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열사 '쌈짓돈' 빌려쓴 쿠팡·네이버…지난해 5000억 차입
금융업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금융계열사에서 거액의 운용자금을 차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플랫폼 기업들이 계열사를 동원해 자금 조달 시장에서도 우위를 점하면 플랫폼 독점력이 커지고 금융·산업자본 분리 원칙도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대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 등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계열 금융사 쿠팡페이로부터 운영자금 명목으로 4000억원을 빌리는 기존 계약을 연장했다.
쿠팡페이는 쿠팡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핀테크 자회사다. 이는 동일인(총수)이 비영리법인인 농협을 제외하면 대기업집단 82개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대기업집단이 공시한 지난해 계열 금융사와 비금융사 간 자금 거래 규모는 총 2조4500억원으로 이중 농협을 제외한 영리 목적 자금 대여는 6900억원 정도다.
농협경제지주는 지난해 농협은행 등으로부터 1조7600억원을 차입했는데 이는 정부의 벼 매입 대행 사업 등을 위한 것으로 영리 목적 운영자금 차입과 구분된다.
최근 대기업집단의 계열금융사-비금융사 간 자금 거래는 상대적으로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스노우·네이버클라우드가 네이버파이낸셜로부터 750억원의 운영자금을 빌렸다. 영리 목적의 자금으로는 쿠팡·삼성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쿠팡과 네이버의 금융계열사 자금 거래 규모는 농협을 제외한 전체 대기업 내부자금 거래의 69%에 달한다.
쿠팡은 2021년에도 쿠팡페이로부터 4000억원을 빌려 대기업집단 중 영리 목적의 자금 차입 규모가 가장 컸다. 네이버도 같은 해 스노우·크림·네이버클라우드가 네이버파이낸셜로부터 1500억원을 차입했다. 쿠팡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거래 규모였다.
대기업집단 비금융사와 금융사 간 자금 거래가 그 자체로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거래 규모가 커지면 금산분리 원칙이 훼손되고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이에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의 비금융·금융 계열사 간 자금 거래를 매년 공개하고 있다. 특수관계인의 부당한 이익 편취 가능성을 예방하려는 목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대기업 집단의 자금 내부 거래가 플랫폼 산업의 독점력 확산을 가속하는 촉매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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