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를 상징하는 단 하나의 공간 [가자, 서쪽으로]
[김찬호 기자]
일본의 북쪽 끝, 왓카나이에서 남쪽으로 내려왔습니다. 홋카이도 제2의 도시, 아사히카와에서 하루를 쉬었습니다. 제가 있는 동안 아사히카와에는 폭설이 내렸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겨울이고 눈이긴 했지만, 그래도 엄청난 눈이었습니다.
나중에 뉴스를 보니 당시 24시간 적설량이 41cm를 넘었다고 하더군요. 홋카이도에서도 기록적인 폭설이었습니다. 앞을 보기 어려울 정도의 폭설에, 다음날 움직여야 하는 철도 사정이 걱정이었습니다. 눈이 많이 오면 열차가 크게 지연되거나 취소될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 눈이 내리는 아사히카와 |
ⓒ Widerstand |
그나마 제설과 인프라 유지에 신경을 많이 쓰기 때문에 이 정도 수준의 신뢰성을 유지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HBC홋카이도방송의 보도에 따르면, JR 홋카이도는 지난 겨울 강설 대응에 60억 엔을 지출했습니다.
▲ 아바시리로 향하는 기차 |
ⓒ Widerstand |
아바시리 감옥은 1890년에 처음 만들어진 수용 시설입니다. 홋카이도에 개척사가 설치된 것이 1869년이었고, 이것이 홋카이도 도청으로 바뀐 것이 1886년입니다. 그러니 당시는 정부 주도의 홋카이도 개척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던 때였습니다.
홋카이도 북방 아바시리에 감옥이 설치된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도쿄에서 먼 외지로 수감자들을 보내는 동시에, 홋카이도 개척에 수감자들을 동원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일본 정부는 수감자들을 홋카이도 횡단 도로 건설에 투입했습니다. 춥고 가혹한 현장에서 별다른 보호 조치도 없이 작업은 계속됐습니다.
원시림을 뚫고 220km의 도로를 만드는 데 8개월이 소요됐습니다. 작업 현장에서 200여 명의 수감자가 사망했습니다. 동원된 수감자 6명 중 1명이 사망한 것입니다. 작업을 관리하는 간수 중에서도 사망자기 나왔습니다.
▲ 도주를 막기 위해 수감자들은 눈을 가리고 작업장으로 압송되었다. |
ⓒ Widerstand |
수감자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나중에는 일본의 다른 지역에서 노동자를 데려오기도 했죠. 이런 노동자들은 현지에서는 다코(他雇)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다코 노동자는 알선업자들에 의해 임금을 받고 노동을 하러 온 이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계약 조건은 매우 불리했고, 노동 조건도 열악했습니다. 이들은 도주하지 못하게 사실상 감금당한 상태에서 노역에 동원되었습니다.
▲ 아바시리 감옥 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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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홋카이도의 원주민인 아이누인에게 '개척'은 곧 탄압이었습니다. 1899년 일본은 '홋카이도 구 토인 보호법'을 제정해 아이누 문화를 강력히 탄압했죠. 이 법에 따라 아이누인은 일본 복식을 입고 일본어를 사용하도록 강요받았습니다. 일본의 국가 행사에 참여가 강제되었고, 덴노에 대한 충성 맹세를 암송하도록 했습니다.
▲ 아바시리 감옥에 만들어진 사당 |
ⓒ Widerstand |
그런 의미에서라면, 홋카이도라는 섬을 상징하는 단 하나의 공간을 꼽으라면 아바시리 감옥을 골라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박물관 안내판에서 아바시리에서 전기가 처음 들어온 것이 아바시리 형무소였다는 사실을 보고, 저는 그리 놀라지 않았습니다.
▲ 아바시리 감옥 |
ⓒ Widerstand |
꼭 일본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입니다. 근대라는 시대를 거쳐 온, 우리를 포함한 모든 이들에게 아바시리 감옥은 질문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세계는 그 역사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는지를 묻고 있었습니다. 근대의 불빛뿐 아니라 그림자까지 우리의 것임을 알고 있는지 묻고 있었습니다.
지난 한 해 바다 건너 한국에서 들려온 소식들을 찬찬히 곱씹어 봅니다. 저는 결국 그 질문에 답을 내릴 수 없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개인 블로그, <기록되지 못한 이들을 위한 기억, 채널 비더슈탄트(CHwiderstand.com)>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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