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환경 전략적 대응”…제약사들 군살 빼고 ‘선택·집중’

신대현 2023. 12. 1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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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자료사진

계속되는 경기 침체와 경영 악화로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사업부를 폐지하거나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을 축소하고 인원 감축을 단행하는 등 ‘선택과 집중’을 통한 경영 개선에 나섰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급변한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한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노바티스는 지난해 호흡기 사업부 폐지에 이어 녹내장, 결막염 등 안과 질환 치료제 9개 품목을 제일약품에 넘기며 안과 사업부 직원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을 공표했다. 

노바티스와 국내 독점 판매 계약을 체결한 제일약품은 고안압증과 개방각 녹내장 치료제인 △엘라좁 △심브린자 △아좁트 △트라바탄 △이즈바 △듀오트라브와 알레르기성 결막염 치료제 △파제오 △파타데이 △파타놀 등을 내년부터 공급한다. 의약품 시장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이들 품목의 지난해 매출은 250억원이다.

앞서 노바티스는 지난해 글로벌 조직 개편을 통해 제약사업부와 항암사업부를 통합하는 등 대대적인 조정에 들어갔으며, 제네릭(복제약) 사업부인 산도스 분사를 결정했다. 8000명 규모의 인원 감축도 단행했다. 노바티스의 핵심 분야인 심혈관, 혈액암, 고형암, 면역학, 신경과학 등을 제외한 나머지 신약 파이프라인도 일부 정리했다.

대신 노바티스는 신약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종근당이 개발 중인 저분자 화합물질 히스톤탈아세틸화효소6(HDAC6) 억제제 ‘CKD-510’의 개발과 상업화 권리를 확보했다. CKD-510은 유럽과 미국에서 진행한 임상시험 1상에서 안전성과 내약성을 입증 받은 바 있다. 초고가 혈액암 치료제 ‘킴리아’(성분명 티사젠렉류셀)에 이어 키메릭 항원 수용체(CAR)-T세포(CAR-T) 치료제의 신규 파이프라인 확보를 위해 중국의 레전드바이오텍이 개발 중인 세포치료제 ‘LB2102’에 대한 기술 계약도 체결했다.

노바티스가 군살을 떼고 선택과 집중을 택한 이유는 잘하는 것을 더 잘하기 위해서다. 한국노바티스 관계자는 쿠키뉴스의 서면질의에 “혁신의약품 중심의 제약기업으로 새롭게 도약하고 있는 본사의 전략적 방향과 향후 계획된 포트폴리오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녹내장과 알러지 제품군의 국내 독점 판매권을 외부 파트너사에 부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은 한국노바티스의 조직 구조를 본사의 전략적 방향과 일치시킴으로써 팬데믹 이후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국내 제약시장에서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해당 팀의 성과나 역량과는 무관하다”며 “핵심 치료 영역에서 파이프라인을 강화해 혁신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국화이자제약도 코로나 엔데믹을 계기로 대대적인 인력 감축에 들어갔다. 화이자는 미국 본사의 인력 감축 계획에 따라 희망퇴직을 실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와 mRNA(메신저리보핵산) 백신인 ‘코미나티’의 매출이 급감하면서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국내 제약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GC녹십자는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 나는 등 경영부진을 겪고 지난달 전체 인원 10% 감축을 목표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GC녹십자는 올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 1조2217억원, 영업이익은 42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 6%, 영업이익은 59% 감소했다. GC녹십자는 조직 통폐합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유제약은 올해 약국과 의원 영업부서를 해체하고 내년부턴 해당 사업부를 영업대행사(CSO)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의약품 유통 플랫폼인 블루팜코리아를 운영하는 블루엠텍과 협업해 전국 병‧의원에 혈액순환 개선제 ‘타나민’,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뉴마코’ 등 주요 전문의약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e커머스본부도 신설했다. 유원상 유유제약 대표는 “보다 효율적인 영업 환경 구축을 완료했다”며 “의약품 e커머스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해 원가 절감과 이익 극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발맞춰 지난 13일부로 조직을 개편했다. 개편을 통해 사업개발본부, 바이오연구본부, 개발본부, L하우스(HOUSE) 공장, 품질본부, 경영지원본부 등 총 6개 본부 단위로 재편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각 본부를 책임경영 체계로 전환하고 사업 고도화와 전문성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새롭게 재편된 6개 본부는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 체제에서 각각 전문화된 기능을 수행한다. 안 사장은 “이번 조직 개편은 급변하는 사업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면서 각 영역별 역량을 올리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책임 경영을 강화해 회사의 중장기 성장 전략을 달성하고, 혁신적인 백신·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이처럼 영업조직을 손질하는 이유로 경영 효율화가 꼽힌다. 최근 경기 불황 여파로 상당수 제약사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연말연시 정기 인사 시기가 겹치면서 구조조정 바람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 악화 속에서 수익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조직을 개편하거나 사업을 축소하는 등 몸집 줄이기를 택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면서 “이러한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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