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방폐물·재정준칙·AI…꽁꽁 얼어붙은 ‘경제입법’

김기환 2023. 12. 1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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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부터 부동산, 원자력 발전(원전)에 인공지능(AI)까지…. 민생은 물론 국가 경제를 위해 필요한 법률안이 국회에서 장기 표류하다 해를 넘길 전망이다. 올해 정기국회가 극심한 정쟁 끝에 해당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한 채 지난 9일 폐회하면서다. 가까스로 열리는 12월 임시 국회에서라도 처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국회와 관계 부처에 따르면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 새벽 시간대나 의무휴업일(매월 두 번째, 네 번째 일요일)에도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내용의 ‘유통산업 발전법’ 개정안은 올해도 사실상 입법이 물 건너갔다. 유통산업 발전법은 과거 대형마트의 시장 독과점 우려가 높던 시절 만든 규제다. 온라인 쇼핑이 급성장한 만큼 개정이 필요한 데도 여전히 “골목 상권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야당 우려에 발목 잡혔다.

김경진 기자

분양가 상한제 주택의 청약 당첨자에게 적용하는 2~5년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도 국회 통과가 난망하다. 부동산 투기를 우려한 야당이 법안 통과를 반대해서다. 실거주 의무 폐지를 믿고 주택을 분양받은 이들은 전세도 내놓을 수 없어 잔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 통과도 하세월이다. 국내에는 아직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처분할 시설이 없어 임시로 원전에 폐기물을 보관하고 있다. 2030년부터 한빛 원전을 시작으로 임시 저장시설이 차례로 포화할 전망이다. 특별법은 조속히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을 확보하고 폐기물 반출 시점 명시, 선정 지역에 대해 대규모 지원하는 등 내용을 담았다. 야당은 신규 원전 건설과 연계해 고준위 방폐물 처리장 건설과 관련한 내용을 확정하지 않고서는 특별법을 통과시키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안정계정’을 도입하는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개정안도 국회에 발 묶였다. 일시적 유동성 공급, 자본 확충이 필요한 금융회사에 대해 예금보험공사가 유동성을 선제 지원하는 제도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위기가 전염하는 것을 막는 장치지만 야당에서 금융안정계정 신설을 반대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한 ‘재정준칙(국가재정법 개정안)’ 처리조차 뒤로 밀렸다.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을 뺀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1000조원을 넘긴 국가 채무가 폭증하지 않도록 관리하자는 취지다. 역시 야당이 사회적경제기본법과 연계해 처리를 주장하는 등 발목을 잡고 있다.

미래 선점 측면에서 시급한 ‘AI 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 통과도 하세월이다. 유럽연합(EU)이 AI 규제안을 마련하고, 미국이 AI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각국이 AI 규제와 산업 발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의 위험성을 사전 통제하면서 자국의 AI 기술 개발을 촉진하고 경쟁국의 기술 개발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도 숨어있다.

여야는 임시국회를 열어 이달 20일, 28일 본회의에서 예산안과 함께 해당 법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임시국회가 지나면 내년 4월 총선까지 사실상 국회 활동이 정지된다. ‘데드라인’은 내년 4·10 총선 이후 21대 국회 회기 종료일인 5월 29일까지다. 만약 이 기간마저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할 경우 자동 폐기된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정치학)는 “비교적 여야 이견이 적은 경제·민생 법안인 만큼 정치적인 쟁점과 연계하지 말고 1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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