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사니] 민주당의 불안한 정권심판론

김영선 2023. 12. 18.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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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선 정치부 기자

당 간판부터 여당에 뒤지고
법·도덕적 결함 불거지는데
'특검법' 올인전략 먹혀들까

더불어민주당의 내년 4월 총선 전략은 뭐니 뭐니 해도 정권심판론이다. 윤석열정부의 경제정책을 때리고 부산 엑스포 유치 무산 등에 따른 외교 무능을 부각하는 것이 총선 전략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대를 거는 것은 ‘영부인 심판론’이다.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에 사활을 걸며 마치 꽃놀이패인 양 줄기차게 흔들고 있다.

정권심판론 자체를 뭐라 하고 싶진 않은데 이 정권심판 여론이 온전히 자신들에게 오지 않고 있다는 점은 아무리 지적해도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정권심판론을 민주당이 완전히 흡수하려면 대안 정당으로서 국민들에게 인정받아야 한다고 수차례 얘기하는데 도대체 뭘 하겠다는 것이 없다. 하물며 ‘메가 서울’이라는 뜬금포조차 민주당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워낙 정권심판론이 우세하게 나타나다 보니 판세 자체는 민주당에 유리하게 조성된 듯 보이는데 하나하나 뜯어보면 민주당이 꼭 유리하다고만은 볼 수 없다. 당장 간판 얼굴부터 민주당이 뒤질 수 있다. 민주당은 큰 이변이 없는 한 이재명 대표 얼굴로 총선을 치를 전망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으로 간판 교체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민주당은 한 장관을 두고 예전 같지 않다는 둥 ‘윤석열 아바타’에 불과하다는 둥 깎아내리기 일쑤다. 그렇다고 이 대표가 한 장관을 인물론에서 앞서는 것도 아니지 않나? 이 대표도 시원한 화법으로 주목받았던 경기도지사 때만큼 신선하지 않다. 지금은 사법리스크에 갇혀 자신의 재선에 목매는 궁색한 정치인으로 보일 정도다.

민주당이 화력을 집중하는 영부인 심판론도 안전한 카드가 맞는지 의문이다. 민주당이 법적으로, 도덕적으로 깨끗하면 상관없는데 민주당도 사법리스크에서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송영길 전 대표가 돈봉투 사건으로 구속영장 심사를 앞두고 있고, 결과에 따라 민주당의 수많은 의원이 총선을 코앞에 두고 자신의 지역구가 아닌 서초동을 왔다 갔다 해야 할 수도 있다.

일각에선 “정부·여당이 김건희 특검으로 위기에 몰리면 민주당을 향해서도 검찰의 칼을 마구 휘두르려 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칼날을 얼마든지 비켜갈 수 있다고 자신할 정도로 깨끗한 정치를 했나. 민주당의 ‘야당 탄압’ 주장이 언제 어디서 힘을 잃을지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이전 총선을 되짚어봤을 때 국민의힘이 패한 이유를 들여다보면 현재 민주당이 가진 문제점과 거의 흡사하다. 180석을 챙기며 ‘무적 민주당’을 만들어준 2020년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정권심판론에 기댔다가 코로나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맞았고, 여기에 막말 논란까지 연이어 터지면서 중도층이 등 돌리게 했다.

그 이전인 2016년 20대 총선에서도 새누리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며 16년 만에 ‘여소야대’ 정국이 형성됐는데, 이때 주된 요인으로 꼽힌 게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의 ‘공천 내전’이다. 그 유명한 김무성 전 대표의 ‘옥새 들고 나르샤’가 지금까지 회자될 정도다. 선거 직전 “100석도 어렵다”던 민주당은 수도권은 물론 부산·경남에서도 선전했다.

민주당에선 벌써 예고편들이 쏟아지고 있다. 친명(친이재명)계 ‘자객 공천’ 우려로 몸살을 앓는 지역구가 한둘이 아닌데 친명계 일색인 지도부는 ‘시스템 공천’만 운운하며 강 건너 불구경이다. ‘이재명 사당화’에 질식해 탈당한 경우도 이미 나왔다. ‘처럼회’ 소속 의원들의 잇따른 막말 논란도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민주당의 행태에 따라 ‘정권심판론’이 순식간에 ‘야당 심판론’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 정권심판을 주장하기엔 민주당도 거대 의석을 내세워 국회를 쥐고 흔드는 집권세력처럼 비치기 때문이다. 마음에 안 들면 탄핵하고 민주유공자법 같은 것들로 자기편 이익을 챙기는 일련의 행위들이 여의도 바깥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생각해보길 바란다.

김영선 정치부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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