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혈액 기부해 생명 살리는 헌혈, 건강한 16~69세 누구나 할 수 있죠
몸이 아픈 사람들을 돕는 방법은 여러 가지예요. 돈이나 물품을 기부하거나 봉사활동을 할 수 있죠. 그중 가장 직접적인 도움은 건강한 사람이 자기 혈액을 무상으로 기부하는 ‘헌혈’입니다. 혈액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하지만 아직 인공적으로 만들지는 못해 출혈이 심한 사고를 당하거나 병에 걸려 피가 부족한 환자들은 다른 사람의 피를 수혈해야 하죠. 피를 뽑기 위해 잠깐의 주삿바늘의 따끔함만 참으면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혈액 사업은 6·25전쟁 이후 시작됐어요. 6·25전쟁 중 발생한 전상자들은 미국에서 가져온 혈액으로 수혈했죠. 휴전 후, 1954년 평시에도 혈액을 공급할 수 있도록 국립혈액원이 설립됐고, 1958년 대한적십자사에 인수되며 대한적십자사 혈액원(현 혈액관리본부)으로 운영됐어요. 자발적 헌혈과 혈액 무상 제공의 시초가 된 것은 1960년 4·19혁명입니다. 4·19혁명 다음 날, 부상자들에게 수혈할 혈액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들은 전국의 시민들이 헌혈하겠다고 병원으로 모여들며 헌혈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정착했다는 것을 보여줬죠.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는 전국 15개 주요 지역에 혈액원을 설치해 헌혈자 모집 및 관리, 채혈·제제·보존·공급·품질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관할 지역 내 헌혈의집·헌혈버스를 운영해요. 그중 서울 강서구 염창동 대한적십자사 서울중앙혈액원은 전국 2700여 개 의료기관 중 약 350곳에 혈액을 공급하며 이는 전국 최대 규모죠. 이곳을 찾은 소중 학생기자단이 제조관리부 최성환 부장, 제제팀 구옥희 팀장, 헌혈지원팀 서은진 팀장, 헌혈의집·헌혈버스에서 근무하는 김지혜 간호사와 함께 헌혈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습니다.
먼저 오윤서 학생기자가 “헌혈에도 종류가 있나요?”라고 물었어요. 사람의 혈액은 계속 생성되지만, 너무 어리거나 나이가 많으면 헌혈 시 몸에 큰 부담을 줄 수 있어 ‘혈액관리법’ 시행규칙으로 연령 등에 기준을 마련했죠. “헌혈은 만 16~69세 나이에 가능하며, 전혈헌혈과 성분헌혈으로 나뉘어요. 일반적으로 많이 하는 전혈헌혈(320㎖ 만 16~69세·400㎖ 만 17~69세)은 적혈구·백혈구·혈소판·혈장 등 혈액의 모든 성분을 한꺼번에 헌혈하는 거예요. 성분헌혈은 성분채혈기를 이용해 혈소판·혈장만 분리하고 나머지 혈액 성분은 헌혈자에게 되돌려 주죠. 혈장성분헌혈(500㎖ 만 17~69세)·혈소판성분헌혈(250㎖ 만 17~59세)·혈소판혈장성분헌혈(혈소판 250㎖·혈장 300㎖ 만 17~59세)등이 있어요.”(김)
“어떤 혈액형 사람들이 헌혈을 가장 많이 하나요?” 이유민 학생기자의 질문에 구 팀장이 혈액형이 무엇이냐고 물었죠. 소중 학생기자단 모두 A형이었어요. 구 팀장은 “A형은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혈액형이고, 헌혈자 혈액형도 마찬가지죠. 2022년 헌혈건수를 보면 Rh+ 기준 A형 89만8562건, O형 72만9248건, B형 70만5547건, AB형 30만3982건에요”라고 말했어요. “만약 특정 혈액형의 혈액이 모자랄 경우, 헌혈을 1번 이상 한 헌혈자에게 문자를 보내고, SNS 이벤트를 통해 헌혈 참여를 부탁해요. 1분 1초가 급하거나 대량으로 혈액이 필요할 경우 TV 방송에 실시간 자막을 내기도 하죠. 2018년 총 헌혈건수는 288만3270건이었는데 지난해에는 264만9007건이었어요. 점점 출산율은 낮아지고 사망률은 높아져 헌혈 인구수가 줄고 있는데요. 그만큼 많은 사람이 여러 번 헌혈하는 게 중요해졌죠.”(서)
헌혈을 하려면 가까운 헌혈의집·헌혈버스 등에 방문하면 됩니다. “올해 11월 기준 대한적십자사가 운영하는 전국 헌혈의집은 154개, 헌혈버스는 92개예요. 혈액관리본부 홈페이지나 ‘레드커넥트’앱을 통해 위치와 운영 정보를 확인할 수 있죠.”(서) 소중 학생기자단이 김 간호사를 따라 서울중앙혈액원 내 헌혈의집으로 이동했습니다. “헌혈의집·헌혈버스에 방문하는 모든 사람이 헌혈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신분증으로 본인 확인 뒤 문진을 통해 현재 체온·혈압·몸무게·복용 약·빈혈 여부·질환 유무·혈액 비중 등을 검사해 헌혈 가능 여부를 알아야 하죠. 헌혈이 가능하면 헌혈자가 원하는 헌혈 종류를 골라요.”
