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그림자 영아 수사 이후 ‘베이비박스 영아’ 절반 급감 왜

김아영 2023. 12. 1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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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영아'에 대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한 지난 7월 이후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영아 숫자가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이종락 주사랑공동체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찰의 전수 조사 과정을 지켜본 미혼모 등 위기 임신 여성들이 부담을 느껴 베이비박스에 영아를 맡기지 못하는 것으로 추측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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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치 위기영아 수 추이 입수
게티이미지뱅크


‘그림자 영아’에 대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한 지난 7월 이후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영아 숫자가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파악됐다. 뜻하지 않게 임신으로 위기 상황에 처한 여성들이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맡기는 과정에서 신분 노출과 경찰 조사 가능성 등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림자 영아는 출생 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미등록 영유아를 뜻한다. 경찰은 지난 6월 ‘냉장고 영아 유기’ 사건을 계기로 미등록된 영아 2000명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국민일보가 17일 임신 여성과 아기를 보호하는 주사랑공동체(대표 이종락 목사)로부터 단독 입수한 최근 3년치 베이비박스 위기영아 수 추이를 분석한 결과, 이날 기준으로 올해 베이비박스에 들어온 영아 수는 77명으로 지난해(106명)의 72.6% 수준이었다. 특히 미등록 출생 아동을 대상으로 한 경찰의 전수 조사가 시작된 지난 7월부터 현재까지 베이비박스를 통해 보호받고 있는 영아는 2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1명)보다 절반 이하로 줄었다(그래픽 참조).

이에 대해 이종락 주사랑공동체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찰의 전수 조사 과정을 지켜본 미혼모 등 위기 임신 여성들이 부담을 느껴 베이비박스에 영아를 맡기지 못하는 것으로 추측한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전수 조사를 받은 한 가정은 이혼에 이르는 등 2차 피해가 발생했다. 전수 조사는 필요하지만 이 과정에서 여성의 신분이 철저히 보호되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고 이 목사는 지적했다.

그림자 영아 사태로 지난 10월 국회를 전격 통과한 ‘위기 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보호에 관한 특별법’(보호출산제)과 관련, 미혼모 등 위기 임신 여성이 다양한 지원과 상담을 통해 아이를 직접 양육할 수 있는 구체적 정책이 보완돼야 한다고 강조됐다. 내년 7월 시행되는 보호출산제는 위기 임신부에게 익명 출산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목사는 “이 법의 국회 통과를 환영한다. 다만 미혼모들이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아기를 포기하지 않고 양육할 수 있도록 지속적 지원과 집중사례 관리 등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호출산제에 힘입어 더 이상 위기 영아들이 억울하게 유기되거나 목숨을 잃는 일이 없도록 촘촘한 복지 지원이 필요하다”며 “독일 등 선진국처럼 아기만 낳고 도망간 친생부가 양육비 등에 대해 책임지도록 하는 강력한 법적 방안도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아기의 출생신고 갈림길에 있는 미혼모가 충분히 심사숙고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돼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 목사는 “미혼모들이 잠시 아기를 맡기고 행정 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며 “출생신고 갈림길에 있는 미혼모가 신중한 선택을 하려면 심적인 여유가 필요하다. 여기에는 (아기를 키우면) 국가의 확실한 지원이 있다는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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