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핵전력 운용에 한국 공동참여’ 내년 6월까지 못박는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워싱턴 인근 미국 국방부 청사에서 개최한 제2차 핵협의그룹(NCG) 회의에서 NCG 종료 시점을 내년 6월로 제시했다. 미국 핵전력의 한반도 운용을 놓고 한국의 발언권 보장 방안을 이때까지 지침 등으로 제도화하겠다는 것이다. 내년 11월 열리는 미국 대선에 앞서 한·미가 약속의 일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일종의 ‘안전장치’를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핵전략의 기획과 운용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계속 협의해 내년 중반까지 완성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며 “내년 6월 정도가 확장억제 체제 구축을 완성하는 목표 시점”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1차 회의 등 올해 두 차례 회의하고, 내년 6월께 열리는 세 번째 회의에서 해당 가이드라인을 최종 확인한다는 구상이다.
김 차장은 또 “세 번째 NCG를 내년 6월께 열 수 있다면 준비형 임무를 띤 NCG는 끝난다”며 “이후 완성된 확장억제 체제를 어떻게 유지하고 관리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NCG가 운영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양국 정상이 지난 4월 정상회담에서 NCG 출범에 합의한 뒤 1년 남짓 만에 한반도 유사시 미국 핵전력 운용에 한국의 제도적 참여를 보장받겠다는 취지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 핵전력 운용을 놓고 양자 간 상세한 협의를 이처럼 빠르게 진행한 건 전례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여기엔 미국 대선이라는 정치 일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동맹을 경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 집권 2기를 맞더라도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이 ‘불가역적’ 수준으로 제도화돼 있다면 이를 쉽게 되돌리지 못할 것으로 한·미가 판단했다는 의미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핵전력 운용이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권 교체 시 NCG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라며 “이런 점 때문에라도 최대한의 제도화로 성과를 보여주는 게 더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재임 당시 경제적 이유를 들어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에도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반면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양자 동맹은 물론 다자 연합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집단안보를 확대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김 차장이 총체적 지침이라고 표현한 가이드라인에는 해당 합의를 담보하기 위한 내용이 곳곳에 담기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7월 1차 회의에서 거론된 ‘일체형 확장억제’가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미국 핵전력을 운용하는 데 한·미가 ‘한 몸’이 돼 정보교환은 물론 공동기획·공동집행을 한다는 뜻이라고 김 차장은 설명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한국의 재래식 전력과 미국 핵전력을 통합하는 작전 분야(CNI)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한다. 미국 핵전력의 북한 타격을 상정해 한국 재래식 전력이 어떤 방식으로 유기적 역할을 할지 구체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한국을 핵전력 운용 파트너로 인정하면서 현재 재래식 전력 위주로 꾸려진 양국 작전계획의 틀도 바뀔 가능성이 크다.
내년 후반 한·미 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에 ‘핵 작전 시나리오’를 포함하기로 하고, 정상 간 ‘핫라인’ 가동을 위한 보안 통신망을 구축하는 것도 한·미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꼽힌다.
이근평·박현주 기자,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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