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단독 첫 예산안 처리? 민주당 “합의 안되면 20일 강행”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0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야당 단독 예산안 처리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민주당이 정부·여당과 합의 없이 예산안 처리를 강행하게 되면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 된다.
민주당 원내 고위 관계자는 17일 “내년도 예산안은 무조건 20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일 오전까지라도 정부·여당과 합의가 되면 기획재정부의 시트 작업(예산명세서 작성·통상 15시간 내외 소요)을 기다렸다가 21일 오전에 처리할 수는 있다. 그런데 여당이 끝까지 합의하지 않고 버티면 그냥 20일 본회의에 우리가 만든 감액 수정안을 올려 통과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12월 2일)은 넘긴 상태다. 국회 선진화법 시행 이후 ‘최장 지각 처리’였던 지난해 기록(12월 24일)을 갈아치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예결위 관계자에 따르면, 여야는 최근까지 만남을 이어갔으나 총예산 656조9000억원 가운데 56조9000억원 규모의 주요 항목별 증·감액 여부를 놓고 접점을 만들지 못했다. 정부 특수활동비·연구개발(R&D)·새만금 등에서 이견이 크다고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28일 본회의에는 쌍특검법과 국정조사 이슈가 올라오는 만큼, 예산안 협상을 더 미룰 수 없다. 단독 수정안이 엄포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 협상 결렬 시 민주당은 자신들이 요구했던 R&D, 새만금 예산 등의 증액안은 빼고 감액안만 반영해 예산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헌법에 따르면 국회는 정부 동의 없이 정부 예산안을 증액할 수 없다.
여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예산안 단독 처리는 유례도 찾아볼 수 없는 입법 독주”라며 “민주당이 정부 예산안을 제멋대로 누더기로 감액하는 건 정부의 국정운영을 마비시키려는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18일 농림축산식품부, 19일 기재부·해양수산부, 20일 국토교통부, 21일 중소벤처기업부·국가보훈부 등 이번 주 줄줄이 예정된 ‘2기 내각’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여야 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특히 강도형 해수부 장관 후보자의 음주운전·폭행 전과 의혹과 박상우 국토부 장관 후보자 재직 회사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연구용역을 수주한 의혹 등을 꼽으며 “부적절 인사들을 그냥 보내줄 수 없다”(원내 관계자)고 벼르고 있다.
대여 공세의 절정은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50억 클럽)과 3국정조사(해병대 채 상병·양평 고속도로·오송 참사) 요구안 처리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최근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 당시 한국 정부의 과도한 의전 요구로 네덜란드가 한국 대사를 초치했다는 의혹과 리투아니아 방문 당시 김건희 여사가 명품 쇼핑을 했다는 의혹 등의 진상을 파악하겠다면서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정우택 국민의힘 국회부의장은 “각종 경제·민생 지원 정책들로 경제 회생의 불씨를 살려야 할 텐데, 거대 야당에 점령된 국회는 무력하고 무능한 상황”이라며 “(민주당이) 선거용 정치공세, 국정 혼란을 노리고 쌍특검·3국조와 같은 안건만 폭주하며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거대 야당의 민생 외면, 당리당략, 입법 폭주를 심판해 달라”고 밝혔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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