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유리창 깬 '얼음 추위'…'한낮 영하' 한파 내일도 계속된다

문희철, 최경호, 김준희, 신진호, 김윤호, 박진호, 김민주 2023. 12. 1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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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10시 12분께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수하리 안반데기 오르막길에서 승용차 2대가 빙판길로 인해 도로에 고립돼 소방 당국이 구조에 나섰다. 연합뉴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한파 특보가 발효한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 많은 양의 눈까지 내렸다. 전북 무주에서 실종된 8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되고, 갑작스러운 기온변화에 KTX 유리창이 깨지는 등 주말 사이 전국에서 한파·대설 피해가 이어졌다.


대관령 –16.8도…서울은 –12.4도


17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현재 중부지방과 충청·경북 등 내륙 지역에 한파 특보가 발효 중이다. 이날 기온은 16일보다 평균 10도 이상 낮아졌고, 18일 아침 기온(-13~0도)도 매우 낮을 전망이다.

전국에서 기온이 가장 낮은 지역은 강원도 대관령으로 -16.8도를 기록했다. 강원도 철원(-15.3도)과 경기도 파주(-15.2도)가 뒤를 이었다. 서울도 -12.4도로 대낮인데도 얼음이 녹지 않고 있다. 18일은 한낮에도 전국 대부분 영하권(-4~4도)을 기록할 전망이다.

올 겨울 들어 최강 한파와 함께 많은 눈이 내린 17일 대전시 유성구 갑동 국립대전현충원 제2연평해전 전사자묘역에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전국 상당수 지역엔 눈까지 내리면서 동파나 추위로 인한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전라도·서해안 지역엔 대설특보가 발효 중이다. 대설경보가 내린 전북 군산에는 17일 오후 5시 기준 하루 동안 34.3㎝의 눈이 내렸다. 제주 어리목은 15.4㎝, 충남 홍성엔 9.8㎝의 눈이 쌓였다. 충남·전라 일부 지역도 17일 오후 6시부터 자정 사이에 눈이 더 내릴 예정이다.


무주 실종 80대 여성 숨진 채 발견


대설주의보가 발효됐다가 해제된 17일 오전 광주 북구 광주역 철로와 인근 주택가에 눈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전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A씨(80대·여)가 17일 오전 11시 10분쯤 무주군 안성면 임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평소 경증 치매를 앓았다고 한다. A씨 가족은 전날(16일) 오후 7시 20분쯤 “혼자 사는 어머니가 연락되지 않는다”고 신고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A씨 집 주변을 중심으로 수색작업을 벌였고, 숨진 A씨를 발견했다. 17일 오전 무주의 아침 최저기온은 -14.4도였다. 익산에서도 실종신고가 접수돼 경찰·소방이 수색 중이다.

다만 이는 중대본 통계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중대본 관계자는 “중대본 대설·한파 대처상황 보고서상 인명피해는 대설·한파가 원인인 인명피해만 집계한다”며 “무주군 사고의 공식적인 사인이 안 나와서 집계에서 제외됐지만, 추후 대설·한파가 사인으로 잡히면 나중에라도 집계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한파로 활주로가 얼면서 항공기도 무더기 결항했다. 활주로에 눈이 내리고 강풍·급변풍으로 비행기 이·착륙이 어려워서다. 오후 6시 현재 항공기 14편이 결항했다. 뱃길도 끊겼다. 같은 시간 여객선 41개 항로 54척이 결항 중이다. 4개 지방도와 6개 국립공원, 58개 탐방로가 통제됐다. 강풍이 불면서 경남 거제와 통영, 사천 등지 케이블카도 운행을 멈췄다.

17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도착층에서 한 이용객이 국내선 도착 전광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영하 10도를 밑도는 한파에 달리던 KTX 열차 창문이 금이 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코레일에 따르면 16일 오후 10시 10분쯤 천안아산역에서 광명역으로 향하던 KTX 산천 열차 외부 유리창 일부가 금이 갔다.

KTX 객차의 유리창은 내부와 외부 이중 구조로 이뤄져 다행히 고객 피해나 운행 차질은 빚어지지 않았다. 당시 열차에는 788명 승객이 탑승해 있었다. 코레일 측은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외부 유리가 약해진 상태에서 튀어 오른 자갈이 부딪히면서 금이 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천안아산역에서 광명역을 향해 달리던 KTX 산천 열차 외부 유리창에 일부 금이 가는 사고가 났다. [연합뉴스]

제주선 강풍으로 인해 가로등이 쓰러지면서 승용차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고, 충남 서산시 서해안고속도로에선 5t 화물차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뒤 넘어가면서 차량 4대 추돌했다. 앞서 16일에도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 지방도에서 차량 15대가 얽힌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차량이 고립되기도 했다. 16일 오후 10시 12분쯤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수하리 도로에 차량 2대가 많은 눈과 빙판으로 인해 고립됐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한 차량에는 임산부까지 타고 있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산악구조대는 2시간 만인 17일 0시 14분 차량 2대에 타고 있던 6명을 구조했다. 경남 거창에서도 차량 고립신고가 이어졌다. 강원도 춘천·강릉·삼척·양양 등에선 대형 고드름 제거 요청이 잇따랐다.


중대본, “취약계층 안부 확인 철저” 당부


중대본은 지방자치단체 등에 취약계층 안부를 철저히 살피고 한파 쉼터 운영 여부 등을 확인하도록 지시했다. 수도관·계량기 동파 시 신속하게 복구하고, 제설제를 살포해 도로 결빙을 방지하도록 당부했다. 서울시도 16일 오후 9시부터 25개 자치구와 함께 한파 종합지원상황실을 가동하고 24시간 비상근무에 돌입했다.

이상민 중앙재난안전본부장은 “갑작스러운 추위로 노숙자·쪽방촌 주민 등 한파 취약계층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지자체와 관계 기관이 취약계층 보호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광주=최경호 기자, 순창=김준희 기자, 대전=신진호 기자, 대구=김윤호 기자, 서울=문희철 기자, 강원=박진호 기자, 부산=김민주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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