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이’ 병태에 웃고 울었다면… “메시지 받을지는 시청자 몫”

정진영 2023. 12. 18.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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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진 사투리와 배우들의 코믹 연기에 넋을 빼고 웃다 보면 한 번씩 이렇게 뼈있는 대사들이 훅하고 날아든다.

실제로 지난 15일 공개된 '소년시대' 7, 8화는 병태를 중심으로 한 '찌질이'들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폭력에 저항하는 이야기가 시작됐다.

앞선 병태와 지영(이선빈)의 대사들을 통해 작품이 전하고자 했던 '힘과 권력'에 대한 메시지들은 점차 선명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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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시대’ 연출 이명우 감독
웃음 속에 힘과 권력 메시지
“기성세대에 숙제 던지려 해”
쿠팡플레이 제공


“진정한 고수는 말여 폭력보단 대화, 분노보단 사랑으로 사람을 대하는 거여.”(병태) “힘이 있는 자가 존경을 받지 못하믄 뎀비는 놈들이 많아지는 거여.”(지영)

찰진 사투리와 배우들의 코믹 연기에 넋을 빼고 웃다 보면 한 번씩 이렇게 뼈있는 대사들이 훅하고 날아든다. 그 시간차 ‘빤치’ 덕일까, ‘소년시대’(포스터)는 입소문을 타고 흥행하고 있다.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시대’는 17일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통합검색·추천 플랫폼 키노라이츠 콘텐츠 통합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12월 1주차(11월 30일~12월 6일) 통합 콘텐츠 랭킹에선 2위에 올랐다.

‘소년시대’는 1989년 충남 부여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온양 찌질이 병태(임시완)의 일상을 그린 청춘 성장기다. 싸움짱 ‘아산백호’ 정경태(이시우)와 이름이 비슷해서 벌어진 병태의 ‘아산백호’ 둔갑 사건을 계기로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시리즈는 여러 면에서 ‘새로움’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기존 드라마나 영화에서 잘 다뤄지지 않았던 충청도를 배경으로 하면서, 그 안에서도 시청자에게 생소한 부여를 배경으로 고른 것도 그 이유다.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명우 감독은 “클리셰를 피하고 싶었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선입견 혹은 사전적 지식이 덜 묻은 데로 하려고 부여를 골랐다”고 밝혔다.

‘소년시대’를 연출한 이명우 감독은 웃음 속에 힘과 권력에 대한 메시지를 녹여놨다. 이 감독은 “기성세대에 뭔가 할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숙제를 던지려 했다”고 말했다. 쿠팡플레이 제공


캐스팅도 이 감독의 도박이었다. 주연 배우들 외에 부여 농고와 공고의 학생들은 ‘무조건 신인’을 발굴한다는 일념으로 진행했다. 시청자들이 특정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배우를 배제함으로써 온전히 ‘소년시대’ 속 캐릭터로만 바라볼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다만 부여농고 패거리가 하나하나 매력 있는 캐릭터와 배우들로 구성된 탓에 ‘학교폭력을 미화하는 거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소년시대’는 힘과 권력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렇다 보니 폭력을 통해 학교를 제패하고 약한 친구들을 힘으로 제압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폭력을 행사하는 아이들이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보니 이런 논란도 생겼다.

이 감독은 “가짜 왕이 된 병태와 이 아이들이 같이 어울려 다녀야 하는데, 마냥 나쁜놈으로만 그려지면 병태가 동력을 잃게 된다. 그래서 웃을 때 선한 친구들을 캐스팅 했었다”면서도 “(농고 패거리가) 너무 사랑을 받으니 이런 부작용도 생긴 것 같다. 다만 이 시리즈는 궁극적으론 (폭력이 지는) 반대의 상황을 보여주면서 반면교사할 수 있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5일 공개된 ‘소년시대’ 7, 8화는 병태를 중심으로 한 ‘찌질이’들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폭력에 저항하는 이야기가 시작됐다. ‘소년시대’는 오는 22일 마지막 두 회차의 공개를 남겨뒀다. 병태가 ‘아산백호’ 패거리에게 대항을 준비하며 통쾌한 역전극이 펼쳐질 순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앞선 병태와 지영(이선빈)의 대사들을 통해 작품이 전하고자 했던 ‘힘과 권력’에 대한 메시지들은 점차 선명해질 예정이다.

이 감독은 “기성세대에게 ‘너네가 뭔가 할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하며 숙제를 던지려 했다. 또 이제 막 소년시대를 지나 청년시대를 사는 사람에게는 삶의 방향성도 제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저는 코믹하고 과장된 톤으로 시청자의 마음 속에 질문을 던졌고, 작품이 끝난 뒤에 어떤 메시지를 받을지는 시청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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