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팔고 귀농·귀촌자 돕고… 목회 험지서 ‘비전 빌리지’ 꿈꿔
한 달에 한 번 지역사회를 위해 재정을 흘려보내고, 나머지 3주간 모은 재정 기운데 3분의 1을 선교와 구제를 위해 나누는 농촌 교회가 있다. 경남 함안 비전교회(조항철 목사)는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40여명의 공동체를 일군 작은 교회다. 하지만 지역 사회와 호흡하는 ‘비전 빌리지’ 사역으로 기독교 공동체 마을을 꿈꾸고 있다.
조항철(50) 목사는 17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매일 사역 일지를 쓰며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국내외 다른 지역에서도 비전 빌리지를 적용해 확장하는 비전을 품고 있다”며 “특히 농촌 교회가 자립하기 어렵고 전도하기 어려운 여건이지만 지속 가능한 모델을 만들어 하나님 나라 확장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 목사는 1996년부터 16년간 지구촌교회에서 교육목장 사역을 했다. 2010년 사역지를 옮겨 경기도 수원 광교지구촌교회에서 팀 사역으로 개척했다. 4년 만에 출석 교인이 1000여명으로 성장하는 부흥을 경험하며 계속 사역할 수 있었지만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돌연 사임했다. 우리나라 내륙에서 복음화율이 가장 낮은 경남 지역에서 초대교회를 재현하기 위한 비전 때문이었다. 어찌 보면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한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을까.
조 목사는 “하나님께서 개척에 대한 비전을 주셨는데 기도 중에 어차피 개척한다면 우리나라에서 복음화율이 가장 낮은 지역에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조 목사는 초기 사역 기간이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회고했다. 한 번도 살아보지 않은 농촌에서 버티며 적응하는 기간이었기 때문이다. 농가 주택을 전세로 얻어 거실에서 예배를 드렸는데 한동안 교인이 없어 가족들과 예배를 드리기도 했다. 조 목사는 초기 정착비와 약간의 후원금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이중직 목회의 길로 뛰어들었다. 주 3회는 건설 현장을 누비며 생활비를 벌고 나머지 사흘은 마을 어르신들의 농사일을 거들며 전도했다. 조 목사는 “경제 활동과 사역을 병행하면서 성도들의 삶을 이해했지만 육체·정신적으로 어려운 시기였다”고 밝혔다.
힘든 경험은 농촌 목회의 귀중한 자양분이 됐다. 조 목사는 “2년간 건설 근로자의 경험을 통해 건축에 대해 이해했고 많은 이들과 교제할 수 있었다”며 “작지만 효율적인 농촌 교회를 직접 설계하고 건축할 수 있었던 것도 그때의 경험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조 목사는 개척 초기부터 ‘비전 빌리지’ 사역 플랫폼을 조금씩 구현하기 시작했다. 비전 빌리지는 전도 등을 통해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비전 교회’, 자연을 경작하며 보존하는 ‘비전 농장’, 하나님 백성을 섬기고 나누는 도구인 ‘비전 빌라’, 다음세대를 양육하는 ‘비전 학교’ 사역을 지향한다.
비전 교회는 전 연령대 교인이 함께 예배드리고 교제하는 신앙 공동체다. 모든 성도가 사무총회에서 교회의 의사결정을 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도록 지원한다. 비전 농장은 건강하게 재배한 지역 농산물을 도시 교회와 연계해 판매한다. 조 목사는 “매년 수천만원의 판매가 이뤄지지만 교회에 수익은 남기지 않고 농부들에게 돌려준다”고 귀띔했다.
비전 빌라는 귀농·귀촌하는 이들이 초기 정착할 때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돕고 이후 기증받은 주택을 복지 시설(은퇴 선교사, 미혼모와 가출청소년의 임시 보호소)로 사용하는 사역을 펼친다. 비전 학교는 2020년 5월 폐교 후 청소년수련시설로 사용되던 학교 건물을 기증받아 기독교 대안학교로 사용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농촌 목회는 젊은 목회자들이 쉽사리 도전하지 못하는 험지다. 조 목사는 개척하기 전 자신의 목회 방향을 결정하고 이에 맞는 지역을 선택하는 모델, 지역을 먼저 선택하고 그 지역에 맞는 목회 방향으로 모델을 결정하는 방법을 선택하면 좋다고 조언했다. 조 목사는 후자로 지역을 먼저 선택하고 목회 방향을 결정했다.
복음화율이 낮은 농촌 지역에서 교회 문턱을 낮추고 지역 속에 파고들려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조 목사는 “마을의 여러 행사나 농사일에 적극 참여했고 교회 절기에는 마을 회관에서 음식을 대접하거나 가가호호 방문해 작은 선물도 드렸다”며 “시간이 지나니 마을 주민들과 아주 가까워졌고 자연스럽게 교회 문턱을 넘으실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지역 연구를 통해 각 지역에 맞는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농산물 판매, 건설 일용직, 구매 대행업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 그는 “목회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다양한 목회 형태에 대한 열린 자세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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