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서울의 봄'에 왜 떠나" 주문에 국민의힘 전두환과 선 긋기
조선일보 "전두환 단죄 YS의 당, 서울의 봄 흥행에 왜 떠나"…
다음날 윤재옥 "하나회 척결 YS, 우리 당의 뿌리"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영화 '서울의 봄'이 흥행하면서 보수진영 내에서 전두환과 선을 긋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표적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이 전두환의 민주정의당에 뿌리를 두고 있고, 보수정당 안팎에서 5·18민주화운동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야당에서 검찰 출신의 윤석열 대통령과 현 정부 인사들을 전두환 '하나회'에 비유하면서 보수진영 내에선 전두환을 척결한 김영삼 전 대통령(YS) 관련 인사가 현 여당의 주류 인사라는 목소리를 뒤늦게 내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14일 정치부 기자의 기자수첩 <'하나회 해체' '전두환 단죄' YS의 당, '서울의 봄' 흥행에 왜 떠나>에서 “국민의힘 당대표 회의실에는 이승만·박정희·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사진이 나란히 걸려있고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흔적은 없다”며 “1983년 신민당 총재 김영삼은 서슬 퍼렇던 전두환 정권에 맞서 목숨 걸고 23일간 단식 투쟁을 하며 민주화운동을 이끌었고 1987년 대선을 앞두고선 12·12때 신군부에 체포됐던 정승화 전 육군 참모총장을 영입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3당 합당'으로 대통령이 됐지만, 취임 열흘 만에 전광석화 같은 군 인사조치로 하나회를 해체시킨 인물도 YS였다”며 “30여 년에 걸친 '정치 군인' 문화를 정권의 명운을 걸고 단박에 뿌리 뽑은 업적이었다”며 “김문수처럼 전두환 정권에 대항했던 민주화 운동가들이 YS 권유로 영입됐고, 유승민 전 의원은 12·12 희생자 고 김오랑 중령의 명예 회복을 주도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영화로 공세를 펼치는 민주당을 향해 '충성 경쟁 펼치며 사익만 좇는 모습이 하나회와 꼭 닮았다'고 맞불 놓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국민의힘은 쉬쉬하기 바쁘다”며 “왜 '서울의 봄' 앞에서 YS의 후예들이 떨고 있나”라고 했다. 민정당의 후예가 아닌 YS의 후예임을 자처하며 야당에 맞서라는 주문이다.
그러자 다음날인 지난 15일 오전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12·12를 일으킨 하나회를 척결한 것도 우리 당의 뿌리인 문민정부(김영삼 정부)였다”며 “민주당은 언제까지 과거에 매달려 국민을 선동하고 대한민국이 미래로 나아가는 길에 훼방을 놓을 것인가”라고 말했다. 조선일보의 주문대로 자신들을 YS의 후예로 설정하고 야당 공세에 맞불을 놓았다.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서울의 봄'을 이용해 정치공세를 펼치는 건 대중영화를 정치권의 선전영화로 변질시키는 것이며, 또다시 국민을 선동해 분열을 일으키고 이를 통해 표를 얻어보겠다는 술책에 불과하다”며 “민주당이 영화 '서울의 봄'을 이용해 군부독재의 부정적 이미지를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 덧씌우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을 군부독재와 산업화 세대로 보고 민주당을 민주화 세대로 보는 이분법을 허무는 수준으로 국민의힘이 전두환 신군부와 선을 긋는 시도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
지난달 29일자 권태호 한겨레 논설위원실장의 칼럼 <'서울의 봄' 속 하나회 보며 '윤석열 사단' 떠올린 이유>에선 “서울의 봄' 속 '하나회'를 보며 '윤석열 사단'을 떠올리는 건 자연스럽다”며 “초법적 무력을 행사한 40년 전 신군부와 민주적 제도 아래 수사권을 지닌 검찰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건 과하지만 군이 정치 개입을 못 하는 지금, 검찰은 가장 큰 공권력을 지닌 집단이고 이 공권력이 사조직화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했다.
이미 언론에선 오래전부터 '윤석열 사단'이라는 표현을 써왔고 이번 정부 인사에서도 '검찰 공화국'이라는 수식어가 붙고 있다. 권 실장은 “윤석열 총장 첫 인사 당시 조선일보 기사 제목은 <'윤석열 사단' 3인방, 모두 검사장 승진>이었다”며 “40년 전 군부는 '반란군'과 '진압군'이 나눠져 있었지만, 지금 검찰·법무부·대통령실은 일계를 이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고 권력자의 권력 행사 방식이 비민주적이고 그 기반이 강력한 공권력 내 사조직이란 점에서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4일 김명인 인하대 교수의 한겨레 칼럼 <'서울의 봄' 공감과 유감>에선 “20~30대 젊은 세대의 이 영화에 대한 유별난 관심에 대한 가장 흥미로운 해석 중의 하나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 당선에 결정적 기여를 했던 이들이 그 이후 체감하게 된 배신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라며 “영화에서 전두환과 신군부 세력이 보여주는 집요한 권력욕과 군사력의 탈법적 악용에 대한 분노가 무소불위의 검찰권을 남용하며 국헌을 농단하는 윤석열 정권의 행태에 대한 분노와 겹쳐지면서 이들 세대에서 일종의 집단적인 역사적 각성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누구라도 조직폭력배들을 연상케 하는 사조직 세력이 국헌을 문란케 하는 일이 정상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젊은 세대가 박정희 사후 정치적 헤게모니 공백기에 옆에서 치고 들어와 권력을 도둑질한 44년 전의 신군부 세력에게서 역시 어떠한 정치적 헤게모니도 우세하지 않은 오늘날 또 한번 검찰 내 일부 사조직을 동원해 친위 쿠데타에 가까운 형태로 권력을 사유화하려는 현 정권과의 유사성을 읽어내고 이에 분노하고 있는 것이라면 그야말로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며 청년 만세가 아닐 수 없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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