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대 증원, 국민부담 는다"…국민 90%는 "증원 찬성"
17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 영하 10도의 한파 속에서 단상에 오른 의대생 다섯 명이 하얀 가운을 벗어던졌다. “무너진 보건ㆍ의료 환경에서 의사의 직분을 다하기 어려운 상황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설명이 뒤따랐다. 퍼포먼스에 참여한 의대생 한 명은 “의대 증원이 말이 안 되다고 생각해 나섰다”고 말했다.
의협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대책특별위원회'는 이날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대해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제1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동화면세점 앞에서 한 시간 남짓 집회를 이어간 뒤 용산 전쟁기념관 앞으로 이동했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이 자리에서 '대통령님께 드리는 글'을 통해 의대 정원 확대가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변호사와 의사는 다르다. 변호사가 늘어난다고 모든 국민의 부담이 늘어나지 않는다"며 "(건강 보험료에 기반을 두는) 의료서비스는 의사가 크게 늘어난 만큼 건보 진료비 규모도 커질 것이고 이로 인한 건강보험료 폭등은 현세대와 미래 세대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님께 의대 정원 증원 정책 추진의 재고를 간곡히 요청드린다. 의료 전문가인 의사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귀담아들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의협의 우려는 국민 인식과는 한참이나 동떨어져 있다. 이날 오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의 기자회견에서는국민 10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사부족 실태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 89.3%는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보건의료노조가 지난 11월 초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국민 82.7%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고 답했는데 한 달 만에 찬성 비율이 6.6%P 상승했다.
특히 필수의료 붕괴 우려가 큰 지방에서 찬성 여론이 높았다. 강원ㆍ제주 95.7%, 대구ㆍ경북 93.8%, 대전ㆍ세종ㆍ충천 91.6%, 부산ㆍ울산ㆍ경남 91.2%, 광주ㆍ전라 91.0% 순이었다. 또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의협의 입장에 국민 71.9%가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했고, 지지한다는 응답은 26.1%에 그쳤다. 의대 정원 확대의 결정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묻는 말에는 ‘일반 국민’이라는 응답이 51.5%로 절반을 넘었다. 보건복지부라는 응답이 35.8%, ‘의사협회’라고 답한 비율이 10.5%였다.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협은 파업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회원들을 대상으로 지난 11~17일까지 파업(집단휴진) 찬반을 묻고 있다. 이날 조사가 마감됐지만, 결과는 우선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정부와의 협상을 이어가면서 회원들의 파업 찬성 여론을 압박 수단으로 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부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비상대응반 회의를 열고 "의협이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열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하는 총파업을 언급한 점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와 의협은 현재 매주 열리는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대 정원 확대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다음 회의는 20일이다.
김나한 기자 kim.na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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