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불멸의 AI 보컬

김경택,산업1부 2023. 12. 18.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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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록 밴드 비틀스의 신곡 '나우 앤드 덴(Now And Then)'이 지난달 영국 싱글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 AI 기술을 활용해 레넌의 목소리를 분리한 뒤 해리슨이 생전에 녹음한 기타 연주,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 두 사람의 연주와 목소리 등을 합쳐 '나우 앤드 덴'이 완성됐다.

AI를 활용해 에미넴이나 퍼프 대디 같은 래퍼의 목소리를 입힌 곡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 곡은 AI 기술로 복제한 두 사람의 목소리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음원 차트에서 '추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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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택 산업1부 차장


영국의 록 밴드 비틀스의 신곡 ‘나우 앤드 덴(Now And Then)’이 지난달 영국 싱글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 곡은 43년 전 세상을 뜬 존 레넌의 30대 시절 목소리를 담고 있다. 생전의 레넌이 직접 피아노를 치며 녹음했던 것이다. 그의 아내 오노 요코가 이 데모 테이프를 폴 매카트니에게 건네면서 비틀스의 마지막 곡 작업이 시작됐다.

매카트니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조지 해리슨이 이 곡을 가리켜 ‘쓰레기(rubbish)’라고 말했다고 했다. 데모 곡의 녹음 상태가 엉망이었다는 의미다. 실제로 데모 테이프를 들어보면 가느다란 레넌의 목소리는 피아노 반주에 겹쳐 잘 들리지 않는다. 매카트니는 “그 시절에는 (레넌의 목소리를) 분리할 수 있는 기술이 없었다”고 말했다.

미완의 곡으로 묻힐 뻔했던 이 노래는 인공지능(AI) 기술로 되살아났다. ‘나우 앤드 덴’이 완성되기까지 28년이나 걸렸다. 2021년 ‘비틀스: 겟 백’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레넌의 목소리를 다른 소리와 떼어내는 기술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 AI 기술을 활용해 레넌의 목소리를 분리한 뒤 해리슨이 생전에 녹음한 기타 연주,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 두 사람의 연주와 목소리 등을 합쳐 ‘나우 앤드 덴’이 완성됐다. 최근 유튜브에서는 레넌 대신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입힌 ‘나우 앤드 덴’을 들을 수 있다. 밴드 오아시스 버전의 ‘나우 앤드 덴’도 있다. 물론 이 곡은 오아시스가 만든 게 아니다. 오아시스의 보컬과 연주 스타일을 학습한 AI 프로그램으로 만든 것이다.

음성 복제 기술을 익힌 AI의 비즈니스 모델은 한층 다양해지고 있다. 예컨대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다스 베이더의 목소리를 연기한 제임스 얼 존스는 자신의 음성을 복제할 수 있는 권리를 디즈니에 팔았다. 40여년 전 그의 음성을 학습한 AI는 지난해 공개된 ‘스타워즈’ 시리즈 ‘오비완 케노비’에서 음산한 다스 베이더의 목소리를 재현했다. 90대 노인이 된 성우의 전성기 시절 목소리를 영원히 대체할 AI 성우가 나타난 것이다. AI를 활용해 에미넴이나 퍼프 대디 같은 래퍼의 목소리를 입힌 곡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지난 4월에는 캐나다 출신 래퍼 드레이크와 싱어송라이터 더 위켄드가 함께 부른 노래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 곡은 AI 기술로 복제한 두 사람의 목소리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음원 차트에서 ‘추방’됐다.

고삐 풀린 AI산업 경쟁은 과속 방지 논의를 가뿐히 뛰어넘고 있다. AI가 인간의 성문(聲紋)을 거의 그대로 재현하는 수준에 이를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주파수 분석 장치로 파악할 수 있는 목소리 특징을 실시간 확보해 재현하는 AI 기술이 상용화될 수 있다. AI는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졌던 예술의 개념에까지 변화를 주고 있다.

카메라가 발명됐을 때 사진을 예술 작품으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한 논란이 일던 것과 마찬가지로 AI 기술을 접목한 콘텐츠를 예술이라고 할 수 있는지를 놓고도 논쟁이 불붙고 있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인류의 미래를 그린 책 ‘호모 데우스’에서 “비유기적인 알고리즘이 예술을 생산하지 못할 이유가 조금도 없다”면서 음악과 시 같은 예술 분야도 AI의 영향권에 있다고 진단했다. 19세기 시인 보들레르는 미(美)의 정의를 “열렬하면서 슬픈 어떤 것”이라고 썼는데, 미래의 시인은 훨씬 더 난해한 미학을 공부해야 할지 모른다. ‘AI를 활용한 합성, 변형 등을 거친 예술품’의 아름다움을 주제로 한 미학 같은 것들 말이다. 멸종 위기의 시인 역할을 대행하는 AI가 유행할 수도 있다.

김경택 산업1부 차장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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