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셰일오일 '깜짝 증산'…사우디 감산 무력화 시켜 유가 하락
중동 주요 산유국과 러시아가 추가 감산을 결의했음에도 국제 유가가 하락한 건 미국 셰일오일 업계의 증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비상장 셰일오일 업체들이 신기술을 바탕으로 생산량을 늘려 다른 산유국의 담합을 무력화시켰다는 것이다.
17일(현지시간)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최근 단기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4분기 미국 내 원유 생산량을 하루 평균 1326만 배럴로 예상했다. 1년 전인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EIA는 2023년 4분기 미국 원유 생산량을 하루 1251만 배럴로 예상한 바 있다.
하루 평균 생산량이 예상보다 75만 배럴 늘어난 것이다. 이 같은 생산량 차이는 전 세계 원유시장의 공급에 남미 산유국인 베네수엘라가 추가된 것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분석했다.
국제유가는 올해 하반기 들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감산 결정 등 여파로 지난 9월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하며 급등한 바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미 셰일업체도 주주환원을 우선시하면서 증산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컸다. 그러나 비상장 셰일오일 업체들이 생산량을 빠른 속도로 늘리면서 전문가들의 전망이 미국의 원유 생산량을 과소 추정하게 했다고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생산량을 가장 많이 늘린 미국 셰일오일 생산업체 10개사 중 7개사가 비상장사였다.
비상장사인 뮤본오일, 엔데버 에너지리소시스의 증산량은 미국 최대 에너지 업체인 엑손모빌의 증산량을 능가했다.
시추 기술의 발전도 셰일오일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뽑아낼 수 있게 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미 셰일 업계의 증산 영향으로 주요 산유국의 최근 추가 감산 결의는 무력화되는 분위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는 지난달 말 하루 220만 배럴 규모의 자발적 감산에 합의했다고 발표했지만, 국제유가 내림세를 막지 못했다.
9월 말까지만 해도 배럴당 90달러대였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근월물 기준)은 지난주 한때 배럴당 70달러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두바이유는 현재 배럴당 76달러 안팎의 시세를 보이고 있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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