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전용대 (10) 내가 한 건 하나님만 바라보며 찬양한 것뿐인데…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 가지 부끄러운 고백이 있다.
'흔들리지 말자. 지금 여기서 내가 흔들리면 성도들도 모두 동요하게 된다.' 나는 성도들과 눈 맞춤을 하며 최대한 찬양에 집중했다.
내가 한 거라곤 하나님만 바라보며 찬양한 것뿐이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각장애인 자녀 돕는 박 목사님 본 후
가슴 치며 회개, 장애인 돕기 사역 시작
한 가지 부끄러운 고백이 있다. 나는 비장애인과 동등한 위치에 서고 싶었다. 그래서 한때 장애인이 있는 시설은 잘 가지 않았다. 심지어 장애인이 있으면 피하려고 길을 돌아가기까지 했다. 장애인이라는 명찰을 달고 나서 그 마음의 상처가 남아 있기에 그랬던 것 같다.
그렇게 살던 내가 장애인에 관심을 갖게 된 건 한국맹인선교회 회장이었던 시각장애인 한의사 박중옥 목사님을 만나고부터였다. 한번은 박 목사님께서 강사로 나오는 사흘간의 부흥회 특별 찬양을 하러 갔다. 대뜸 이 생각이 들었다. ‘사흘 동안 한의원 문을 닫으면 수입에 타격이 클 텐데… 그래도 교회에서 사례비 받는 것으로 충당이 되나 보다.’
그런데 알고 보니 목사님은 부흥회에서 받은 사례비 전액을 시각장애인들의 자녀를 돕는 일에 사용하고 계셨다. 그 얘길 듣는 순간 망치로 얻어맞은 것 같았다. ‘주님, 장애인들을 보면 혹시라도 마주칠까 봐 전전긍긍했는데, 그런 제 모습이 얼마나 얄미우셨습니까.’ 그날로 가슴을 치며 회개를 하곤 장애인 돕기 사역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우선 장애인들을 찾아 나섰다. 전국 각지 장애인 시설과의 연결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중 전북 완주에 있는 ‘작은 샘골 공동체’라는 곳을 방문했을 때 상상도 못 한 인연을 만났다. 이곳은 오갈 데 없는 장애인들과 나이 많은 어르신들, 부모 없는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사는 곳이었다. 나를 본 원장님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전 원래 우체국 공무원이었어요. 오래전 밀알선교단이 주최한 한 행사에서 목사님의 찬양과 간증을 들었는데 머리가 쭈뼛 섰습니다. ‘목발 짚은 사람도 저렇게 하나님 일을 하는데 나는 뭘 하고 있나’ 싶었죠. 얼마 후 우체국에 사직서를 냈습니다. 그게 이 공동체의 출발점이 됐지요.”
한번은 서울 상도동에 있는 교회에서 찬양 집회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동네 깡패들이 예배당에 들어와 난동을 피우기 시작했다. 무의식적으로 마음 끈을 잡아맸다. ‘흔들리지 말자. 지금 여기서 내가 흔들리면 성도들도 모두 동요하게 된다.’ 나는 성도들과 눈 맞춤을 하며 최대한 찬양에 집중했다. 한참을 뭔가에 홀린 듯 찬양을 하고는 예배당 입구 쪽을 바라봤는데 어찌 된 일인지 소란 피우던 깡패들이 사라지고 없었다. 하나님께 감사할 따름이었다.
20여년이 지난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전용대 목사님이시죠? 혹시 상도동에 있는 OO교회 아시나요? 아주 오래전에 목사님께서 찬양했던 곳인데….” “죄송합니다. 기억이 잘 안 나네요. 그런데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죠?” “찬양 집회 할 때 교회에서 난동을 부렸던 동네 깡패가 있었는데 혹시 기억나세요?”
“아! 생각납니다. 제가 전도사 시절이라 아주 오래전인데 그 일을 어떻게 아시나요?” “제가 그때 그 깡패입니다. 당시 교회를 참 많이 핍박했어요. 그날도 한바탕 난리를 치러 예배당에 들어갔는데 웬 장애인 같은 사람이 의연하게 찬양을 하더군요. 그 모습에 얼어붙은 채 제압당하고 말았습니다. 그 뒤로 신앙생활을 하게 됐고 지금은 장로가 됐네요.”
내가 한 거라곤 하나님만 바라보며 찬양한 것뿐이었다. 그렇게 하나님은 그가 쓰시는 도구로 영혼을 구해내셨다.
정리=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반짝이는 교회의 밤 따뜻한 나눔 속으로 - 더미션
- 정부 정책 앞서… 정신건강 돌봄·상담 일찌감치 힘써온 교계 - 더미션
- 기독 청년 45% “심적 평안 위해 점·사주 본 적 있다” - 더미션
- 섬 교회는 발로 뛰고… 쑥쑥 크는 ‘안부 묻는 우유’… 대형 교회는 실탄 지원 - 더미션
- “노방전도 너무해” 맘카페가 뿔났다 - 더미션
- “축소사회 위기 속 교회·세상 잇는 다리 돼달라” - 더미션
- [이번 주 세계 교회 역사] 남김 없이, 후퇴 없이, 후회 없이 - 더미션
- ‘변치 않는 복음을 색다르게 전해보자’ 청년 목회자들의 ‘온라인 사도행전’ - 더미션
- 셀린 송 감독 “‘기생충’ 덕분에 한국적 영화 전세계에 받아들여져”
- “태아 살리는 일은 모두의 몫, 생명 존중 문화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