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추진 ‘플랫폼법’ 관계부처 절반 이상 반대 입장

부처 5곳 중 3곳 “중복·과잉규제 우려”
업계서도 “국내기업만 타격” 반발
내일 국무회의 안건 상정 어려울 듯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인 ‘플랫폼 경쟁촉진법(가칭)’에 대해 관계 부처 중 절반 이상이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기술(IT) 업계도 “국내외 플랫폼의 무한 경쟁 상황에서 사실상 네이버와 카카오, 쿠팡 죽이기”라고 반발하고 있다. 공정위가 각 부처에 검토의견 요청과 함께 보낸 제정안 내용이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최근 발의한 법안과 유사하다는 점도 당정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17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정위는 지난 12일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방송통신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등 5개 부처에 플랫폼 경쟁촉진법안을 발송했다. 이를 검토한 부처 중 3개는 내부적으로 중복 및 과잉 규제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15일에는 대통령실 이관섭 정책실장 주재로 한기정 공정위원장과 이종호 과기정통부장관 등 관련 부처 수장들이 모여 의견을 조율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IT업계도 지난주 관련 부처로부터 법안 내용을 전달받은 뒤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플랫폼 업계를 대표하는 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는 이번 주 초 이 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공식 표명할 계획이다. 인기협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들이 국정 과제인 자율 규제에 맞춰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공정위가 법 제정을 추진하는 건 ‘부처 이기주의’”라고 비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은 통신사 등 타 업종과 다르게 해외 업체와도 경쟁을 해야 하는 시장”이라며 “국내 기업만 규제 영향권에 들어갈 것 같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글로벌 인공지능(AI)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사전 지정제는 신사업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한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만약 사전 지정된 플랫폼이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할 때 공정위에 신고 의무까지 생긴다면, 사업 추진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매출액 등을 공개하지 않는 해외 기업들이 규제 대상에서 빠진다면 역차별 문제가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공정위 방침대로라면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국내 플랫폼 기업이 규제 대상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업체는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사전 지정될 경우, 공정위가 의심하는 독과점 남용행위에 대한 소명을 자신들이 입증해야 할 의무가 주어진다. 독과점 규제 분야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 서비스, 검색 엔진, SNS,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 운영 체제(OS), 온라인 광고 서비스, 클라우드와 그 밖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유형의 서비스 등 8개 영역일 것으로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독과점 남용 행위로 금지되는 4가지 행위는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타사 플랫폼 이용 금지), 최혜 대우 요구 등이다.

공정위가 마련한 법안 내용이 야당 의원이 지난달 대표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에 관한 법률’과 거의 흡사하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여당 일부에서도 공정위가 의원 입법을 추진한다면서 야당 안을 검토에 부친 것은 난센스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논란이 커지면서 당초 오는 19일 국무회의에서 비공식 안건으로 상정하려던 공정위 계획도 무산될 공산이 커졌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이 법을 민생 법안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공정위가 유일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민아 임송수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