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읽기] 세상이 둘로 나뉘나
이달 초 중국을 다녀왔다. 출장지는 광둥성 광저우. 중국 신화사 주최의 세계미디어정상회의에 세계 101개 국가 및 국제기구에서 197개 미디어, 450여 언론인이 참석했다. 로이터와 AP 통신사 대표 등은 가짜 뉴스 등 언론이 처한 위협에 목소리를 높였다. 한데 내 관심은 온통 주최 측이 소개한 ‘신시대 인문경제학’에 쏠렸다. 처음엔 별생각 없이 듣다가 순간 깜짝 놀랐다. 이게 바로 ‘시진핑 경제학’이 아닌가 하는 데 생각이 미쳤기 때문이다.
‘신시대 인문경제학’의 골자는 이렇다. 맨 밑에 세 개 요소가 있다. 마르크스주의, 중국 현실, 중국 전통이다. 마오쩌둥은 마르크스주의에 중국 현실을 더해 ‘마르크스주의의 중국화’를 이뤘다. 시진핑은 여기에 중국 전통을 더한다. 그래서 나온 게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사회주의 사상’이다. 그리고 이 시진핑 사상 위로 ‘시진핑 경제사상’과 ‘시진핑 문화사상’의 실천적 과정을 거쳐 ‘신시대 인문경제학’이 탄생한다.
신시대 인문경제학은 사람(人)과 문화(文)를 두 축으로 해 발전한다. 서구의 물질 만능보다 사람 중심의 경제발전을 통해 시진핑 주석의 집권 3기 비전인 ‘중국식 현대화’로 나아가겠다고 주장한다. 중국식 현대화는 “현대화는 서구화가 아니다”라는 시 주석의 생각을 담고 있다. 중국식으로 현대화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진핑은 집권 초 중국 경제학자들에게 케인스주의 등 서구 이론이 아니라 중국 전통에서 중국의 경제발전 논리를 찾으라고 요구한 바 있다.
신시대 인문경제학은 바로 그런 10년 전 시진핑의 요구에 대한 일종의 답이다. 그리고 그것이 지향하는 최종 목적은 인류운명공동체 건설이다. 중국은 바로 신시대 인문경제학을 인류가 추구해야 할 새로운 경제 스탠더드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중국이 근년 들어 잇따라 글로벌 표준을 내놓고 있는 게 떠오른다. 2021년엔 글로벌발전이니셔티브(GDI), 2022년엔 글로벌안보이니셔티브(GSI), 그리고 올해는 글로벌문명이니셔티브(GCI)가 나왔다.
중국이 글로벌 스탠더드 제시를 계획적으로, 또 야심적으로 추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연히 세상이 이제 중국 표준과 서방 기준의 둘로 나뉘겠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중국은 미국을 대체할 의도가 전혀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러나 행동에선 이미 미국 대체에 나선 모양새다. 그런 중국의 야심이 한낱 객기로 끝날지 아니면 현실이 될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유상철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임신하면 쓸모없다" 국립대 교수 막말…문화재청 감사 | 중앙일보
- 덕수궁 시체더미서 가져갔다…어느 미군의 ‘양말 속 국새’ | 중앙일보
- "오빠 필 때" 이선균 협박한 여실장…첫 재판서 "비공개 해달라" | 중앙일보
- “아빠 유산 50억, 엄마는 빠져” 두 아들 내민 35년 전 각서 반전 | 중앙일보
- 미성년자에 속아 2000만원 낸 술집, 100만원 지문인식기 산다 | 중앙일보
- "1명 호리호리, 1명은 넓적" 이 한마디에 내 22년을 잃었다 | 중앙일보
- "부장이 단둘이 3차 회식 제안"…직장인 '회식 갑질' 여전 | 중앙일보
- 윤종신·코드쿤스트 불화설?…"어찌합니까" 임재범 한숨 무슨일 | 중앙일보
- 5년새 매출 50배, 서울 왜 가요…20대 '디지털 사장' 지방 대박 [팩플] | 중앙일보
- "열차 문 닫는다" 방송했는데…달리는 KTX에 매달린 외국인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