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명문고, 교장 자산 200억?… 90년대 사학비리 ‘끝판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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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서울 강남의 한 명문 사립고에서 벌어진 수백억원대 사학비리가 선생님들의 양심선언, 학생들의 정의감으로 수면 위로 드러나 관련자들의 처벌까지 이끌어낸 사건이 방송을 통해 소개됐다.
영상에는 1990년대 S고등학교 교장 일가가 학생들에게서 부당하게 받은 돈으로 200억원대 자산을 모은 이야기가 나왔다.
한 교사는 "학교가 상을 받는 학생 9명에게 100만원씩 요구했다"고도 전했다.
학생과 학부모, 선생님들이 반대하자 시교육감은 이들의 임원 승인을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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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서울 강남의 한 명문 사립고에서 벌어진 수백억원대 사학비리가 선생님들의 양심선언, 학생들의 정의감으로 수면 위로 드러나 관련자들의 처벌까지 이끌어낸 사건이 방송을 통해 소개됐다.
지난 15일 SBS 유튜브 채널 달리에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의 방영분이 공개됐다. 영상에는 1990년대 S고등학교 교장 일가가 학생들에게서 부당하게 받은 돈으로 200억원대 자산을 모은 이야기가 나왔다.
S고는 학생들에게 모의고사 지원금 명목으로 1500원씩 걷어간 뒤 이를 가로챘다. 당시 고2였던 주민근군은 11월 모의고사를 치면서 이상함을 느꼈다. 시험이 끝났는데 선생님이 답안지를 거둬가지 않았다. 알고 보니 학생들이 나눠 받은 시험지는 7월 모의고사 시험지였다.
당시에는 큰 출판사들이 모의고사 시험을 주관하면 학교는 그중 하나를 골라서 시험을 치르는 방식이었다. 주군은 주관사에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물었다. 출판사는 “(7월 모의고사 시험지) 여분이 남아서 무료로 배포했다”고 답했다. S고에는 한 학년에 20반, 1학급당 50명씩 있었다. 한 학년만 해도 모의고사비는 150만원이었다. 이외에도 주변 학교는 5000원, 1만원씩 걷는 보충수업비를 이 학교는 1만5000원, 2만원까지 거뒀다. 늦게까지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전기세 명목으로 매달 3000원을 내라고 했다.
참다못한 학생들 가운데 3명이 모여 전단지를 만들었다. A교장을 향해 ‘공짜로 나눠줄 시험지를 1500원씩이나 받아먹고 시험을 친 이유가 뭐냐. 당신 같은 인간도 교육자 소리를 들을 수 있는가’라고 질타하는 내용이었다. 전단지를 돌린 세 명을 비롯해 네 명의 학생이 퇴학을 당했다.
A교장에게 대항하면 선생님들도 부당 대우를 받았다. 1994년, 총 8명의 선생님은 뜻을 모아 학교의 부조리함을 언론에 폭로했다. 한 교사는 “학교가 상을 받는 학생 9명에게 100만원씩 요구했다”고도 전했다. 대통령도 특별조사를 지시했다.
조사 결과 성적 조작도 있었다. 이 학교는 OMR 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아날로그식 채점 방식을 고집했다. 채점하다가 오답을 수정액으로 지우고 정답에 체크를 해주는 방식으로 성적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6년간 15억원의 불법 찬조금도 받았다. 당시 시세로 강남 아파트 서너 채를 살 수 있는 금액이었다.
A교장은 이 돈으로 247평의 대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의 초호화주택을 짓고 살고 있었다. 미국 뉴욕 인근 로드아일랜드주에 1200여평에 달하는 별장도 있었다. 학교 건너편에는 14억원 상당의 건물을 지었다. 1994년 당시 시세가 50억원이었다. A교장의 총자산은 200억원대로 조사됐다. 몇 년간 이어진 재판 끝에 A교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선생님들의 양심선언 이후 6년이 지난 2000년 학교재단 이사로 A교장의 아내, 누나 등 측근들이 선임됐다. 새로운 교장 자리에는 A교장의 2인자 노릇을 했던 교감이 왔다. 학생과 학부모, 선생님들이 반대하자 시교육감은 이들의 임원 승인을 철회했다. 그러나 A교장 아내가 소송을 냈고, 3개월 만에 행정법원은 A교장 아내의 손을 들어줬다.
학생들은 학교로 집결해 반대 시위를 벌였다. 전경들이 학교 정문 앞에 배치됐으나 학생들은 이를 뚫고 법원으로 달려갔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방패에 밀쳐지기도 하고 곤봉에 맞기도 했다. 부상자가 속출해도 법원 앞에 도착한 학생들은 “정의는 살아있다. 부패재단 척결하라. 비리재단 비호하는 재판부는 사퇴하라”고 외쳤다. 결국 서울고법까지 간 이 사건은 전 교장 일가의 패소로 끝났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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