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AI시대, 차세대 반도체 3대장 뜬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비롯한 머신러닝·빅데이터 열풍으로 관련 반도체 시장이 확대되며 HBM(고대역폭 메모리), CXL(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 PIM(프로세싱 인 메모리) 등 이른바 ‘차세대 반도체 3대장’이 주목받고 있다. 업계는 반도체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 혁신 제품 개발에 나서며 ‘업 턴(상승 국면)’에 대비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은 HBM의 상용화에 이어 차세대 기술인 CXL과 PIM 생태계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다만 CXL과 PIM은 아직 시장이 활짝 피지 않았다.
업계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인텔이 5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를 출시한 데 주목하고 있다. 이 제품이 CXL을 통한 메모리 확장을 지원하는 만큼 내년쯤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I를 비롯한 미래 산업에선 무한대에 가까운 데이터 처리가 필요하다. 기존 방식으론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업계에선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이거나 통신을 활성화하는 방법으로 한계 극복 시도에 나서고 있다.
맏형격인 HBM은 현장에 속속 투입되며 AI 반도체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다. TSV(실리콘관통전극)로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고성능 메모리다. 이는 주로 AI 연산을 위한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에 탑재된다. 최근엔 엔비디아·AMD 등 AI용 GPU 제조사가 HBM 주문을 늘리며 시장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CXL은 고성능 연산이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에서 서로 다른 기종의 제품을 효율적으로 통신·연결할 수 있는 차세대 인터페이스다. 일반적으로 중앙처리장치(CPU) 1개당 사용할 수 있는 D램 모듈이 제한돼 있는데, 데이터 처리량을 늘리기 위해선 CPU를 늘려야 한다. CXL을 활용하면 이들 인터페이스를 하나로 통합해 장치 간 직접 통신을 가능하게 하고 메모리를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2019년 CXL 컨소시엄 발족 초기에 참여해 데이터센터·서버·칩셋 업체와 협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업계 최초로 CXL 2.0을 지원하는 128기가바이트(GB) CXL 2.0 D램을 개발했으며, 조만간 양산에도 돌입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0월 CXL 기반 연산 기능을 통합한 메모리 솔루션 CMS(Computational Memory Solution) 2.0을 공개했고, 내년 하반기엔 DDR5 기반 96GB·128GB CXL 2.0 메모리 솔루션 제품도 상용화할 계획이다.
PIM은 데이터 저장 역할만 하는 기존 D램과 달리 비메모리 반도체인 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처럼 연산도 할 수 있게 한 차세대 기술이다. 하나의 칩에서 연산·메모리 기능을 수행하므로 데이터 병목 현상과 과다한 전력 소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다만 PIM 채택 시 이를 지원하는 별도 프로그램의 개발·적용이 필요하므로, 업계에선 상용화까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30년까지 8262억원을 투자해 PIM 등의 초격차 기술 확보에 나섰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AI 반도체 매출은 올해 534억 달러(약 70조원)에서 2027년 1194억 달러(약 156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HBM은 시장이 열리고 있고, CXL·PIM은 곧바로 상용화가 되는 것은 아니라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AI가 활성화하며 초거대 모델을 계산하면서 동시에 수많은 사람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며 “HBM은 GPU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고, CXL은 학습용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가져오는 역할을 한다. PIM은 D램 메모리에 연산 기능을 넣은 것이다. 향후엔 HBM·CXL을 접목한 반도체 등으로 진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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