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도 없는 시골 과학 수업… ‘별 볼 일 있는’ 시간 만들었다
“시골 학교일수록 예산이 적어 과학 실험 장비가 잘 갖춰지지 못한 곳이 많아요. 주변 물건을 이용해 모든 아이들에게 ‘과학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었죠.”
2023년 ‘올해의 스승상’ 수상자로 선정된 경기 의정부부용초 박훈(44) 교사는 2002년 교직 생활을 시작한 뒤 10년 이상을 전교생 수 십~백 명 남짓한 ‘작은 학교’에서 근무했다. 한 학년에 한 학급뿐인 학교는 과학실은 물론 과학 실험 도구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 보니 과학을 교과서로만 배우고 졸업하는 학생들이 대다수였다.
박 교사는 일상에서 구할 수 있는 물건들로 과학 실험 도구를 만드는 방법부터 연구하기 시작했다. 종이로 ‘간이 태양 고도 측정기’를 만들고, 60L 플라스틱 물통에 별자리를 그려 넣은 뒤 물을 채워 태양의 일주운동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는 “학원에 다니는 도시 학생들과는 달리, 농촌 학생 대부분은 제가 제대로 가르치지 않으면 평생 (과학 실험을) 모르고 넘어가게 된다”며 “과학에 재미를 붙이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2009년에는 경기도 내 초등학교를 직접 찾아가 천체 관측 실습을 하는 ‘별밤 교실’을 시작했다. 천문대에 가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박 교사가 경기도융합과학교육원에서 천체 망원경을 빌린 뒤 수업을 신청한 학교로 찾아가는 것이다. 저녁 7시(동계 6시)에 시작하는 수업은 학생들에게 목성·토성·달 등의 행성과 별자리를 직접 관측하게 한다. 한 해 평균 40회 씩 천체 관측을 가르쳤다. 지금까지 박 교사의 우주 수업을 들은 학생만 수천 명이다.
그는 학생들이 과학과 친해지도록 다양한 수업 방법도 개발했다.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박 교사 수업 중 하나가 ‘제2의 지구를 찾아서’다. 학생들은 목성의 ‘4대 위성’ 가운데 제2의 지구로 적합할 수 있는 행성을 하나 고르고, 그 이유를 보고서로 만들어 친구들과 토론한다. 자신이 고른 행성을 설명하면서 우주와 과학에 흥미를 붙이는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박 교사는 학생들을 위한 자기 계발도 꾸준히 해왔다. 레크리에이션·미술치료·독서지도 등 박 교사가 취득한 지도사 자격증만 12개다. 경기도융합과학교육원 연구원이던 2012~2013년엔 장애 학생들이 역학 에너지를 공부할 수 있도록 별도 교육 자료와 간이 과학실험 도구 제작법을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가장 좋은 교재는 교사”라며 “다양한 재주를 가진 교사가 아이들에게 좋은 것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천체 관측 수업 시작 전에 학생들이 가져온 반찬으로 김밥이나 비빔밥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수업 신청은 박 교사가 2011년 만든 ‘초등 천문교육연구회’를 통해 받는데, 대부분 수업이 신청 시작과 함께 마감될 정도로 인기라고 한다. 박 교사는 “공부에 지친 아이들이 광활한 우주를 보면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며 “아무리 먼 학교라도 (수업을 신청하면)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12년간 경기 북부부터 남부까지 누볐다. 그 사이 천문연구회의 정식 교사 회원도 60명에 이르렀다. 박 교사는 시골 학교에서 근무하며 ‘누구도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는 교육 철학을 세웠다고 한다.
박 교사의 평균 취침 시간은 새벽 1시다. 밤 10시까지 초등학생 두 자녀를 돌본 뒤 학습 자료를 만드는 등 수업 준비를 한다. 그는 아침 7시가 조금 넘는 시간에 학교에 도착한다. 20년째다. “지금도 교실에 들어오는 아이들을 한 명씩 맞이하며 같이 장난칠 때가 가장 행복해요. 힘든 일도 아이들 웃음을 보면 잊혀지거든요.” 그에게 교직 생활의 원동력을 묻자 돌아온 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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