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발 ‘냉기 고속도로’ 뚫렸다…연말까지 한파
12월 날씨가 극과 극을 오가고 있다. 봄 같은 고온 현상에 이어 여름철 장맛비 같은 폭우가 쏟아지더니 이번엔 체감 기온이 영하 20도에 이르는 매서운 한파가 찾아왔다. 북극발 냉기가 불러온 이번 한파는 이달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17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12.4도로 올겨울 들어 가장 낮았다. 여기에 바람까지 강하게 불면서 체감온도는 7도 이상 낮은 -19.6도까지 떨어졌다. 서울 중구 관측소에서는 오전 한때 체감온도가 -23.5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강원도 고성군 향로봉은 -24.1도(체감 -38.6도)까지 기온이 떨어지는 등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10도를 밑도는 한파가 나타났다. 이에 경기와 강원·충북·경북 내륙 지역에는 한파 경보가 내려졌다.
전국 곳곳에서 한파 피해도 속출했다. 활주로가 얼면서 항공기가 무더기 결항했고, 고속국도·국도·지방도 8곳이 한때 통제됐다. 추운 날씨로 인해 천안아산역에서 광명역을 향해 달리던 KTX 열차의 외부 유리창에 일부 금이 가는 사고도 발생했다. 제주에선 강풍으로 인해 가로등이 쓰러지면서 승용차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고, 앞서 16일에도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 지방도에서 차량 15대가 얽힌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전국 각지에서 차량 고립 신고와 계량기 동파 신고도 이어졌다.
18일에도 서울의 아침 기온이 -11도, 체감온도는 -14도를 기록하는 등 강력한 한파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강원 철원은 전날보다 3도가량 더 낮은 -18도까지 기온이 떨어질 전망이다. 기상청은 “18일 아침 기온은 한파특보 지역에서 -10도 이하로 내려가겠고, 낮 기온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영하의 기온을 보이면서 매우 춥겠다”고 밝혔다.
12월 초에 반짝 추위가 나타난 이후 5일부터 15일까지 서울의 최저기온이 영상권을 유지하는 등 고온 현상이 이어졌다. 11일과 15일에는 강원 강릉·전북 전주 등 일부 지역에 이례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12월 일강수량 신기록이 줄줄이 깨졌다. 따뜻한 남서풍을 타고 막대한 수증기가 한반도에 유입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록적인 폭우 뒤에 강한 찬 공기가 북쪽에서 밀려 내려오면서 한반도를 점령했다. 그 영향으로 일주일 만에 기온이 20도 넘게 급락했다. 19일에 일시적으로 평년 기온을 회복하겠지만, 이후 다시 기온이 낮아지면서 -10도를 밑도는 강추위가 크리스마스를 앞둔 다음 주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12월 중순을 넘어 기온 패턴이 완전히 바뀐 건 북쪽으로부터 냉기가 유입되는 길이 열리면서 북극의 찬 공기가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 일대를 점령했기 때문이다. 특히 우랄산맥 부근에서 만들어지는 고기압인 ‘우랄 블로킹’이 동서 방향의 기압계 흐름을 막는 역할을 하면서 시베리아와 북극 일대의 냉기가 남쪽의 한반도를 향해 쏟아져 내려오는 ‘고속도로’가 뚫린 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북쪽으로 찬 공기가 남하해 (한파가) 나타나는 상황으로 돌입하기 때문에 앞으로 급격한 기온 변화로 인한 추위를 더욱 크게 느낄 수 있다”며 “동파나 추위로 인한 시설물 피해에도 각별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엘니뇨와 기후변화가 ‘고온→폭우→한파’로 이어지는 초겨울 극단적인 기상 변화를 유발했다는 분석도 있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엘니뇨로 인해 강해진 적도 부근의 열기가 제트기류를 북쪽으로 밀어 올리면서 한반도는 따뜻했던 반면 시베리아 등에는 기록적인 추위가 나타났는데 이번에 제트기류, 즉 냉기를 가뒀던 둑이 터지면서 북쪽에 쌓여 있던 찬 공기가 한반도로 쏟아진 것”이라며 “이번 한파는 열흘 정도 길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천권필·최경호·문희철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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