게 반복되는 시행착오를 크게 줄여줄 것이다. -184쪽
기존의 디지털 컴퓨터로 페니실린 분자를 분석한다면, 훗날 자신의 모든 연구를 제자에게 인수인계하고 은퇴할 각오를 해야 한다. 실제로 이 작업을 수행하려면 1086비트에 달하는 컴퓨터 메모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양자컴퓨터에게 이 정도는 일상적인 계산에 불과하다. 신약을 개발하고 약의 작용 원리를 분자 수준에서 분석하는 것이 양자컴퓨터의 주 업무가 될지도 모른다. - 205쪽
암과의 전쟁에서 양자컴퓨터를 이용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액체생검에 적용하여 종양이 형성되기 몇 년 전에 암세포를 조기 발견할 수도 있고, 모든 국민의 욕실에 부착된 센서로부터 매일 전송되는 생체 데이터를 분석하여 암세포를 골라내거나 거대한 게놈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수도 있다.
암이 일정 크기 이상으로 자라난 경우에는 양자컴퓨터를 이용하여 수백 종의 암 중에서 해당 암세포만 골라서 공격하도록 면역체계를 수정할 수도 있다. 유전자 치료와 면역요법, 그리고 크리스퍼에 양자컴퓨터를 결합하여 암 유전자를 정확하게 자르거나 붙여넣으면 부작용 없는 면역요법이 가능해진다. 또한 대부분의 암은 p53 같은 몇몇 유전자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므로, 양자컴퓨터를 이용한 유전자 치료를 통해 암을 조기에 차단할 수도 있다. - 237쪽
양자컴퓨터는 엄청난 계산 능력을 보유했지만 실수로부터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기능은 없다. 그러나 양자컴퓨터에 신경망을 탑재하면 계산을 반복할 때마다 성능이 향상되므로 더욱 빠르고 효율적으로 문제를 풀 수 있다. 이와 비슷하게 인공지능은 실수로부터 배우는 능력이 있지만 복잡한 문제를 풀기에는 계산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그러나 양자컴퓨터로 보완된 인공지능은 그동안 발목을 잡아왔던 난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 242~243쪽
양자컴퓨터의 미래 | 미치오 카쿠 지음 | 박병철 옮김 | 436쪽 | 2만48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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