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상장사 외면에 코스닥 시장 탈출 ‘러시’
올해만 7곳 이탈에 나스닥행 눈길...“기업 발굴노력 계속”
코스닥이 테마주 장세에 힘입어 올해 들어 활황을 나타냈지만 코스피로 짐을 싸는 기업들이 잇따르면서 시장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장 매력도가 떨어지며 대표 기업들이 줄줄이 코스닥을 등지고 있는 가운데 경쟁력 악화가 불가피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높아진 투자 열기에도 새해에는 코스닥시장의 투자 열기가 꺾이고 다시 침체기에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코스닥시장의 일 평균 거래대금은 지난 15일 기준 10조97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9조5990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코스닥시장의 전체 시가총액(418조원)은 코스피시장(2052조원)의 약 20%에 불과하다. 코스피의 거래대금이 코스닥보다 많은 것이 일반적이지만 올해는 2차전지 등 테마주 열풍에 코스닥이 코스피를 앞서는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졌다.
이에 지난 1996년 코스닥 시장 출범 이래 처음으로 연간 코스닥 거래 대금이 코스피를 역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코스피로 이전 상장을 추진하는 ‘탈코스닥’ 행렬이 잇따르고 있어 앞으로 투자 열기가 지속될지 미지수다.
거래소는 지난 12일 포스코DX가 제출한 유가증권시장 이전상장 예비심사 신청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포스코DX는 코스닥시장 상장폐지 절차를 밟은 뒤 내년 1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지난 10월 26일 이전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한 엘앤에프도 이달 심사 결과를 받은 후 내달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역시 셀트리온과 합병되면서 코스닥시장 이탈을 앞두고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오는 18일부터 거래정지에 들어가고 내달 12일 셀트리온과 합병된 신주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올해 들어 SK오션플랜트·비에이치·NICE평가정보 등 3곳이 코스닥을 떠나 코스피로 이전 상장을 마쳤다. 현재 코스피 이전상장을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HLB까지 추가하면 코스닥에서 짐을 싸는 기업만 7곳에 달한다.
지난 15일 기준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 3위에 올라 있다. 이어 포스코DX(4위)와 엘앤에프(5위), HLB(6위)도 모두 코스닥 시총 상위 종목들에 해당한다. 코스닥 시총 10위권 내에서 무려 4곳이 코스피로 이전하는 것이다.
코스닥 기업들이 이전을 추진하는 이유는 우량기업이 다수 포진해 있는 코스피로 이사하면 기업의 대외신인도가 한층 더 개선되면서 자금 조달에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코스닥보다 거래 규모도 큰 만큼 더 많은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릴 수 있고 코스피200 등 주요 지수에 편입될 경우 기관과 외국인의 투자자금 유입에 따른 수급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
코스닥 종목은 유동성이 부족해 공매도 공격을 받을 때 코스피보다 주가 하락폭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도 있다.
이에 HLB 주주 등은 기업·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이전 상장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해왔다. 금융당국이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를 금지했지만 한시적인 조치가 풀리게 되면 투자자들의 이전 상장 요구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코스닥에서 미국 나스닥행으로 눈을 돌리는 유망 비상장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야놀자’의 경우, 지난 2020년 미래에셋·삼성증권을 기업공개(IPO) 주관사로 선정하면서 코스닥 상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나스닥으로 발길을 돌렸다.
지난 8일(현지시간)에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전광판에 알렉산더 이브라힘 야놀자 신임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선임을 축하하는 메시지가 뜨는 등 본격적인 IPO 절차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거래소는 코스닥이 ‘2부리그’라는 인식을 탈피하고 해외시장과 비교해서도 상장 매력도를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과 고민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거래소 한 관계자는 “코스닥 쪽에서 계속 성장성 있는 유망 기업들과 접촉하면서 상장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기업들을 코스닥으로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제가 있는 업체를 상장시킬 경우 시장에 악영향만 주기 때문에 좋은 기업 발굴과 상장제도 개선에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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