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로 바이올린 곡 연주하는 김민지 “시야 넓히면 다룰 곡 많다”
“여기 엄지손가락이 아파요.” 첼리스트 김민지는 왼손을 쫙 펴서 엄지와 검지 사이를 보여줬다. 지난 12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그는 “첼로로 바이올린 악보를 보며 연주한다”고 했다. 그러느라 지판을 짚는 왼손 엄지를 많이 써야 해서 아플 지경이라는 뜻이다.
김민지는 이달 독주회에서 바이올린을 위해 쓰인 곡들을 연주한다. 비발디의 ‘사계’(1725)와 피아졸라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1969~70)다. 두 곡 모두 독주 바이올린과 현악 앙상블을 위해 작곡된 작품이다. 김민지는 두 곡을 첼로를 위해 편곡된 악보 대신 높은음자리표의 바이올린 악보를 그대로 보고 한다. “비발디 ‘사계’는 첼로 협주곡으로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보통 ‘봄’의 1악장을 원래보다 한 음 낮게 하더라. 그런데 완전한 봄의 느낌이 안 난다.”
첼로는 묵직한 악기다. 화려한 바이올린을 밑에서 받쳐주는 저음의 상징이다. 하지만 김민지는 첼로가 날렵하고 화려하다고 선언한다. 얼마든지 주인공 악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그에 맞는 연주곡을 선택하는 대표적 첼리스트다.
“1700년대에 첼로와 첼리스트가 지금처럼 발전했다면 비발디가 첼로를 위한 곡을 썼을 거다.” 김민지는 베토벤 시대 이후에야 첼로가 독주 악기로 주목받기 시작한 사실을 지적했다.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5개 중에서도 3번 이후에야 독주 첼로의 진가가 나온다.” 그래서 첼리스트들은 연주할 곡이 적다고 본다. 소나타로는 베토벤·브람스·쇼팽 정도가 자주 연주된다.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는 협주곡도 비슷하다. 첼리스트들은 하이든·슈만·드보르자크·엘가를 반복해 협연한다.
하지만 김민지는 “시야를 넓혀보면 첼로로 할 수 있는 곡이 많고, 지금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고 했다. “특히 위대한 첼리스트들이 작곡가에게 위촉했던 경향을 봐야 한다. 20세기에 로스트로포비치는 펜데레츠키, 루토슬라프스키, 뒤티외에게 새 작품을 의뢰했다. 현시대 첼리스트 아르토 노라스는 자국 핀란드의 작곡가들에게 많은 작품을 쓰도록 했다.” 기량과 예술성이 높은 첼리스트들이 새로운 곡의 탄생을 이끌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음악계의 ‘록스타’로 꼽히는 작곡가 지오반니 솔리마(61·이탈리아)가 ‘첼로 주인공화’라는 흐름을 끌고 간다. 첼리스트가 음성으로 노래하며 동시에 연주하는 ‘비통’은 연주자와 청중에게 인기곡이 됐다. 김민지는 이번 독주회에서 솔리마의 ‘첼로, 울림!(Violoncelles, vibrez!)’을 첼리스트 김두민과 함께 연주할 예정이다. “첼로는 크기 때문에 멀리 있는 음정으로 이동하는 것이 어렵다. 그 점을 잘 알고 있는 솔리마는 이 곡에서 그 약점을 이용해 반복해서 도약하도록 했다. 그런데 음악적으로 아름다워 예술적인 유머가 된다.”
김민지는 “따뜻한 음색으로 사랑받았던 첼로가 이제는 저돌적으로 영역을 넓혀갈 때가 됐다”고 했다. 김민지의 독주회는 22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남훈·김덕우, 비올라 정승원·장희재 등 20명이 앙상블로 함께 한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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