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이 단둘이 3차 가자더니 성희롱”…회식 갑질 여전

권남영 2023. 12. 18.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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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상급자가 회식을 강요하고 불참 시 인사 불이익을 주겠다고 겁박까지 하는 사례가 여전히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올해 1월부터 지난 12일까지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상담 1703건 중 회식 참여와 관련 있는 내용은 48건이었고 그중 '회식 강요'가 30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17일 밝혔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회식 강요 사례는 모두 상급자가 수직적 위계관계를 이용해 회식을 강제로 참석하게 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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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119 올해 회식 갑질 제보 48건 접수
회식 강요 30건(62.5%), 회식 배제 18건(37.5%)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픽사베이


직장에서 상급자가 회식을 강요하고 불참 시 인사 불이익을 주겠다고 겁박까지 하는 사례가 여전히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올해 1월부터 지난 12일까지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상담 1703건 중 회식 참여와 관련 있는 내용은 48건이었고 그중 ‘회식 강요’가 30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17일 밝혔다. 나머지 18건은 회식 배제 사례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회식 강요 사례는 모두 상급자가 수직적 위계관계를 이용해 회식을 강제로 참석하게 한 것이었다. 제보자들은 회식 참여 여부가 업무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상의 협박까지 받았다고 토로했다.

한 제보자는 “술자리 회식이 너무 잦다”며 “직원들과 술자리에서 친목 도모를 해야 하고, 그런 자리에 많이 참여할수록 적극적인 직원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다른 제보자는 “부서에서 회식비 명목으로 매달 몇 만원씩 걷고 있다”며 “나는 몇 년 전부터 회식에 불참하고 회식비도 내지 않는데 얼마 전 부서장이 이를 언급하면서 타 부서로 전출시킬 수밖에 없다고 한다”고 했다.

여성 직장인의 경우 회식 강요로 인한 성희롱 등에 노출되기도 한다. 한 제보자는 “부장이 2차 회식이 끝난 뒤 제게 단둘이 3차 회식을 가자고 제안했다”며 “다른 직원과 함께 가자고 했지만, 부장이 제게 무조건 단둘이 가야 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갔다. 그 자리에서 부장이 제 외모와 몸매를 평가해 굉장한 수치심을 느꼈다”고 호소했다.

회식에서 일방적으로 배제되는 데 따른 괴로움을 호소한 직장인들도 있었다. 다수의 동료가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따돌림을 가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제보자는 “한 달째 투명인간 취급받으며 업무를 하고 있다. 점심시간에 같이 가자고 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저를 빼고 회식까지 했다”고 했고, 자신을 공무원이라고 밝힌 제보자는 “저를 괴롭히는 상급자가 어느 날 제게 와서 ‘앞으로 회식에 나오지 말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직장인 사이에서는 ‘조직문화를 위해 회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오히려 강해져 갑질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졌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직장갑질119가 지난 6월 9∼15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의 갑질 감수성 지표 조사(점수가 높을수록 감수성 높음)를 한 결과 ‘팀워크 향상을 위해 회식과 노래방이 필요하다’는 질문에 대한 지표 점수는 지난해 73.6점에서 올해 71.2점으로 떨어졌다. ‘직장생활을 원만하게 하려면 술이 싫어도 한두 잔 정도는 마셔줘야 한다’는 질문에 대한 지표점수도 같은 기간 80.6점에서 73.3점으로 하락했다.

전체 직장인 중에서 50대, 남성, 관리자급은 회식과 노래방, 음주가 조직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더 강했다. 남성의 회식문화 점수는 67점으로 여성(76.6점)보다 9.6점 낮았고, 음주강요 점수도 68.6점으로 여성(79.5점)보다 10.9점 낮았다. 연령별로 보면 20대의 회식문화 지표 점수는 73.4점으로 평균보다 높았으나 50대는 66.3점으로 20대와 격차가 7.1점에 달했다. 직급별로는 관리자급이 일반사원, 실무자급보다 전반적으로 점수가 낮았다.

직장갑질119 이상운 노무사는 “회식을 강요하거나 회식에서 일방적으로 배제하는 행위는 분명한 직장 내 괴롭힘”이라며 “회식을 통해서만 소통과 단합이 가능하다는 고리타분한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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