김 간호사의 설명을 들은 윤서 학생기자가 사전 검사하는 이유를 물었어요. “헌혈자가 건강한 혈액을 안전하게 헌혈하기 위해서죠. 혈액에 문제가 발견되면 환자에게 쓰기 어려워 사전에 이를 방지하는 거예요. 전혈헌혈 400㎖의 경우 피 뽑는 시간은 최대 15분입니다. 그 이상 넘어가면 혈액이 굳어버려 사용할 수 없게 되죠. 빠르게 피를 뽑기 때문에 잠시 어지럼증이 생길 수 있는데요. 헌혈 후 헌혈한 곳에서 15분 이상 휴식을 취해야 해요. 어지럼증이 심하면 간호사에게 증상을 말하고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조치를 받아야 합니다. 헌혈 전날 7~8시간 이상 잠을 자고, 헌혈 당일엔 가볍게라도 식사를 꼭 하고 건강한 상태로 와야 해요. 충분히 수분 섭취도 하고요.”
마침 전혈헌혈 중이던 한 20대 남성이 “집과 가까워서 평소에도 헌혈을 자주 한다”며 “넉넉하게 1시간 정도 투자하면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했죠. 실제 헌혈 모습을 본 윤서 학생기자가 “헌혈로 인한 부작용이 있는지” 질문했어요. “몸무게가 60㎏인 성인 남성 몸엔 1.5ℓ 콜라병 3개 정도의 혈액이 있어요. 전혈헌혈의 경우 연령·몸무게 등에 따라 320·400㎖ 혈액을 뽑는데 전체 혈액량의 10%도 안 되는 양이에요. 우리 몸은 전체 혈액량의 15% 정도를 비상시 대비 여유분으로 가지고 있어 이를 활용해 헌혈하는 것이라 부작용이 없죠. 다만 헌혈하면 철분이 부족해질 수 있고 몸에 혈액을 채우는 기간이 필요해요. 전혈헌혈을 한 경우 8주 후, 성분헌혈은 2주 후 같은 요일부터 다음 헌혈이 가능합니다.”(최)
“혈액들은 채혈 후 8시간 이내에 성분별로 분리해 제제 제조를 완료해야 하기 때문에 헌혈 현장에서 혈액원으로 보통 하루 4번 옮겨집니다. 그대로 공급되기도 하지만, 전혈은 다양한 혈액제제의 원료로도 쓰여요.” 구 팀장의 설명과 함께 혈액제제(혈액을 원료로 제조한 의약품)를 만드는 과정을 살피기 소중 학생기자단이 제제실로 이동했습니다. “혈액제제는 주로 1·2차 원심 과정을 거치는데, 1차 원심은 전혈을 혈소판 풍부혈장과 적혈구(농축적혈구)로 나누는 거죠. 전혈을 혈액제제 제조용 냉장원심분리기에 넣고 혈액 성분 비중의 차이를 이용해 원심력으로 성분을 분리해요. 혈소판 풍부혈장은 2차 원심 과정을 거쳐 혈소판(농축혈소판)과 혈장(신선동결혈장)으로 완전히 분리되죠. 전혈과 농축적혈구는 1~6도에서 보관하며 유효기간은 35일이에요. 성분헌혈 혈장과 신선동결혈장은 -18도 이하에서 1년 이상 보관, 혈소판·농축혈소판은 20~24도서 120시간 보관 가능하죠.”
