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코리아] 스타트업 혁신 막는 ‘직방 금지법’
최근 총선을 앞두고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는 이른바 ‘직방 금지법’이 심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이 법안은 현재 임의단체인 공인중개사협회를 법정 단체로 격상하고, 회원 윤리 의무 위반 시 페널티 처분 권한과 부동산 거래 질서 교란 행위 단속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직방·다방·호갱노노 등과 같은 프롭테크(부동산기술) 분야 스타트업들이 기존 요율의 절반 수준 중개수수료를 책정하고 있는데, 이 법안은 이런 스타트업들과 사업을 연계하는 개별 공인중개사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 과연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스타트업과 소비자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
「 중개사협회 법정 단체화 우려
부동산 스타트업 위축될 수도
소비자 권익·편익 침해 가능성
」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은 타 전문 자격사와 형평성을 고려하여, 공인중개사협회를 법정 단체로 격상하고, 공인중개사 개설 등록 시 협회 가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과 협회의 윤리규정 제정, 회원에 대한 지도 및 감독을 강화하여 건전한 부동산 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취지로 개정 추진 중이다.
직방 금지법 도입으로 공인중개사협회를 법정 단체화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전세 사기 등으로 공인중개사에 대한 국민 신뢰가 낮은 상황에서, 소비자 권익 보호와 행정 공공성 확보 측면에서 단속 업무를 협회에 위탁하는 것은 더더욱 큰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공인중개사협회가 단일 법정 단체로 의무 가입될 경우, 국가의 관리 감독 권한을 일부 양도받게 되어 시장 독점으로 이어지고, 결국엔 소비자 편익 및 권익에 심각한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법안대로라면, 협회에 지도 관리, 행정처분 요청 권한 부여 및 부동산거래질서교란행위 단속 등 업무가 위탁될 것이다. 협회 이익에 반하는 경우, 정당한 영업 행위도 ‘교란 행위’로 징계될 수 있다.
따라서 시장 혁신 및 활력을 추구하는 스타트업은 협회의 방향과 다르다는 이유로 ‘교란 행위’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다. 현재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부동산 플랫폼 ‘한방’을 운영하는 사업자이다. 플랫폼 사업자 관점에서 특정 사업자가 다른 플랫폼에 대한 지도 관리 및 행정처분, 부동산 교란 행위 단속 권한을 가지는 것은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로 시장 질서를 훼손할 수 있다.
경영학 분야에서 협회와 창업자 간의 갈등은 오랜 주제이다. 미국 자동차 산업을 일으킨 포드의 창업자 헨리 포드 역시 특허자동차제조업자협회의 끊임없는 소송 제기로 인해 혁신적인 기술을 자동차에 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포드는 본인이 제작한 차를 직접 운전하여 당대 최고의 레이서 알렉산더 윈튼을 제치고 우승함으로써 포드의 기술력을 인정받게 되었다.
국내에서도 협회와 스타트업 간의 법정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2020년 ‘타다 금지법’이 통과되면서 새로운 사업모델이 등장해 소비자 편익이 커졌지만, 정치권이 택시 업계 등 기존 사업자를 옹호함으로써 신사업이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변협은 로톡의 서비스가 변호사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2015년부터 수차례 로톡을 고발하였으나 모두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도 변협은 변호사 광고에 대한 규정 및 변호사 윤리장전 개정을 통해 로톡 등 법률 플랫폼을 이용하는 변호사에 대한 징계에 착수하였다.
또 의협은 미용·의료 플랫폼 ‘강남언니’가 의료 광고 심의 기준, 불법 중개 및 알선 등 의료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의료광고 사전 심의 대상에 해당 플랫폼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경제 규제 혁신 TF 회의’에서 온라인 플랫폼에 비급여 진료비 정보를 게재할 수 있는 의료법령 유권해석을 담은 경제 규제 혁신 방안을 발표하였으나, 의협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협회는 기존 산업의 종사자들을 대표하는 단체로서, 시장 개방으로 인해 자신의 이익이 침해될 것을 우려한다. 특히 플랫폼 스타트업은 기존 산업의 구조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협회와의 갈등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 따라서 총선을 앞두고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법안은 장기적으로 사회 전반의 혁신을 저해할 수 있으므로 신중히 검토되어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전 한국벤처창업학회 회장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임신하면 쓸모없다" 국립대 교수 막말…문화재청 감사 | 중앙일보
- 덕수궁 시체더미서 가져갔다…어느 미군의 ‘양말 속 국새’ | 중앙일보
- "오빠 필 때" 이선균 협박한 여실장…첫 재판서 "비공개 해달라" | 중앙일보
- “아빠 유산 50억, 엄마는 빠져” 두 아들 내민 35년 전 각서 반전 | 중앙일보
- 미성년자에 속아 2000만원 낸 술집, 100만원 지문인식기 산다 | 중앙일보
- "1명 호리호리, 1명은 넓적" 이 한마디에 내 22년을 잃었다 | 중앙일보
- "부장이 단둘이 3차 회식 제안"…직장인 '회식 갑질' 여전 | 중앙일보
- 윤종신·코드쿤스트 불화설?…"어찌합니까" 임재범 한숨 무슨일 | 중앙일보
- 5년새 매출 50배, 서울 왜 가요…20대 '디지털 사장' 지방 대박 [팩플] | 중앙일보
- "열차 문 닫는다" 방송했는데…달리는 KTX에 매달린 외국인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