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중의 아메리카 편지] 성탄절의 유래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면서 아기 예수가 탄생한 날을 되새긴다. 하지만 정말로 그럴까. 예수라는 역사적인 인물의 실제 탄생일은 아무도 모른다. 지난 3세기부터 지금까지 논쟁이 뜨겁다. 성경에 나오는 역사적 사건, 천문학 지식, 또 계절 관계 등을 분석·추론하며 다양한 학설이 제기되었다. 무엇보다 12월 25일은 아니라는 사실 외에는 공통된 의견이 없다. 그러면 왜 이날이 성탄절로 정해진 것일까.
성탄절이 처음 공식적으로 12월 25일로 채택된 때는 354년이다. 그러나 이미 3세기 전반에 로마의 히폴리투스라는 신학자가 예수 탄생일을 겨울로 추정한 기록이 있다. 많은 역사학자의 연구 결과 성탄절은 로마의 ‘사투르날리아(Saturnalia’)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농업의 신이며 주피터의 아버지인 사투르누스를 기념하는 축제다. 일주일 간 온 도시가 잔치를 벌이고 선물을 주고받았다. 음주와 포식은 물론 평소 금지됐던 도박도 허용했다.
역으로 주인이 노예에게 상을 차려주며, 노예가 주인에게 버릇없는 행동을 해도 벌 받지 않았다. 축제 기간 계급과 관계없이 누구나 동등한 취급을 받았다. 썰매를 끄는 사슴인 ‘루돌프’를 노래하는 크리스마스 캐럴도 사투르날리아 축제에 관련한 루돌푸스라는 노예의 라틴어 노래에서 유래한다.
농경과 부를 관할하는 사투르누스는 시간의 아버지다. 동짓날 즈음인 사투르날리아는 해가 점점 길어지는 것을 기념하는 빛의 축제이기도 했다. 12월 25일 당일은 태양신 솔 인빅투스의 생일이었다. 로마의 첫 기독교 황제 콘스탄티누스가 공식적으로 섬겨오던 태양신의 축젯날을 예수의 생일로 지정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시민들이 널리 기념하던 연말 행사들을 점차 기독교 맥락으로 흡수했고, 예수 그리스도는 로마의 새로운 태양의 신으로 부활하였던 셈이다.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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