제제실에서 여러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혈액제제들은 어떤 사람들에게 필요할까요. “혈액제제는 12가지 품목이 있는데, 그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적혈구제제인 농축적혈구, 혈소판제제인 농축혈소판, 혈장제제인 신선동결혈장입니다. 사고, 수술로 인한 출혈이나 빈혈 등으로 산소 운반 능력과 혈액량 보충이 요구될 때 적혈구제제를 사용해요. 혈소판제제는 빈혈 등의 환자, 농축혈소판은 혈소판이 부족한 사람과 혈소판을 만드는 몸의 기능에 문제가 있는 백혈병·암 환자들에게 필요하죠. 혈장제제는 출혈 시 외부로 나온 혈액을 빠르게 굳히는 응고인자 성분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사용됩니다.”(구)
혈액제제들은 각종 의료기관에 공급되기 전 공급팀에 보관됩니다. 구 팀장이 안내한 공급팀에선 사람들이 분주하게 혈액들을 나르고, 혈액공급차량에 싣고 있었어요. “이곳은 365일 24시간 운영돼요. 담당자들이 혈액제제 보관용 냉장·냉동고가 제대로 작동되는지, 기계 안 혈액에 이상은 없는지 수시로 확인하죠. 만약에 대비해 1분 단위로 전자적 온도 체크하는 통합온도관리시스템을 운영해요. 적정온도를 벗어나면 부저가 울려 담당자가 바로 확인할 수 있죠. 보관 혈액은 하루 6차례 정기 공급 및 수시로 의료기관 요청을 받아 공급합니다. 공급 전 담당자들은 혈액을 꺼내 혈액형·혈액번호·제제명·혈액량·채혈일자(유효기간) 등이 적힌 라벨을 다시 한번 체크하죠.”
윤서 학생기자가 “서울에서 헌혈한 피는 서울에서만 사용되나요?”라고 물었어요. “그렇지 않아요. 서울에 큰 병원이 많고 환자도 많잖아요. 서울에서 구할 수 있는 혈액만으로는 부족해 전국 혈액원끼리 서로 필요한 만큼 혈액을 주고받죠.”(구) 유민 학생기자는 “헌혈하면 좋은 점이 뭔지” 궁금해했죠. “헌혈자는 헌혈 후 소정의 기념품을 받아요. 사전 검사로 본인의 건강 여부도 체크할 수 있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누군가의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이에요. 헌혈은 수혈이 필요한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에요. 소중 학생기자단 여러분도 나이가 되면 헌혈로 아픈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보람을 느껴봤으면 좋겠어요.”(김)
■ 헌혈에 대한 오해와 진실
「 Q. 헌혈을 하면 몸이 나빠진다?
A. 우리 몸속 혈액량은 성인 남자의 경우 체중의 8%, 여자는 7% 정도예요. 체중 60㎏ 성인 남자의 혈액량은 약 4800㎖, 50㎏ 여자는 3500㎖ 정도죠. 우리 몸은 전체 혈액량의 15% 정도를 비상시에 대비해 여유로 가지고 있어 약 10%인 320·400㎖ 전혈헌혈을 하더라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건강에 이상이 없어요.
Q. 헌혈을 하면 다이어트가 된다?
헌혈량만큼 혈액이 빠지니 일시적으로 체중이 감소할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 몸은 신체 내·외부의 변화에 대한 조절능력이 있어 조직에 있던 체액이 바로 혈관 내로 이동하고 음식·수분 섭취 등을 해서 혈액을 계속 만들기 때문에 1~2일 정도 지나면 혈액순환 및 혈액량이 회복됩니다.
Q. 헌혈은 횟수 제한이 없다?
전혈헌혈의 경우 8주 후, 성분헌혈 시 2주 후 같은 요일부터 다음 헌혈이 가능해요. 단, 과거 1년 이내 전혈헌혈 횟수가 5회면 전혈헌혈이 제한되고, 성분헌혈 횟수가 24회면 혈소판과 혈소판혈장성분헌혈이 제한되죠.
Q. 헌혈 주삿바늘을 통해 질병에 걸릴 수 있다?
헌혈에 사용하는 주삿바늘 등 모든 의료기기는 무균 처리된 일회용 제품이에요. 사용 후 바로 모두 폐기하기 때문에 헌혈을 했다고 질병에 감염될 위험은 없습니다.
」
■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 서울중앙혈액원 취재를 통해 헌혈 과정을 알게 됐습니다. 그 과정을 보면서 헌혈의 중요성을 느끼게 됐어요. 헌혈이 꼭 필요한 사람이 있는데 헌혈을 하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해서 안타까웠죠. 저도 헌혈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어린 소중 친구들도 고등학생이 되면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헌혈을 해 보는 건 어떨까요.
오윤서(서울 원명초 6) 학생기자
이번 취재로 가장 많이 느낀 건 바로 헌혈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취재 전에는 도대체 헌혈이 얼마나 중요해서 다들 헌혈을 해야 한다고 하는지 몰랐는데, 헌혈은 생명을 살리는 소중한 일이라는 것을 확실히 깨닫게 됐죠. 서울중앙혈액원에서 헌혈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혈액 속에 여러 성분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헌혈 혈액에 유효기간이 있다는 점도 신기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사고나 수술로 인해 수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혈액을 공급하는 일은 참 어려운 것 같았어요. 저도 만 16세가 되면 헌혈을 해서 다른 사람의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유민(서울 대모초 4) 학생기자
」
글=박경희 기자 park.kyunghee@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대한적십자사 서울중앙혈액원, 동행취재=오윤서(서울 원명초 6)·이유민(서울 대모초 4)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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