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체육관 사용료가 만 원, 재미가 쏠쏠합니다

박희종 2023. 12. 1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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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 상당구 쌀안문화센터에서 운동하는 즐거움

[박희종 기자]

갑자기 손목이 좋지 않아 침을 맞고 싶어 한의원에 들어섰다. 세월은 구석구석을 그냥 두지 않나 보다. 자주 찾아가는 곳이라 얼굴만 봐도 안내해 주니 여간 편안한 게 아니다. 

오랜만에 만난 원장님, 인사를 하자 아래위로 몸을 살핀다. "몸이, 가슴이 예전보다 훨씬 벌크업 되었는데요!" 어떻게 알았느냐는 내 표정에 원장님이 싱긋 웃는다. 몇 달 전부터 운동 방법을 바꾸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근육량이 풍성해지고 늘, 뿌듯함을 주는 몸이 되었다. 

오래전부터 근육운동을 해 왔지만 시골에 자리를 잡으면서 체육관을 이용하기는 매우 어려웠다. 체육관까지는 15km 정도, 일주일에 서너 번 30km를 오고 갔다. 살아 있는 근육을 외면할 수 없어서다. 비나 눈이 오면 더 불편해 고민하던 중에 좋은 소식을 들었다. 가까운 곳에 운동할 수 있는 체육관이 있다는 것이다. 운동기구도 많이 비치되어 있고 분위기도 좋은 체육관이란다.

귀가 솔깃하여 찾아간 체육관은 듣던 대로였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문화원에 운동할 수 있는 체육관과  북카페가 있고 주민들의 여러 가지 행사를 할 수 있는 곳이었다. 다양한 헬스기구가 비치되어 있었고, 도시의 어느 체육관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었다. 여름이면 냉방이 되고, 겨울이면 난방이 되는 전천후 체육관이었다.

또 한 가지 좋은 점은 운동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었다. 서툰 동작을 잡아주고 효과적인 근육운동을 할 수 있도록 지도를 해준다. 새로운 방법을 이용한 운동은 모든 것이 달랐다.

근육의 살아남과 움직임이 달랐고, 몸의 균형에 따라 버티는 근육의 쓰임이 달라졌다. 새로운 방법으로 운동한 것이 거의 6개월이 되었으니 체형이 바뀔 만했다. 특히 상체가 변했음을 원장님이 알아보고 어떻게 운동을 했느냐 묻는 것이었다. 

체육관은 사랑방이었다 
  
▲ 체육관이 있는 문화센터 체육관이 있는 문화센터 전경이다. 체육관이 있고 북카페가 있으며 주민들의 각종행사가 이루어지는 아름다운 삶의 현장이다.
ⓒ 박희종
 
자세히 알고 보니 파격적인 운영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었다. 다양한 운동기구로 운동을 할 수 있고 한 달 사용료는 단돈 만 원, 자그마한 샤워실도 있어 운동하기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는 곳이었다. 집에서 4km 정도면서도 많은 운동기구가 있으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몇 달 치의 이용료와 약간의 입회비를 납부하고 운동을 시작했다. 아침 일찍 찾아간 체육관엔 벌써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다. 

며칠을 드나들다 보니 대부분 알 수 있는 사람들이었고, 운동하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사랑방 같은 곳이었다. 엊저녁엔 무엇을 했고, 누구와 술 한 잔했다는 것도 감출 것이 없는 정겨운 곳이다. 누구는 어느 가게 사장이고, 누구는 어디서 근무하는 아무개라는 것을 훤히 알고 있다. 삶을 감출 수 없어 간단히 소개하고 함께 어우러지며 운동을 시작했다. 

체육관엔 운동기구도 다양하지만 운동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체력운동 하는 방법과 몸 만드는 방법을 친절하게 지도해 주는 사람, 체육관 동호회 회장과 부회장이 있었다. 처음 찾아와 낯선 사람에게 운동 기구 사용법을 알려주고, 효율적인 운동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반복하는 횟수와 얼마만큼의 무게를 이용해야 하는지, 얼마의 간격으로 해야 할지를 자세히 알려준다. 운동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자상한 코치가 되고 있었다.

