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동물과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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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구달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첫 발표를 하던 날, 발표장에서 자신이 관찰한 침팬지들의 이름을 데이비드, 플린트 등 인간의 이름으로 호명했다.
제인 구달을 이해하지 못했던 과거의 교수들이 그러했듯 인간의 이름으로 개미를 부르는 계미현의 이와 같은 시도는 개미를 인간보다, 혹은 우리가 아끼고 사랑하는 다른 동물들보다 하찮은 대상으로 여기는 우리 사회에서 공격과 조롱의 대상이 될 것이 명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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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구달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첫 발표를 하던 날, 발표장에서 자신이 관찰한 침팬지들의 이름을 데이비드, 플린트 등 인간의 이름으로 호명했다. 발표를 듣던 교수들은 당황하며 공격 섞인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동물에게 사람 이름을 붙이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D-1, B-7과 같은 번호로 불러야 한다고 반발했다. 제인 구달은 처음에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위 일화는 자음과모음 2022년 겨울호에 실린 계미현 시인의 인터뷰에 나온다. 제인 구달의 시절과 달리 비인간동물을 사람의 이름으로 부르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 되었다. ‘푸바오’는 올 한 해 한국에서 가장 사랑 받은 이름일 것이다. 보르헤스는 동물을 세 집단, 즉 우리가 텔레비전을 같이 보는 동물, 우리가 먹는 동물, 우리가 무서워하는 동물로 분류한 바 있다. 이처럼 동물 종에 따른 종차별주의는 인간이 비인간동물보다 우월하다는 근대적 휴머니즘의 산물이다.
며칠 전 계미현 시인의 첫 시집 ‘현 가의 몰락’이 웹 시집의 형태로 출간되었다. 계미현 시인은 개미 한 마리 한 마리를 은경, 성미, 경희, 민주 등 인간의 이름으로 호명하며 그들의 비극에 주목한다. 제인 구달을 이해하지 못했던 과거의 교수들이 그러했듯 인간의 이름으로 개미를 부르는 계미현의 이와 같은 시도는 개미를 인간보다, 혹은 우리가 아끼고 사랑하는 다른 동물들보다 하찮은 대상으로 여기는 우리 사회에서 공격과 조롱의 대상이 될 것이 명백하다.
인간의 죽음은 누구에게나 참담하고 절망적이다. 동물의 죽음과 인간의 죽음 중 인간의 죽음에 더 강하게 감응하는 것은 우리가 인간이기에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인 동시에 동물이기도 하다. 인간의 죽음을 대하듯 비인간동물의 비극에 감응할 수 있다면 이는 인간에 대한 우선순위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연결의 대상을 확장하는 일이 될 것이다.
김선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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