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남은 이준석 '탈당의 날'…"신당 막을 키맨은 새 비대위원장"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예고한 ‘탈당의 날’이 열흘도 남지 않은 가운데, ‘이준석 신당’을 두곤 여전히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여러 인터뷰에서 “오는 27일에 탈당하고, 그다음 날부터 창당 준비를 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현실적으로 창당이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 온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는 일단 “저도 예고된 일정에 따라 제 나름의 움직임으로 큰 틀에서 (제3지대에) 보탬되도록 하겠다”며 창당 의지를 이어가는 입장이다. 그는 17일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도하는 제3지대 정당 ‘새로운선택’ 창당대회에 참석해 “정치권은 국민에게 윤석열 대통령이 나쁜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나쁜지 판단을 내리라고 강요하는데, 둘 다 나쁘다. 이미 평가가 끝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전날(16일)엔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를 본인 유튜브 채널에 초청해 4시간가량 토론하기도 했다. 한국의희망은 지난 8월 창당한 제3지대 정당이다. 최근 이 전 대표는 친윤계인 김인규 전 대통령실 행정관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둘러싸고 온라인 설전도 벌였다. “민주당이 총선용으로 만든 비상식적 특검”이라는 김 전 행정관 주장에 이 전 대표가 “국민 찬성 여론이 높다. 방법이 없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이 전 대표가 여권과 거리를 두면서 제3지대 합종연횡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왔지만, 동시에 “창당할 시간을 말로만 까먹고 있다”는 해석도 동시에 나왔다. 과거 창당 경험이 있는 한 의원은 “창당이란 게 말로만 해서 되는 게 아니다”며 “이 전 대표의 창당은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의견이 갈리는 이유는 뭘까.
①현실론=이 같은 지적은 주로 “이 전 대표의 창당 관련 실무적 움직임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의구심에서 비롯됐다. 이 전 대표가 온라인상에서 지지자 연락망 및 내년 4·10 총선 출마 희망자 명단을 구하고 있지만, 실제 창당 작업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영남권 의원은 “단순히 연락망에 등록한 지지자와 창당에 필요한 발기인은 차이가 있다”며 “현재까지 봤을 때 창당에 필요한 실무적인 작업은 전무하다”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총선 출마론 등 다양한 국면을 거치면서 ‘이준석 신당’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고 그 결과 동력이 약화했다는 지적도 있다. 또 “김기현 전 대표 사퇴와 장제원 의원 불출마 등 당 혁신 과정이 부각되면서 이준석 신당에 대한 명분도 옅어졌다”(국민의힘 관계자)는 분석도 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 전 대표의 요즘 모습을 보면 플레이어라기보다 평론가에 가깝다”며 “당이 쇄신할수록 이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②속도론=반면 이 전 대표 측은 “비공개로 정치권 인사를 만나고 있고, 신당 창당까지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다”라는 입장이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중앙일보에 “신당 창당 핵심은 당원 모집이고, 그 부분과 관련해 이준석 신당은 큰 문제가 없다”며 “이 전 대표 공언대로 27일 탈당 선언 후 창당 준비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했다.
새로운선택 등 제3지대와의 연대 가능성 때문에 신당 작업이 더뎌진다는 해석도 있다. “이 전 대표 혼자서만 창당을 하면 가시적인 성과물이 이미 나타났을 수 있지만, 이해관계가 다른 제3지대와의 연대 작업 때문에 창당 작업이 더 극비리에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 수도권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제3지대 인물들과 지속적으로 접촉하는 걸 보면, 제3지대 연대 정당을 만들려는 것 같다”고 했다.
③ 키맨은 ‘새 비대위원장’=이 전 대표의 행보를 두고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여권에선 추후 정해질 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키맨’이 될 것이란 관측이 있다. 당권을 쥘 비대위원장이 이 전 대표와의 관계 설정에 어떠한 태도를 보이는지에 따라 이 전 대표의 향후 행보도 영향을 받을 것이란 얘기다.
사퇴한 김 전 대표나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은 그간 이 전 대표에게 지속적으로 손을 내밀어 왔지만, 현재는 이 전 대표와 입장을 조율할 마땅한 리더가 부재한 상황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동훈 장관이든 누구든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인사는 총선 앞 이 전 대표의 탈당을 막아 자기 성과로 삼고 싶을 것”이라며 “이 전 대표도 이 점을 알고 있어 레버리지로 활용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전민구 기자 jeon.mingoo@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임신하면 쓸모없다" 국립대 교수 막말…문화재청 감사 | 중앙일보
- 덕수궁 시체더미서 가져갔다…어느 미군의 ‘양말 속 국새’ | 중앙일보
- "오빠 필 때" 이선균 협박한 여실장…첫 재판서 "비공개 해달라" | 중앙일보
- “아빠 유산 50억, 엄마는 빠져” 두 아들 내민 35년 전 각서 반전 | 중앙일보
- 미성년자에 속아 2000만원 낸 술집, 100만원 지문인식기 산다 | 중앙일보
- "1명 호리호리, 1명은 넓적" 이 한마디에 내 22년을 잃었다 | 중앙일보
- "부장이 단둘이 3차 회식 제안"…직장인 '회식 갑질' 여전 | 중앙일보
- 윤종신·코드쿤스트 불화설?…"어찌합니까" 임재범 한숨 무슨일 | 중앙일보
- 5년새 매출 50배, 서울 왜 가요…20대 '디지털 사장' 지방 대박 [팩플] | 중앙일보
- "열차 문 닫는다" 방송했는데…달리는 KTX에 매달린 외국인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