어떻게 운영될까

자그마한 면단위 지자체에서 설립하여 회원들이 운영하는 체육관이다. 회원으로 적을 둔 사람이 500여 명, 매달 회비를 내며 정규적으로 체육관을 찾아오는 주민이 200여 명이 된단다. 면소재지뿐만 아니라 이웃 동네에서도 찾아온다. 남녀노소에 상관없이 하교하는 학생들도 찾아오고, 대학생들도 찾아오는 곳이다.  어떻게 이런 환경이 만들어졌을까? 

전반적인 운영은 운영진과 상의하여 회장이 대신하고 있고, 여자 부회장은 체육관의 제반 사항을 상의하여 보살피고 있다. 체육관의 청결부터 환기까지 모든 분야를 살피며 여자들의 운동을 도와주고 있다. 

체육관에는 수많은 운동기구들이 있다. 지자체에서 마련해 준 기구가 대부분이지만, 필요한 운동기구는 동호회의 회비로 마련한다. 한 달 단돈 만 원으로 마련하는 운동기구, 철저한 시장조사를 거쳐 저렴하면서도 실용적인 기구를 찾아낸다.

기백명의 회비를 관리하는 멋진 총무가 있는가 하면, 체육관의 전체적인 운영과 관리하는 회장단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새벽 6시부터 활기찬 체육관이 되어 언제나 흥겨운 곳이다.

시골동네에서 이만한 회원들을 보유한 동호회가 있을까? 새벽 6시부터 늦은 밤까지 이용할 수 있고, 전혀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나름대로 운동을 할 수 있으니 찾아오는 사람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이백 명에 가까운 주민들이 찾아오며 지역사회 삶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체육관이다. 
 
▲ 체육관의 운동기구들 수많은 운동기구가 비치되어 있다. 한달 사용료 만원, 언제나 찾아 와 운동할 수 있는 다양한 기구가 구비되어 있는 가성비 최고의 체육관이다. 냉난방이 완벽하고 이웃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체육관의 운동기구들이다.
ⓒ 박희종
 
분위기는 아기자기하다

처음 체육관을 찾아간 아침,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당시 농사철이 시작되어 아침 운동을 하고 일하러 나갔기 때문이란다. 일찍 운동을 하고 일터로 나서는 사람, 일을 하고 운동을 하러 오는 사람, 은퇴 후에 시골에서 노년을 보내는 사람 등 구성원도 다양하다. 시간대에 따라 체육관 분위기도 달랐다. 새벽에 만난 체육관은 언제나 활기가 있다. 바쁜 사람들이 서둘러 운동하고 일선으로 나서야 하는 분위기다. 

처음 운동을 시작했을 무렵 아침 음악은 대세였던 트로트가 서서히 발라드로 갔다. 트로트를 좋아 하지만 발라드는 어떨까 하여 건넨 CD가 역할을 하였기 때문이다. 책상을 정리하다 발견한 CD를 슬며시 놓아둔 결과였다.

오후 시간의 분위기는 어떨까? 조금은 나른한 분위기에서 이웃들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어디에 사는 누구인지 주고받는 분위기다. 오전에 울려 퍼지는 발라드가 아닌 올드 팝송이 울려 퍼지고 있다. 저 음악이 어울릴까를 의심하는 순간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 

일흔 번째 겨울에 만나는 체육관은 이런 풍경이어도 좋고, 저런 풍경도 괜찮다. 늙을 줄 몰랐던 몸으로 세월의 무게를 다스려야 하기 때문이다. 트로트가 울려 퍼지고 가끔 발라드로 바뀌며 다시 올드 팝분위기, 여기는 대도시가 아닌 조그만 면단위 소재 아름다운 체육관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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