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선전용 도발' 드라이브 거는 北…김정일 '선군 정치' 찬양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총알이 없으면 살 수 없다는 철의 의지를 지니셨다" (노동신문, 1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아버지 김정일의 '선군(先軍) 정치'를 찬양하며 연말 도발 타이밍 재기에 나섰다. 지난 11월 정찰위성 발사로 '눈'을 가졌다고 과시한 데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미사일 시험 발사로 '주먹'까지 휘두르겠다는 구상이다. 경제 분야 등에선 연말 성과로 내세울 '선전 거리'가 없는 현실이 반영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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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시대 '선군 정치' 찬양
17일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김정은이 김정일 사망 12주기를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 위대한 장군님(김정일)께 삼가 영생 축원의 인사를 드리셨다"고 전했다. 김정일은 2011년 12월 17일 사망했는데, 김정은은 지난해를 빼놓고는 매년 김정일 기일을 전후해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의 참배 소식을 전하며 김정일 시기 선군 정치의 우월성을 부각했다. 민생을 도외시한 채 국방력 강화에 골몰하는 김정은의 통치 방식을 정당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김정일에 대해 "사탕알이 없이는 살 수 있어도 총알이 없으면 살 수 없다는 철의 의지를 지니셨다", "선군 혁명 영도의 길에서 무적 필승의 혁명 강군이 자라나고 핵 보유의 민족사적대업이 성취되였다"고 치켜세웠다.
특히 이날 참배에는 북한군 서열 1위인 이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달 중 북한이 ICBM 시험 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정부 내에서 제기되는 가운데, 이 부위원장이 차기 도발을 준비하기 위해 불참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 본인도 지난해 12월 김정일 기일에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대신 '혁명의 성지'로 불리는 삼지연을 찾았고 이후 대남 무인기 도발을 감행했다.
ICBM·IRBM 도발 가능성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달 말 개최 예정인 전원회의 전 도발을 감행한다면 고체 연료 ICBM인 화성-18형이나 역시 고체 연료 기반인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북한의 핵 공격은 김정은 정권의 종말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 지난 15일(현지시간) 2차 핵협의그룹(NCG) 회의를 겨냥할 가능성도 있다. NCG 회의 후인 17일에는 미국 해군의 버지니아급 핵추진잠수함인 '미주리함'이 부산 작전 기지에 입항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7월 1차 NCG를 엿새 앞두고 화성-18형을 쐈다.
또 북한은 지난달 14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에 장착할 고체연료 엔진시험을 진행했고, 정찰위성 발사 다음날인 같은 달 22일 IRBM을 쐈지만 공중 폭발했다. 정찰위성에 이어 IRBM 발사 역량까지 과시하려다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에 조만간 재발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4월과 7월에 이어 화성-18형 ICBM을 발사하거나 극초음속 미사일과 결합한 화성-12형 규격의 IRBM 발사를 연말 연초에 감행할 수 있다"며 "ICBM급 도발 이후에는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개발을 공언했던 초대형 핵탄두를 대외에 공개하며 선전전을 이어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이 연말 도발을 준비하는 건 군사·기술적 수요만큼이나 내부 결속을 위한 목적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21일 정찰위성을 쏜 이튿날부터 엿새 연속으로 한반도 인근과 괌, 하와이 등을 찍었다며 대대적인 선전을 이어갔다. 식량난이 심각해지고 주민을 대상으로 사상 통제의 강도를 높이는 가운데 민심을 다잡을 '선전 거리'가 절실한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정찰위성으로 '눈'을 가졌고, 화성-18형 등 ICBM 발사를 통해 '주먹'까지 가졌다는 점을 연말 전원회의에서 최대 성과로 내세우며 과시할 수 있다"며 "한 해를 마무리하기도 분주한 12월 총화 기간에 대형 도발을 준비한다는 건 도발 외에는 선전에 활용할 소재가 없을 정도로 북한 내부의 사정이 어렵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이어 중국 당기기 골몰
한편 북한은 최근 중국, 러시아 등 우방과 연대 다지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국제사회의 지탄을 살 중대 도발을 감행하기 전 '내 편 찾기'에 골몰하는 셈이다. 조선중앙통신은 16일 박명호 외무성 부상과 쑨웨이둥(孫衛東) 중국 외교부 부부장의 회담이 전날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통신은 "(북ㆍ중이) 쌍무관계를 강화 발전시켜나갈 데 대하여서와 공동의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에 대하여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북한 고위급 인사가 공개적으로 중국을 찾아 정치 사안을 논의한 건 코로나 19로 양국 간 국경이 폐쇄된 2020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이와 관련, 북ㆍ러의 선 넘은 밀착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던 중국까지 '한통속'으로 끌어들이려는 북한의 시도가 본격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최근 북한은 군사 협력은 러시아와, 외교 협력은 중국과 모색하고 있다"며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북한과 고위급 접촉의 틀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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