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이재명, 당내 '통합' 요청에도 오히려 갈라치기 행보 [정국 기상대]

고수정 2023. 12. 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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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리스크에 '이낙연 신당' 등 당 분열 조짐
여당發 인적 쇄신까지 겹치면서 '리더십 위기'
'2선 후퇴' 요청엔 침묵하고 신당 견제 본격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사법 리스크에 더해 계파 갈등과 '이낙연 신당' 등 당 분열 조짐, 여당발(發) 인적 쇄신으로 '내우외환' 위기에 몰렸다. 친명(친이재명)계 일각에서는 '공천 후 2선 후퇴' 언급까지 나왔지만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 위기가 결국 '공천' 문제와 무관치 않다는 점에서, 이 대표의 거취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는 주말에도 혁신(비명·비이재명)계의 '2선 후퇴' 요구에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재명 대표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 입장만 밝혔다.

앞서 혁신계 의원 모임인 '원칙과 상식'의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퇴진과 통합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을 요구한 바 있다. 이는 국민의힘에서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김기현 대표가 대표직에서 사퇴하면서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는 등 쇄신을 꾀하는 데도 민주당은 쇄신 의지가 없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

최근 의원총회에서도 쇄신 경쟁에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여당은 김기현 대표가 물러나고 비대위가 논의되는데 우리 당은 초선 의원들만 불출마가 이어진다. 지도부가 혁신과 헌신·희생·결단의 리더십을 보여달라"(오영환 의원) 등이다.

이 대표의 '통합 리더십'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지속적으로 분출되고 있다. 3선 전해철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당내 다양한 의견을 단순한 이견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당 구성원들의 충언과 의견을 외면하고 공격한다면 당내 민주주의는 설 자리를 잃게 된다"고 말했다. 전해철 의원은 그러면서 강성 지지층의 여론 호도, 갈라치기 공격 등에 대한 당 지도부의 확실한 조치를 촉구했다.

4선 중진 우상호 의원도 의총에서 "반대 의견을 과감하게 통합하고 포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거면 지도부가 총사퇴하는 게 낫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오영환 의원도 "무조건적인 일방적 단합과 내부를 향한 침묵을 강요하지 말라"며 "다른 생각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이탈하는 사람까지도 마음을 돌리고 인정하고 존경하고 따를 수밖에 없는 리더십, 국민이 감동하는 혁신과 헌신·희생·결단의 리더십을 보여달라"고 했다.

당내의 이 같은 쓴소리에도 이재명 대표는 오히려 '통합'은커녕 '분열'을 가속화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는 오는 20일 김부겸 전 총리를, 28일에는 정세균 전 총리와의 만남을 추진 중이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최종 조율 중"이라며 "총선을 앞두고 당의 단합을 위해 원로들이 말씀 해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신당 창당을 공식화한 이낙연 전 대표와 '연대설'이 제기된 두 총리만 이 대표가 만나는 건, 결국 이낙연 전 대표를 고립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 측은 이재명 대표의 '퇴진' 또는 '공천권 내려놓기' 등 통합 행보가 선행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 위기를 친명계가 더욱 부추기고 있는 모양새이기도 하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한 라디오방송에서 "(이 대표 사퇴 요구는) 당 지도부에 대한 흔들기"라며 "당은 원칙과 기준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당대표가 물러나야 할 때는 그만한 분명한 사항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익표 원내대표는 "많은 의원의 의견을 듣는다. 이 대표를 중심으로 총선을 치르자는 의견이 다수"라면서 "이 대표만으로 선거를 치르기 힘들기 때문에 이 대표 외에 추가로 같이 가자, 통합해서 당의 역량을 (올려서) 가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신 분도 있다"고 강조했다.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인 김영진 의원도 같은 날 한 유튜브 방송에서 이 대표가 2선으로 후퇴하면 당 지지율이 더 떨어질 위험성이 크다면서 "이 대표만으로 총선에서 못 이기지만, 이 대표 없는 총선 또한 못 이긴다"고 주장했다. 다만 김영진 의원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이해찬 당시 대표가 이낙연 선대위원장을 선임했던 점을 언급하면서 "앞으로 변동의 시기가 있다. 그 시기에 어떻게 할 것인지가 항상 남겨져 있는 카드"라고 했다.

하지만 '공천권' 문제가 계파 갈등의 원인 중 하나인 만큼 이재명 대표가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는다면 분열 양상은 더욱 짙어질 것이라는 게 당내 중론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재명 대표가 주 3회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어떻게 정상적인 선거 대응이 가능하겠느냐"라며 "공천 후 2선 후퇴도 말이 후퇴이지, 자기 사람들로 다 심어두겠다는 생각은 여전한 거 아니냐. 이재명 대표가 거취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당 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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